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앵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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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숲속은 무지 싱그럽다
이름모를 꽃들로 넘쳐나며
간간히 새소리가 들리고 맑은 바람이 스치니
비발디의 사계중 제 3악장 알레그로가 이 순간 너무도 잘 어울리겠다는 소지맘의 생각,
아름다운 물의 요정이 나타나 양치기가 부르는 피리소리에 맞추어 해 맑은 봄 하늘 아래서 즐겁게 춤을 추는 풍경인 비발디의 사계
그 초록의 산소가 넘쳐나는 음악이 깔린다면 ...
내가 사는 능포동 산속에는 항상 비발디의 멋진 음악이 깔려서
산길 걸으며 내 안의 생각들을 숲에 살짝 내려 놓기도 하였는데
앵산의 느낌도 그러하다.
여기 죽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죽은 나무는 이미 노래도 멈추고 자신을 빨갛게 태워 죽였다
나무도 수십년을 지나면 병들어 죽는다고 한다
나무의 생도 사람의 삶과 비슷한가보다.
빨갛게 말라 죽은 소나무도 자신의 나이를 다 채우고 삶을 접었는지?
벌써 3시간도 더 걸었다 .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으려고 마땅한 장소를 찾으니 마침 마음에 드는 정자가 나타난다.
남편은 정자를 보자 들어가서
좁은 의자에 벌렁 드러 눕는다
오로지 그 육중한 몸을 누이고 싶었다는 절절한 몸상태 가 그대로 전달된다.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술에 이기는 장사는 없으니...
남편은 눕자마자 코를 드렁드렁 곤다
에구 이러다가 숲속 동물들 다 나오겠다 친구가 온줄 알고 ...
ㅎㅎ 그래도 갈길 멀다는건 알고 억지로 눈 부비고 일어 나시네
그리고
후룩후룩 쩝쩝 억지로 점심을 챙겨 먹고 정자밖으로 나가더니 근처의 키큰 두릎나무 곁으로 간다
사람들이 두릎순을 낫으로 혹은 톱으로 쓱쓱싹싹 잘라 가 버리는 바람에 멋진 두릎나무가 죽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끝 없는 욕심이 성큼성큼 자라던 두릎나무를 흉물로 둔갑시켜 버렸다
내년에는 저 두릎나무에 새 순이 무슨 수로 나올까?
삼성조선소와 한내공단 ...그리고 소지맘 ㅎㅎ
오늘은 큼지막한 프라다 티셔츠의 모델을 자청하였다
면티셔츠는 땀을 흡수하여 기온차를 잘 적응하기 어려워서 산에 갈 때 입는 옷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하던데
하지만 소지맘은 면티셔츠를 정말 좋아한다. 어째 청개구과?
오늘 입은 옷은 남표니꺼... 크긴 크다.ㅎㅎ
세번째 조망인가?
순한 흙길이라도 어쩐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찰라 나타난 멋진 조망
어찌나 반가운지...
북동쪽으로 쭉쭉 나아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서 나타난 조망을 디카속으로 끌여 들여 보니
하청면 유계리와 칠천도가 디카속으로 딸려 들어온다.
갑자기 남편이 툭 던지는 말
"그쪽에서 아래로 훌쩍 뛰어 내려 봐"
이런다 남편이가 .. 그래서 어쩌자는 소린지?
나 죽고 나면 새 장가 갈려고 오잉 그렇게는 못하지 누구 존일시키려고 ㅋㅋ
지나가던 산님부부의 멋진 뒷모습
나무결이 아주 매끌매끌...
나무껍질이 또르르 말린것이 손길이 자꾸 가게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재미삼아 껍질을 벗겼는지 많이 벗겨져 있다.
남편도 나무결을따라 한번 쑥 벗겨 보더라 아주 눈 깜짝할사이에
그랬더니 이런 모습이 ...
글쎄 껍질을 벗겨도 괜찮은 나무같기도 하지만. 벗겨진 나무의 허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어쩐지 편하지 않고.
여기서부터는 소지맘 혼자 가기로 했다.
남편은 이제 더이상 못가겠다고 주저 앉는다.
하긴 어제 산행과 지나친 주량의 알콜섭취가 컨디션을 "0" 로 떨어뜨렸겠지.
하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테고
혼자 다녀오라고 손을 훠이훠이 내젓는 모습을 뒤로하고
남겨진 앵산 정상까지 560m 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소지맘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산 정상으로 정자가 보인다.
갈길 멀다고 발걸음 재촉하다 뒤 돌아보니 두릎나무 군락지가?
인적이 뚝 끊어진 외진곳에 두릎나무가 지천이다
새순은 이미 새어서 나물로는 먹지 못할정도 두릎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신기한 모습을 발견하였다.
저 벤취에서 남편은 쉬기로 하고 소지맘은 열심히 정상으로 거북이처럼 오른다 .
앵산은 물푸레나무와 화살나무, 고로쇠나무, 굴참나무,졸참나무,싸리나무가 정말 많았고
청미래도 덩굴덩굴 눈 앞에 촘촘히 나타났다.
간간히 으름덩굴도 옆의 큰 나무를 휘감으며 하늘로 올라가고.
무슨 나무일까?
초록잎새가 편안하고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북쪽으로 칠천도, 저도, 황덕도 이수도 그리고 거가대교가 살짝 보인다.
연초록잎이 햇살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열심히 하는 모습
거제도 동쪽 바다에 떠 있는 수십척의 깡통배들 언제나 새 주인 만나서
바람같이 떠나가려나?
앞만 보고 죽어라고 걸었더니 거짓말처럼 이렇게 앵산 표지석이, 하마트면 부딪힐뻔 하였다
아직 갈길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고 미련스럽게 엎딘 채 걸었더니
주위를 잘 살펴가며 가야하는데 ...곰처럼.
ㅎㅎ 암튼 앵산을 기어코 올랐다
남편몫까지 두 배의 기쁨을 챙기면서
506,7m 높이를 확인하고...
남들은 4시간이면 충분한 앵산 산행을 소지맘네는 무려 6시간을 소요하였다.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느리게느리게...
어쨋거나 두번째 오른 앵산 무지 반갑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앵산을 내려 오며 한내리 한곡마을의 이팝나무를 다시 만나는 느낌도 괜찮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