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걷는 길
황토밭에 고구마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황토밭에서 나는 고구마는 단맛이 일품이다.
파실파실한 고구마맛은 밤맛보다 더 좋다....장마철에 물을 흠뻑 마시고 기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들이 말했다.
"어머니, 오랫만에 산에 가요 "
"비가 오려는데? 산에서 비 맞으면 어떡하려고???"
'괜찮아요 꼭 높은산만 산인가요? 근처의 망산정도면 쉽게 다녀 올 수 있어요"
이렇게 나오니... 흐뭇한 마음으로 아들을 따라 나섰다.오늘 목적지는 망산( 바라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리라 ㅋㅋ)
우리집에서 출발하여 망산으로 가려면 거제도의 동쪽 끝 해안도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된다.
가는 길에 이렇게 화들짝 피어 난 루드베키아를 보고 사진속에 함께 남기고...루드베키아는
아들이 백과사전을 다 뒤져 알려 준 꽃이다. 작년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얼마 후 여름에 찍은 꽃사진을 놓고 이름을 몰라서 낑낑대던 생각이 나서 꽃만 보면 웃음이 난다.
덩치는 작아도 속이 꽉 찬 아들...아들아,네가 있어 든든하다.
망산으로 가는 길에 부산에서 배가 들어 오는 것도 보고 페레스트로이카인가?
멀어서 이름은 잘 안 보인다. 장승포항으로 쏜쌀같이 달려간다. 부산에서 소요시간45분 배삯
20,100 유류비 때문에 얼마전에 인상되었다고 소담이가 알려 주었다.
산 위의 건물은 거제대학이다 전국 대학중 취업률이 가장 높은 학교다.
경치도 제일 빼어 난 곳이 아닐는지???
ㅎㅎ 높은산은 결코 아니라서 명암도 못 내밀지만 어찌 높은 산만 산인가? 이름만 보더라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멋진 산이다. 그래 도전해 보는 거야 ...
비를 머금은 나뭇잎새들은 물방울을 굴러 뜰어뜨리기도 하고 거미줄에 달린 물방울이 무거워서
이내 톡 하고 굴러 뜰어지기도 하고 ...숲 속의 냄새는 나무 �는 냄새며 풀냄새,산꽃냄새가 가득하고 ...특히 여린 연초록의 망개잎새 뒤로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는 망개열매가 손안에서 만지작 거려지는 촉감도 좋다, 작은 산초나무가 곳곳에 있고 벌개미취 비슷한 풀도 보이고 소나무,전나무가 하늘을 향한 산길,비 머금은 황톳길로 아들과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하며
올라 갔다. 덥다고 벌써 헉헉 대는 아들...네 놈이 가자고 해 놓고 벌써 ...마음속으로 중얼중얼...
누군가가 다음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길을 텄다. 누구든지 산을 찾으라고
오늘은 무거운 엉덩이를 이끌고 나도 오른다. 에구 저 살들 좀 봐 다 내 살들이 아닌 것 같은데
모가 좋아서 올라붙었는지??? 보라구 8월까지는 반드시 몸무게가 40kg대에 진입할테니...
망산에게 약속할게... 내 살들 무이자로 방출할테니 팍팍 가져가라고 ...
아들아, 네가 살아가는 동안 많은 힘든 일이 생길것이다. 그 때는 오늘을 생각해라
망산을 오른 이 기분을 ... 오르막길 뒤에는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산을 오르다가 비스듬한 봉우리에 서니 발 아래 이런 모습이...바라보이는 곳은 장승포의 마전동이다 마전동을 지나면 구조라,와현해수욕장이 나온다. 여름이 무지 매력적인 바다가
저 산모퉁이 뒤에 숨어 기다리고 있다.
아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물어 보진 않았다.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가 좋으니까!!!
에게게 산 정상이라고 여기가??? 표지석도 없다 앉아서 쉴 수 있는 평상이 있으니 좋긴한데...좀 허전하다.( 그 돌덩이 하나가 무어라고...)아들은 열심히 삼각대를 조립한다. 엄마랑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믿음직하다.이래서 남자랑 가는 것이 든든한 모양이다.
그래도 좋다, 숲길을 다시 걸어 보고 , 산딸기도 가득 따 먹고...비 온 뒤라 약간 싱겁지만.
동네아지매들, 한시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하여 날씬한데 조금 쉬었다고 하라고 하자 남편이 그만 앉아 있는 꼴을 못본다고 했다.
"그럼 잠잘때는 어떤 운동을 해요???"
"ㅎㅎ 암시롱"
이런다. 잠자리에서조차 운동을 강조하는 남편을 ??? 잠시 후에 만난다. 정말 재미난 부부다.
산냄새,사람냄새가 참 좋다. 지금 시간은 12:16분 배가 출출해 온다. 소풍처럼 가득 챙겨 온 나 가방 무게만 해도 10kg은 거뜬히 나갈것이다.
잠 자면서도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아저씨는 다음 꿈이 무엇인지???
멀리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아들이 신청한 산과의 데이트...넘 좋다.
아들아, 고맙다. 내게 멋진 아들이 있어 정말 좋다. ^^*
아들의 연인이 되어 본다. 야호~~^^*
아들아, 사랑해 ... 이 세상은 다 네것이야 ...바다도,산도,하늘도 다 네가 가져라
그리고 마음대로 그림 그려봐 ...네 마음대로...그림 그리고 싶은날....
툭툭툭 비가 내렸다. 산에서부터 ...빗길을 걸어가니 아들이 말했다.
"비를 맞으니 상큼하고 기분이 맑아져요. 머리도 시원하구요"
사람들은 이런 기분 모를 거라며 오늘 이야기를 일기에 꼭 적으리라 한다.
갑자기 아들의 일기장이 궁금해진다.
일년동안 못 본 아들의 일기장을... 오늘 집에 가면 살짝 훔쳐볼까 갑자기 야릇한 생각이 든다.
요즘의 아들 생각속엔 어떤 것들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진다.
비가 내렸다. 멀리 운무가득한 옥녀봉 봉우리가 신비스럽게 바라보인다.
아들과 걷는 길에는 해도 뜨고,,비도 내리고, 구름이 잔뜩 끼기도 한다.
아들아, 우린 그렇게 걸어가자... 가시밭길도,오르막길도, 물웅덩이길도, 자갈돌길도, 쿰쿰한
냄새나는 길도...그 끝에는 네가 서 있는거야. 그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아들아, 애 썼다 힘들지...
(2008년 6월22일( 일) 아들과 함께 5시간30분을 걸었다. 그것도 비 오는 길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