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명상
2008년6월25일 ...어머니가 오셨다.
"요샌 낮이나 밤이나 아들네집에 오고 싶다. 어젯밤에는 통 잠도 안 오고
그래서 아침부터 이리 급히 안 왔나"
우리 강새이(손자들)이 보고 싶고 아범이 보고 싶어 밤에도 몸부림이 나는기라
'잘 오셨어요 이제 우리랑 같이 살아요 아이들도 좋아할겁니다.
"그럴까 "
"그 대신 제 말을 잘 들으세요. ㅎㅎ 점심 먹고 산에 가는 겁니다. 누가 가장 산에 잘 오르나 경주해요"
"그러자 ㅎㅎ 밭 메는 것 보다 수월하것지 뭐"
우리는 점심을 잔뜩 먹고 ,집을 나서고...
산으로 가는 길에 소쌀밥나무(자귀나무,합한목,야합수,부채나무)가 보인다.
"소쌀밥나무는 소가 아주 좋아하는기라 . 꽃이 가득 피어 참 예쁘네 "
요건 싸리꽃 ...정겨운 싸리대문 생각나나? 옛날에는 집집마다 저 싸리나무로
대문도 만들고, 소쿠리도 짰는기라 싸리대가 누렁하게 익어가면 싸리대를 찍어서 말려서 소쿠리도 짜고 바지개도 짜고...
소쌀밥나무도 곱고, 저 푸른 바다도 참 좋다 어렸을적에 저 바닷가에서
미역도 따고 해삼,멍개,고둥도 땄제 친구들이랑 헤엄쳐서 누가 저
몽돌개로 먼저가나 내기도 하고
...그러다가 열입곱에 너그 아버지한테 시집 안 왔나 ...죽도록 일만하다가 할망구가 되고...
ㅎㅎ 할머니도 아기때가 있었나? 가나처럼...
할머니도 나처럼 어렸을적에 예뻤나?
" 하모 아기 때는 다 예쁜기라 꽃처럼 예쁘고 해님처럼,달님처럼,별님처럼 예쁜기라 그러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쪼글쪼글 주름이 생기면 할매처럼 못생겨진단다.
아하 그렇구나... 할머니처럼 나이를 먹으면 키도 작아지고 주름도 생기고
다리도 아프다고 하는구나.
가나가 할매보다 훨씬 더 잘걷네 다리 아프다고 업어 달라고도 않고
참 착하네
할머니, 가나가 꽃처럼 예뻐? 나리꽃하고 가나하고 누가 더 예뻐?
당연히 가나꽃이 더 예쁘지 이 세상에서 젤로 예쁜 꽃이 가나꽃인기라
할매눈엔 콩깍지가 씌어서 가나가 젤로 예쁜기라.
아이고 다리야, 참 많이도 걷던 이 길이 이젠 낯설다. 날마다 나딩굴고 뛰놀던
길인데도 ...? 옛날에는 이 길을 펄펄 날아 댕겼제 인자 이빨빠진 호랑이제.
참 이상하제 꽃도 예쁘고 바다도 다 그대로고 바람소리도 옛날하고 똑 같은데
낯설기만 한 것은 왜그럴꼬?
나만 그런가? 바다도,바람도,저 바위도 다 나처럼 내가 낯설까?
참 세월이 무섭제 가는 세월이 말이다. 인자 이레 걷는것도 다리가 아파서
싫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네 하기사 태아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더마는...
ㅎㅎㅎ 할머니, 이꽃 참 예쁘지 해바라기꽃이야 , 할머니 머리에 꽂아 줄까?
그러면 할머니 해바라기꽃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