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산으로 가고 싶은 고라니

이바구아지매 2009. 8. 21. 04:44

산으로 가고 싶은  슬픈 고라니.한 마리가 있었다.

울안에 갇혀 산이 그리워 .깡충깡충 온 종일 뛰어다니며  야생의 습성을 몸짓으로  쏟아낸다.

하지만 아직은 산으로 갈  준비가 덜 되었다고  모두가  걱정을 한다.

너무 어린터라  그냥 숲으로 보내는것이  불안한가 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잣대로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래부터 야생이었던 고라니라 그런 걱정은 이제 안해도  될것같은데...사람들의 마음은  아이품은 엄마같다.

어쨋거나 울타리속이지만 넓디넓은 숲속같은 공간을 마련 해 주어 견딜만 할텐데

고라니의 눈빛은 가을 하늘빛을 닮아 있다. 시린듯 눈물고인 눈망울이 ...

콩콩 뛰어와서 고 귀여운 주둥아리로 그물속을 비집어 보기도 하고

울밖으로 튀어 나가려고 야생의 몸부림을 마구 쳐 댄다.

 

 몇주전 ( 4주정도 ?)어느 날  요 고라니 녀석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와현 앞 바다에 둥둥 떠 내려 가고 있던 막 태어난 고라니를' 119 구조대'가 긴급 출동하여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동물보호소격인 이곳 "연초면사무소"로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곳의 야외 풀밭)에서 직원들의 정성스런 보살핌과 사랑속에 쑥쑥 키를 키우며  제법  똘망해지고 날렵해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고라니는  태어나자마자  바닷물에 휘말려 떠내려갔으니 어미젖도 한번 빨아보지 못한 채 였다.

먹거리도 변변찮아서   우유와 고구마순을 먹이던 모습이 짠하여 보는 사람들마다 혀를 껄껄 찼다

도저히 살아날것 같지를 않아 얼마나 마음 조렸는지 ...

이제 고 작은 몸뚱아리가 제법 단단해진것이 신기하여  꼭 껴안아 주려고 울속으로 두팔벌리니 놀라서 도망을 간다.

 

 11월 말경이면  다시 아기고라니는 산으로 돌려 보낼것이란다.

  종족들과 떨어져 인간의 돌봄을 받게 된 기구한 운명,   야생의 숲에서  길들여지지 못하고 인간세상에서

살다 가면  처음으로 마딱뜨린 숲은 또  얼마나 낯설까?

 

사람들은 '고니야' 라며 귀여운 애칭으로 고라니에게  가득한 사랑을 듬뿍 쏟아준다.

숲속같은 등나무숲도 만들어 주었다. 그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라니가 꼭 산토끼처럼 예쁘다.

 얼마 후,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아기고라니가  찾아 갈 숲마을, 지금 고라니는 야생의 걸음마 연습을

시행착오란 과정을  수 없이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반복한다.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들임을 고라니는 이미 잘 알고 있을까?

 

고라니가  숲으로 떠나 가면 텅 빈 울타리가  한동안 얼마나 허허로울까?

정들었던 고라니 ...  떠나보내고 나면  많이 보고 싶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