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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꼬마의 꿈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7. 7. 18. 06:51

 "어,  하늘이 아주 맑아!  오늘은 꼭 저 섬으로 가 보는  거야  대마도로 꼭 ..."

 

소년은 배를 띄었다

 

아버지 몰래, 노를 저어 손을 뻗으면 닿을것만 같은 섬, 대마도는 가도가도 손에 잡히지 않고

 

뒤로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코발트색 하늘이 저녁 노을을 토해 낼 즈음 소년은 대마도행을 접었다

 

그 날 술에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소년을 불러 앉혓다

 

"무부야, 인자 니도 서울로 가거라

 

너거 형님이 서울로 가게 된기라 미군부대가 서울로 이송해가니

 

너거 형님도 부대를 따라 가는기제

 

인자 니도 서울 가서 훨훨 날아보거라 "

 

"예, 아부지요 그라모 지도 서울 가는깁니까?"

 

"하모 니도 인자 서울새가 되는기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안쿠더나  이 쪼맨한 섬구석에서 맨날 노젓고 바다에

 

나가모 어부밖에 더 되것나? 서울로 가는 기다 훨훨나는 멋진 새가 함 되보거라"

 

"예, 아부지예 저도  서울하늘을 훨훨 함 날아볼랍니더  그래서 온 세상 새들을 다 만내볼랍니더"

 

"자슥 새가 그래 좋나?  그래도 새만 보고 있으모 니 꿈이 안 이루어지는기라

 

공부로 해야제 호기심하고 꿈은 가심주머니에 꼭 차고 머리속에 공부를 넣는기다

 

퍼득 자거라 내일 여객선 타고 부산으로 갈끼다 기차도 타고 서울 갈라모 마이 자야 된다

 

서울이 얼매나 멀다꼬"

 

그 날 밤 소년은 통 잠이 오지 않았다

 

서울로 가는 설레임으로 엎치락뒤치락  밤이 꾸역꾸역 새벽을 몰고 왔다

 

비비새 소리가 들렸다

 

참새소리도,물총새소리, 제비소리도  새들은 정적이 많아서 깊은 잠을 못잔다

 

늘 깜빡자고 일어나는 새들의 잠습관 소년도 새들을 닮았다

 

바다로 나가는 시간을 맞추어서 잠자고 일어나느 시간이 새처럼 부지런한 습관을 길렀다

 

잠시 새잠이 들었다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삼광조가 푸르르 날아와  나뭇?가지에 올라앉았다

 

눈이 부셨다 별빛,달빛,햇빛을 담은 새가 즐거운 노래를 불렀다

 

"쯔키 히흐시 뽀이"

 

사랑이 가득 담긴 노래를 부른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아랑곳 않고

 

얼마전 검정고무신 신고 40리도 넘는 학동까지 산등성넘어 가서 본 고운 팔색조도 놀러 왔다

 

딱새도 참새도, 물총새도  소년은  새총으로 쏘아서 한마리 뜨려뜨렸다

 

친구가 오리도 잡아 달란다

 

바다로 가서 헤엄치는 오리를 돌팔매질로 명중시켰다

 

건져 올려서 보니 물갈퀴가 선명하다 저번에 잡은 오리는 물갈퀴가 없었는데...

 

"야, 무부야, 새로 생긴 짜장면집에 가져 가서 짜장하고 바까 묵자"

 

중국집에 가서 오리를 내미니 중국집 주인이 �라거리며 나와서 짜장면 한그릇을 주었다

 

다섯친구들이 한젓가락씩 먹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다시 낡은 고무신을 신고 해돋는 양지암 바위에 올랐다

 

거제도 동쪽 땅끝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갈매기가 가득 날고 있었다

 

갈매기가 수십마리 양지암으로 날아들어 비행을 했다

 

'태풍이 불건가?"

 

"무부야, 갈매기가 가득 날아들면 태풍이 분단다 따뜻한 항구로 날아들지 개기를 잡아 묵을라꼬

 

안 그라나 낼은 바다로 몬나가것다 "

 

하고 아버지는 항구로 돌아와 배를 당글어 매셨다

 

'아부지예, 그물에 갈치가 마이 들었네예 어무이가 좋다쿠것네예"

 

"젤 큰 놈은 국끓이주꺼마 싱싱어서 호박 숭덩숭덩 쓰리넣고 자작하이

 

끼리노모 맛난다 어서 가자 "

 

부억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부지가 끓여주는  구수한  갈치국을 보리밥과 먹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나는 국이었다

 

어무이는 그날  많이 잡은 갈치를 시장에도 내다 팔고 몇십리길인 근동에도 이고 가서 파셨다

 

보쌀, 쌀, 돈으로 바꾼 갈치들 ...그 등푸른 빛깔도  햇살에 눈부셨다

 

옥녀봉에 는 어떤 새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하여 맨발로 산을 탔다

 

가는 길에 뱃고동소리가 '붕' 하고 들려서 바다를 내려다 보니 영복호가 해그름에

 

피난민을 가득 태워왔다

 

소년은 궁금했다 여객선을 타고 온 사람들은 분명 도시사람들이다

 

도시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도시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도시냄새는 어떤 것일까?

 

호기심과 궁금함을 못견뎌하는 소년에게로

 

한국전쟁이  섬소년에게 보여준 것은 아군이 있고 적군이 있다는 것,

 

배가 고프다는 것, 피난민들이 수 없이 섬으로 몰려 온다는 것,

 

총소리가 난다는 것, 죽는다는 것 통곡소리가 난다는 것 , 밭으로 우루루 몰려가서 죽은 시체를

 

묻는다는 것,   그 옆에는 늘 궁금한 호기심 가득한 땅고마 소년이 숨어서 본다는 것

 

아이들은 날마다 전쟁놀이를 해대고...

 

"무부야, 일나라 어서  옷보따리 챙기라 갈치몰룬것하고 낭태몰룬것, 미역도 단디 한보따리 싸라

 

서울가모 다 사 무야 된다 돈도 엄꼬 서울에는 바다도 엄다안쿠나"

 

아부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꿈이었구나  인자 진짜로 나가 서울로 가는갑다 영복호를 타고  전차도 탄다캤는데 기차도 타고"

 

소년은 아부지의 말씀대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려고 먼 하늘을 바라 보았다

 

거제도 장승포에서 태어난  호기심 많은 땅꼬마의  하늘날기는 이렇게 시작 되었다

 

하루에 한 번  출항하는 영복호를 타고, 기차를 타고 하룻밤을 기차에서 보내고

 

서울하늘아래에  둥지를 틀기 위해서

 

훨훨 날아서  궁금한 세상의 풍경을 담으려고 날개짓을 시작했다

 

14살 나이에...

 

* 새 박사 윤무부교수님의 어린시절을 그려보았어요

 

좋은 글이 못되어서 아쉽지만  제가 살고 있는 장승포엔 늘 새가 날고, 노래하고

있는 숲이 있고 갈매기 가득 나는 바다가 있습니다

어부도 있고 해녀도 있습니다

 

이른새벽에 비비새가 노래하고 참새가 짹짹이니  새박사가 생각났습니다

어린시절 새에 대한 호기심으로 섬을 누볏던 그 분이 생각나서

그 길을 한 번 걸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