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를 타야 할 시간
抱山 / 곽대근
그해 겨울처럼 올해도
눈은 띄엄띄엄 와서 그런지
들녘의 잎 진 나뭇가지에는
아직은 겨울 흔적이 남아있다
네 잘못을 내 잘못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야만 하는 세상
다들 흔들림 없이 살아가고 싶어도
주위에 부는 바람은 산만하고
울퉁불퉁한 길보다
평탄한 길을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시간은 우리 곁에
머물러주지 않고
늘 가던 길을 헤집고
말없이 겨울 길섶에 잠이 들려고 하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 때쯤 찾아오는 막차는
조그만 간이역에서
짐도 없이 홀로 서 있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막차를 타지 않으면
그리움도 놓치고
눈물을 보여야 하는데
이미 기차는 내 앞에 멎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