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의 땅끝마을 한내
' 08,7월5일 토요일 예정대로 나와 랑이는 연초면 한내에서 하청면
석포,유계를 아우르는 산 '앵산'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놀토가 아니라서 가나를 맡낄곳이 없어 걱정되지만 신신당부 해 놓고
집을 나섰다.이젠 가나도 혼자서 집을 본다. 강아지보다 훨씬 똑똑하다.
차를 타고 한내로 가는 길에 오비마을 표지석을 만나서 차창밖으로
한컷 살짝 찍으니 마을이란 표시가 달리는 차의 속도에
그만 가려버린다.
길 가다가 본 할머니, 날씨가 많이 후덥지근하여 길가에 퍼지고 앉은
할머니가 많이 힘들어 보여 그늘로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바람한점 없고 불쾌지수가 높은 시간에 밭고랑을 파는 아주머니의
엉덩이도 많이 더워 보이고,
오비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버스를 탄다.
옛날 생각이 절로 난다.
막대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차를 타는 아이들이 집으로 가는 길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토요일은 무지 기분좋은 날이다.그냥 꼭 데이트 약속이 없어도 .
평화로운 들판 모내기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여름햇살은 모를
푸르게푸르게 키를 키운다.
오비리 중촌마을 ...무지 정겹다. 시골마을이야기가 무진장 쏟아져
나올듯한 버스정류장 ...어머니는 객지에서 혹 아들이 올까? 딸이 올까
무심코 눈길이 가는 곳
버스안 풍경 , 작은 조막손들이 의자 손잡이를 잡고
아이들은 집에 가서 같이 모여 놀자고 약속도 하고
뒤에 선 개구쟁이 남자아이가 500원만 달란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겠다고 , 요즘 아이들은 배짱도 참 좋다.
빌려 달라고도 않고 그냥 돈을 달라고 한다.
돈이 너무 흔한 이유인가??? 500원이란 돈은 돈도 아닌가?
몇번째 깜짝 놀란다. 돈500원1,000원은 그냥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은지라...
이런저란 풍경을 보며 처음 가는 마을에 무조건 설레인다.
내 고향은 연초면 면소재지여서 이곳 한내마을에는 와 본
일이 없다.
어릴때부터 방학만 되면 부산이나 진주만 다녔지
고향 거제도의 대부분을 거의 다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고향을 돌아보게 됨은 내게 의미있는 일이다.
시골풍경이란 한가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여름날에 보면
더위에 지쳐있는 느낌도 든다.
모감주나무군...이곳에 와서 꼭 모감주나무를 보고 말테다.
그리고 사진으로 꼭 남기고 말테다. 작년부터 벼르고 또 별렀던
한내리 한곡마을의 모감주숲...내가 찾은 날에는 노랗게 모감주꽃이
한창이었다.
염주나무라고도 하는 모감주는 이곳에 뿌리를 내린지가
통일신라시대부터라고 한다.한 스님이 마을의 잡귀를 몰아내고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전설을 믿고 모감주나무를 심어
바다를 접한 이곳 마을에 바닷바람과 해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기원으로 강원도 어느절에서 종자를 구해 와서 심었다고도 전하는데...
조선소가 들어오기전에 이곳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과
고기가 많이 잡히게 해 달라는 풍어제도 지냈다고 한다.
갈잎으로 가을에 단풍이 들어 지고 나면 봄에 다시 싹이 돋아나서
여름에 노란 꽃을 피운다는 내용도 안내판에 적혀 있다.
중국이 원산지라고 하며 석가모니아가 득도한 보리수나무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하긴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염주알을
만드는데 쓰인다니 불교와 모감주나무는 인연의 합체가 이닐는지...
랑이가 터벅터벅 모감주숲으로 걸어 간다.
41한그루의 모감주나무는 바닷가에 방풍림으로 조성한 곳은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모감주나무숲이 그리 멋스럽지 않아서
약간은 실망했다.
잘 찍은 사진속에서 본 풍경은 단풍든 가을날 해 질 녘의 저녁노을에
물든 모습은 가히 지옥의 문으로 가는 기분이었는데
내가 찾은 날의 풍경은 컴컴한 빛깔의 여름 장마시기여서 그런지
내가 생각하고 온 풍경은 아니다.
대신에 근처에서 정말 특별한 모습을 발견했다.
빨랫줄 같은데 가득 말리고 있는 오징어들
바다저편에는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풍경과
한내의 한곡마을의 해풍에 오징어를 삐득삐득하게 말리는 풍경이
그런대로 바닷가의 색다른 어촌풍경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이다.
나는 참 바보였다.
오징어는 묵호에서만 잡히는 줄 알았다.
결혼하고 장승포에 가 보니 바닷가에 이렇게 오징어를 말리는걸
보고 얼마나 신기하였는지 알고 보니 거제도의 바닷가 곳곳에서도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고 ...ㅎㅎ 바보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내 고향을 ...
아마도 시간이 좀 지난다면 내 생각은 또 바뀔것이다.
오늘 내가 모감주나무 아래서 생각했던 엉터리를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1년간 벼르고 별렀던 모감주나무를 마구 찍기 시작했다.
시간이 허락하면 늦은 가을 꼭 다시 와 보고 싶다.
그것도 해질녘 분위기를 꼭 느껴보리란 생각을 하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