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구아지매 2008. 6. 16. 15:11

 이 사진은 점심을 먹기 전 사진이다.. 가라산 정상에 오르던 중에 ...

 

이 사진을 보니   에밀리 브론데가 쓴 소설 '폭풍의 언덕'이  생각난다.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벌어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 에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잔인한 복수를 그린... 분위기가 꼭 그래 보인다.

 

 거제의 관광지가 몰려 있는 이곳, 여차몽돌해변,구조라해수욕장,명사해수욕장,학동몽돌해수욕장,

지세포어촌민속 전시관까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며칠정도 머물면서 여행하여도  좋을 곳이다.

이 곳은 이국적인 매력까지  풍기는 곳이라  올 여름에 꼭 한 번 다녀가는 여행지로 추천해

드리고 싶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대마을에서 도장포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길은  산길이 아니라서 걷기가 조금 수월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밀어젖히는 통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다행히  쨍쨍내리쬐며 살을 익힐듯 달려 드는  햇살도 아니고,  아스팔트길도 뜨겁게 달구어지지 않아 좋다.등산화를 신었더니 땀도  나지 않고, 아무리 걸어도 발아프지 않아 앞으로 몇  시간은 거뜬히 걸을 자신도 있다.

 

 도장포 가는 길, 오른쪽 바닷가의 모습  조 작은 섬은 어찌저리 만들었는지? 작지만 예뻐서 찍어 보았다.

이름은 달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납작하고 윤기나는 저 꽃잎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털머위'란 식물이다.

남부면 사람들의  작은 정성으로 또 하나의 꽃이름을 알았다.

   걸으면서 길가의 꽃길에서 세가지의 꽃이름(해국,별개미취,털대위)을 알게 되었다.

기분좋은 일이다.

 

남부면 사람들의 꽃을 사랑하는 정신이 이쁘다.

'털머위'는 9~11월에 꽃을 피운다고 적혀 있다.

꼭 다시 꽃 피는 가을에 다시 한 번 꽃 보러 찾아올까 싶다.

 

 열심히 걸으니 진도가 척척 나가서 '바람의 언덕'까지는 1km 란   이정표가 나온다.

한발짝 한발짝 걸음들이 모여서 조금 후엔 도착하겠지?

 바닷가를 걸으니 어느 한 곳 멋지지 않은 풍경이 없다.

저 앞에서 바라다 보면 일본의 쓰씨마섬이 눈 앞에 보여서 저리 가까운 거리의 쓰씨마섬이 우리땅이 아니고 일본땅이라는 사실에 잠시  속이 상하고 흥분이 된다. 국력을 일찍부터 길렀으면,

그리고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긴 안목을 가졌던 조상들이었다면 이렇게 후손들이 안타까워 하지 않아도 될것을

50km 밖에 외로이 떠 있는  쓰씨마가 거제도랑 더 가까워서 서러운지도 모른다.

   잠시 남의 땅이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땅으로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되어 본다.

눈 앞의   안개속에서 삼각형으로 보이는 섬을  몇번이나 찍었지만 사진속에 흔적이  남지를 않는다.

은빛으로 물든 신비한 섬 ...거제도 사람들이라면 입버릇처럼 입에 올리곤 하는 아주 가까운 섬

언젠가 꼭  한번 찾아가 보리란 다짐을 하면서... 

 

  '바람의 언덕' 이곳 도장포는 바람통이다. 탁트인 바다가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어 그런지

바람잘 날이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바람의 언덕이라 이름 붙였을까?

바람이 정말 세다.

 이곳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니 정말 내가 날아가서 바닷물에 풍덩 빠져버릴 것 같다. 어찌나 강풍이 불던지, 바람이 내 모자를 순식간에 훽 벗겨서 날려버렸다. 순간적으로 잽싸게 몸을 날려서 언덕위로 날아가는 모자를 낚아챘다. 그 바람에 손바닥이 가시에  찔려서 어찌나 아픈지 그래도 바람을 이기고 모자를

 잡았다.

초속20~30m 강풍이 아니었을까?

파도가 바람의 언덕을 때리고 부셔버릴듯한 기세로 달려 드니 젊은 연인들은 좋아서 죽겠다는 듯 연인에게 매달렸다. 남편은 육중한 몸매로 듬성듬성 걸어가서 바람의 언덕의 하이라이트인 바다가의

운치 있는 공터로 향하지 않고 반대편 언덕위로  걸어간다.

나는 여기서 오늘 멋진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자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아쉽게도 이곳에서 사진한장 못 찍었다.

가라산에서 이곳까지 2,5km걸어서 온 길을 사진조차 못 남기다니...남편은 이제 사진 찍고 젊은 연인들처럼 그러기가 싫은 것이다.슬슬 부아가 치민다. 유치하다느니 , 속으로 그리 생각하겠지 !!!

 파도가 거세게 쳐도 멋지지 않나? 나도 저러고 싶은데 ㅎㅎ

 젊은 연인들처럼, 설령 나이가 들었으면 또 어떤가???

 이곳에도 나는 못갔다. 왜냐하면 남편이 남의 편이 되어서 사라져버렸으니...

 이런 연인의 모습도 좋지 않는가?

 저기 둥근  우주선모양쪽으로 가 봐야 하는데 ...쪼끔 짜증이 난다. 실컷 여기까지 와 놓고 혼자

 슬몃 사라지다니???

 에구 바람,바람,,, 바람이 날 실어가려네 무서워,추워...

 바람의 언덕아,바람 좀 재워주면 안 될까???

여기서 난 젊은 연인들의 ,진한 애정표현도 많이 보았다.

동영상을 켜 놓고 키스를 하며 애무를 하는 모습까지 담는 젊은이들...분명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니지만

젊은이의 성풍속도가 점차 화려해지고 대담해지는 민망한 풍경을  보는 멋적은 날이기도 하다.

지금 시간은 오후 3시 12분이며 거제시 남쪽 끝 도장포에 서 있다.

 

 

 

 

 파도가 깔깔거리며 몰려와서 바람의 언덕을 때려준다.바람이 휘몰아친다.

날마다 이곳 언덕은 성난 파도와 바람이 이 언덕을 할퀴고 물 먹인다.

그래도 참 아름다운 곳이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정말 이름 멋지지 않는가?

바람의 언덕 너머로 파도가 갈갈거리며 자꾸만 달려든다.

 

이곳에서 흑염소도 많이 보고 사진속에 담았다.

파도소리,바람소리가 하도 요동치니 이곳 염소들의" 매에,음맴매" 하는 작은 소리는

그냥 방음벽에 부딪쳐서 소리가 사라져 버린 느낌을 준다.

 

이미 남편과 나는 200~300m 떨어져서 아무도 부부로 함께 온지 알 턱이 없는 묘한 관계가 되고 말았다.

한 사람은 검프족이며,한사람은 별별 호기심으로 발길을 쉽게 못 옮겨 가는 바람에 따로 국밥이 된 채

폰으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바람, 너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