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걸어서 가는 여행 두 배로 알차다.

이바구아지매 2008. 6. 16. 11:27

 가라산 정상에서   준비 해 간 점심을 마주  앉아서 먹었다. 이상하리만큼  인기척이 없어 역시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사회적 동물임을  깊이 인식하며...오늘 같은 날엔 아무도 산을 찾지 않나???

바람만 탱글탱글 불고.... 너무 추운 날 ...가라산은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듯...

 

가라산은 명산으로 금관가야 시절부터 아름다워 남쪽의 가야산으로 불렸는데 누구의 잘못 된 발음으로 가라산으로 귿어 버렸다는 설도 있지만  차라리 가라산이 가야산보다 훨씬 코믹하고 좋지 않나 가라오라  ... 재미있는 이미지의 산...  거제의 명산 가라산을 전세 낸 우리부부...사랑사랑 누가 말했나?라며

가라산에서의 맹세... 검은머리 파뿌리 되어서도 100년을 더 회로하자고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ㅎㅎ요것 사진으로 꼭 찍어야했는데...

 

이렇게 바위를 타고  간신히 내려 오니 숲속에서 사람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반가운지...

멀리 경북 포항에서 오신 포항산악회 소속의

산사랑 사람들이 울긋불긋한 차림으로 땀을 흘리며 인사 건내며 올라 오고...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상이 어디쯤인가요?  다와갑니다. 5분정도 남았어요. 5분이면 50분 남았나(농담도 하고)??? 산 냄새속에 동화 되어 가는 모두가 보기 좋은 시간 ...일찍 산에 오른 우리는 일찍 하산하고...

 2008년6월15일 아침09시에 집에서 출발한 우리는 남부면 탑포리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오전10시부터

가라산에 오르기 시작했으니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은편이다.

사진에 찍히는 시간을 보면 말이다. 나는 사실 가라산의 높이와 바위투성이에 겁 먹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먼저 다녀가신 블로그님들,카페지기님들이 올리신 사진속에는   온통 바위 투성이라며 로프를 잡고 오르는 모습에  과연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내심 불안하기도 하였다..

직접 가서 보니 사진으로 본 모습이  조금 과장 된 느낌이 들었다 .어쨋든 마음 뿌듯하였다. 하산 하는 도중에 만난 분들이 많이 부러워 하여 내심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지만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세는 명심하면서...

 

 "산 정상에 올랐다고 산을 다 오른 것이 결코 아니다  하산을 하려는 남은 거리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귀 담아 들어야 할 좋은 말인것 같다.

 

 벌써 거제의 10대 명산 중 두개의 산을 오른 내 마음은 흐뭇하다. 가라산,노자산...

  고향 거제도를 조금씩이나마 알아 간다는 보람도 느끼고...

 

 가라산을  내려 와서 다대동네를 걸으며   마을을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돌담이

정겨워서 한 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사라져 가는  돌담길을 보느라고...

 명지분교 ..시간을 거슬러 올라 가 보면 그리 오래전도 아닌 시간에 아이들이 저 운동장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 놀았을텐데...지금은 텅 빈 학교 ...우리는 그런 학교를 폐교라고 부른다.

 조용하고 시간이 딱 멎어 버린듯한 어촌의 작은 학교...이제 명지분교는 잠들었다.

아이들이 언젠가  학교를 다시 찾아 올까???

 침묵 ...100년 동안 잠자는 학교가 될까? 당장 내년에라도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섬마을 선생님과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가도록 떠들고 공부했으면 좋겠다. 

 다대동네에서 본 가라산 등산로 표지판 (2,5km) 라고 적혀 있다.

나는 탑포에서 가라산을 향해 올라 갔고  등산 소요시간(올라갔다 내려 온시간) 이

3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산을 잘 타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노자산과 가라산을 동시에 올랐다가 하산하는데 걸린 시간이4시간

20분 걸렸다는데 나는 언제쯤 그리 될까? 늘 궁금함과 호기심이 많아서 무엇 하나 스쳐 못 지나가는 버릇때문에 여럿이 함께 가는 산행에는 맞지 않다. 가라산에서 본 여러가지 나무들의 이름도 다 궁금하고

산꽃이며 ,전설이며,새들도 일일이 확인해서 다 알고 싶어서 오히려 산을 내려 와선 갑갑함도 느낀다.

 

 태풍이 금방이라도 몰려 올 것 같은 동네...교회의 예쁜 모습이  마을 한가운데   떡 버티고 있으니

평화롭기 그지 없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고.였지만.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세 사나이가 날 불러 세웠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였는데...

 막 산을 타고 내려 온 모양 ...어디서 오셨나요? 광양에서요.

정말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그러세요. 포즈를 잡으시고 ...

  세 사나이들 참으로 멋있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근무하시는 분들...반갑습니다.

인물들이 훤하십니다.

 가장 잘 생겼다고  대표로 뽑히신 포스코의 얼짱 '유만수님'  남부면 다대마을 갯벌 꼭 기억하세요.

그리고 소지맘도 잊으시면 안되구요 ㅎㅎ

명암도 한 장 주셨네요. 꼭 멜로 사진 보내드릴게요.^^*

 

 미소가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찍을 때 울 랑이는 벌써 검프족이 되어 저 앞에 가고 있어

이 사실을 모릅니다. 제가 사진을 찍어 드리며 거제도를 알려드리는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도 ...

세 분 즐거운 여행하시고 편안하게 돌아가세요. 거제도가 참 좋았죠?

 울랑이는 다대마을 바닷가에서 이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혼자서도 즐거운 랑이...

 ㅋㅋ

 다대갯벌인가? 바닷물이 빠진 넓은 곳이 갯벌로 보이는데...갯벌속에서 꼬물꼬물 기어드는 작은 소리가...귀 대면 들린다.

 거제 유스호스텔...학생들이 수련회를 많이 오는 곳

 수국...도로변에 가득한 수국, 그리고 해국이란 꽃도 있었는데  못 찍었다.낮 시간인데 꼭 밤 같다.

 

 작은 정성, 작은 배려가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한다.'벌개미취' 남부면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이렇게...

 

나랑,랑이는 지금 걸어서 도장포에 있는 '바람의 언덕'으로 가고 있다.

 천천히 걸어 가면서  즐기는 여행, 걸으면서 확인하는 여행  그런 여유를 부리는 중이다.

차가 없어서 그렇다고??? 요즘 차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ㅎㅎ

우리집에는 11호 자가용이 7대나 있는데 ..ㅋㅋㅋ.

 

내가 거제도에 살면서도  거제 남부지역은 잘 몰랐다.  생활 하는 곳이 그 쪽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마치 다른 도시에서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이방인이 되어서...

남편은   이쪽 방향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가  많아  남부면 지리를 제법 잘 알고 있어 내게는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고...

 아침부터 불던 바람이  함목쪽으로 향하니 더 세차게 불어 온다.

그것도 맞바람으로  불어 오니  바람을 안고 나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랑이가 한 마디 한다.

"바람 부는 날 우리는 바람의 언덕으로 간다."

"정말 멋진 말이야 바람이 부는 날~우리는..."

꼭 써 먹으리라고  리바이벌을 하고 또 하고...

 

 중년의 부부가 이렇게 걸어서 하루를    여행 해 보는 것도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권해 보고 싶다.

삭막한 도시를 탈출하여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둘이서 걸어 가 보는 것

산 냄새,바다냄새 풀 냄새 가득 맡으면서...^^*

 

~  바람이 가득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에 네개의 발자국 소리를 뚜벅뚜벅 들으며

그렇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