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구아지매 2007. 5. 8. 02:30

하루하루가 정말로 후다닥이다

 

며칠동안 내 블로그에 흔적을 남길 시간이 없을정도니 오월은 정신없다

 

친정과 시집이 다 요기라서 몸과 마음이 항상 바쁘다

 

오월이란 달이 가정의 달이라서 챙길일이 좀 많나

 

이미 지나버린 그래도 소중했던 시간들을 내 일기에 꼭 담아놓아야지

 

내 기억항아리에 담아서 소중히 ...

 

 

 

5월5일은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어무이집에 우리가족과 대전동서네가 다 모이는 자리였다

 

우리어무이는 오랫만에 짬을 내서 찾아주는 대전아들네를 맞는 분주함으로

 

전날부터  머리파마하고 목욕하고   미리미리 준비한 여러가지

 

 음식준비로 바빴을텐데 일찍 가서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하고  상다리가 휘어질정도로 상을 보아 놓으신 어무이한테 감동만 하고...

 

"어무이예 혼자서 이리 많이 준비하셨어예? 많이 바빴을낀데 빨리 와서 도와달라고 안하시고???"

 

"아구찜을 할라캤는데 날씨가 좀 더버가 고마 시원하이 묵는기 좋을 거 겉에서..."

 

"그라모 상에 함보까예? "

 

하고 밥상보를 걷어보니

 

"와~~~아 이기 다 멉니까???  와~~~진수성찬? 이기 임금님이 드실 수라상입니까?"

 

"머 벨시리 채린거 없다 고마 밭에서 난것들하고 생선 서너마리아이가?"

 

"어데예 갈치구이,해물전,숭어랑멍개회,돼지고기주물럭,오징어회무침,깻잎무침, 콩닢무침

 

취나물무침 묶은김치,깎두기,홍합과대합에다 미더덕을 넣어 끓인 국... 함 무 보자

 

진짜 깨운하네예 바다가 입안에서 솔솔  햐~~아 조~~오 타"

 

"체린기 없다쿵께?"

 

"언제이리 준비했어예?"

 

"고마 심심하이 시장에 강께 참 싱싱은기 많더라 맛이 날랑가 모리것다"

 

어무이네 집은 전망도 좋아서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불어오는 느낌 좋은 바람에 상추쌈싸서 회를 먹으면 멀리 바라다보이는 바다의

 

그림으로 상쾌한 기분이 된다

 

"딩동?"

 

"누구세요?"

 

"형수님, 저희 왔어요?"

 

"어~~삼촌 얼매만이요? 어서 오이소!!! 동서야 어서와 우리혜민이도 오랫만이네"

 

"형수님 별일 없었어요?"

 

"하모예 우리는 별일없었는데 삼촌네는요?"

 

"형님, 저번에 통화할때 제가 장염이라고 했죠 그러고 두달이나 아팠어요?"

 

'그렇게 오래? 하긴 형님도 장염으로 한 달 고생했는데... 이젠 괜찮나?"

 

이렇게 현관에서 소식을 전하느라 어무이가 바삐나와서 작은아들네를 반겼다

 

"야들아, 온다꼬 욕밨제 차 안 맥히더나? 덥제? 우리 혜민이 마이 컷네 쎄기 밥부터 묵자"

 

이렇게 해서 거실에 차려 놓은 밥상에 둘러 앉으니

 

우리동서의 입이 짝 벌어진다

 

"와~~~아 무슨 상이 이렇게 진수성찬이에요?  바다냄새까지? 넘 맛있겠네

 

상차린다고 고생하셨어요"

 

'오늘 이 상차림은 순전히 어무이혼자서  준비하신거아이가 무바라 맛도 댓길이다

 

삼촌이 좋아하던 그리운 엄마표 밥상인기라예"

 

"언제이리 준비하셨어요 어머님, 인제부턴 간단하게 하세요 저희가 올 땐 어머니가 너무 바쁘시게

 

준비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다 말키 밭에서 난 기고 돈 벨시리 안 들었다"

 

꿀맛같은 밥상을 물리고 나니 어무이가

 

"나민이애비야, 안방에 가서 한심 푹 자라 운전해온다꼬 얼매나 심들엇것노?"

 

이렇게 아이들삼촌은 밥 먹고 잠자러 가고 우리는 TV에서 정우성, 전지현 주현의 '데이지'란

 

영화를 보았다 데이지란 영화의 배경은 넓은 초원의 경치가 좋았는데 동서가

 

"유럽어딘 것 같은데 참 좋네 저 기 가서 그림좀 그렸으면 좋겠네"

 

우리동서는 미대를 나온 프로 그림쟁이다

 

나도 두점의 정물화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오월의 장미, 시월의 국화. 아이들삼촌이 노르웨이에 살때 홈피에 소개 해 놓은 모습들속에

 

인상깊었던 피오르드계곡에 노르웨이전통 복장을 한 금발의 아가씨와 우리동서의

 

유럽을 여행하면서 그렸던 그림들...

 

나는 그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과학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이들삼촌은 그냥 과학자의 논리적이고 딱딱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유럽 곳곳을 여행하면서 남긴   글들은  꼭 동화같았다 삼촌의 또 다른 서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는데...

 

문학을 했더라도 좋은 작품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동생을 보면

 

멋졌던 홈피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요즘은 바빠서 관리도 못해요"

 

항상 겸손해하는 자세도 멋지다

 

어무이도 잠시 눈을 부치시고...

 

"어무이에, 오랫만에 만난 삼촌네랑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놀지예 다 묵고자고 이기 뭡니까?

 

심심하잖아예 그라고 동네사람들이 너그 섭이는 요새 우찌산다쿠더노 이바구좀 해바라

 

이라모 해 줄 재미난 이바구가 준비돼 있어야지예 내가 삼촌 깨워올게예"

 

"나나라 할 말이 따로 있나 고마 얼굴 봤으모 됐제 심들다 먼 길 온다꼬"

 

"아이라에 집에 가서 쉬모 되는기라예"

 

안방으로 들어가서

 

"삼촌 일어나요 고만자고 이야기도 좀 하고 놉시다"

 

이렇게해서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 거실로 나오게 했다

 

"어무이, 얫날에 어린이날은 어찌했는지 이야기 함 해 보이소

 

그라고 삼촌이랑 지은애비 어린시절 이바구도 아들 듣거로 좀 해 보이소"

 

"알것다 알것다 우리 섭이로 봉께 그 생각이 나네 요때쯤 되었더나 잘 모리것다 때는...

 

집에 일할끼 깍 찻고  섭이가 오모 일시킬라꼬 숙제로 잔뜩 내 놓고 지달링께 아무리 지달리도 안 오고

 

해가 다 지고 저녁쭘 됭께 안 오나 그래서 섭아 ,니 머한다꼬 이레 늦었노?"

 

이랑께" 학교에서 합창연습한다꼬 안 늦었소 대회 나갈끼라꼬 개천예술제말이요"

 

"그라모 만날 늦어끼가?"

 

"야"

 

"삼촌, 노래 잘 해요? 그 참 신기하네 우리집 식구들도 노래 좀 하나? 몰랐네"

 

"나가 노래로 잘 한기 아이고 공부로 잘해가 선생님이 뽑아준기라요"

 

"그렇지 합창이라쿠는거는 살째기 입만 발룸발룸 하모 되는기라서 노래 벨시리 몬해도

 

문제가 안되는기라요 맞지요?"

 

"맞아요맞아요 나가 노래로 잘 핸거는 아이고 형수님말대로 그랬는기라요"

 

"우리아들은 운동을 잘 했제 섭이는 달리기 항상 일등이고 지은애비는 마라톤에서도 일등안햇나

 

계속 했으모 참 잘했을끼다"

 

"이 봉주처럼요???"

 

"하모 하모"

 

'우리 오랫만에 노래 함 불러보까예?"

 

"어린이날 노래 다 같이 손뼉치며 시작"

 

'날아라 새들아 푸른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우리는 노래를 부르며 잠시 기억 저 구석에 박혀 있던 국민학교 시절의  어린이 날을 꺼집어 내서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깃발에 '오월은 어린이 달' 이란 글을 써서 나부끼며 학교를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시가행진을 했었다 관암동네에서 연초삼거리까지 계속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늘 보는 산, 들, 강을 보며 신작로길을 씩씩하게 행진하던 우리는 새싹들이었다

 

그 새싹들이 어른이 되어 지난 날을 떠 올리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보았다

 

아이들도 신나게 노래 부르고 ...

 

짧은 만남에서 유쾌하게 노래까지 불러 본 어린이 날 우리는 기분좋게 엣 추억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냈다

 

어른들도 아이들이 즐거운것처럼 즐거워질 수 있다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 준 것이다

 

우리들의  합창은 계속 이어졌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우리는 노래 부르며 저마다 바닷가에서 바지락도 캐고 굴도 따던 기억을 떠 올렸다

 

깨끗에 가는 길 깨박골 목화밭에서 다래를 따 먹고 멀리서 장대들고 쫓아오던 주인이야기도 하고...

 

 서울이 고향인 동서는 우리들의 추억이 낯설지만 재미있다고 했고...

 

내친김에 교과서에 나오던 노래를 죄다 불러 보았다

 

아이들도 함께 부르며 손뼉치고 합창하니 제법 화음이 어우러졌다

 

어무이도 함께 부르며 좋아하시고 손뼉장단에 함박웃음 뿌리시고

 

흐뭇한 풍경을 그리고...

 

 

 

우리가 불렀던 오월의 합창은 오래오래 메아리되어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