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화수분

이바구아지매 2008. 6. 24. 08:29


차거운 겨울 밤 , 나와 아내는 행랑채에 살고 있는 아범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왜 저리
슬피 우는 지 의아해 한다.
아범은 금년 구월에 아내와 어린 것 둘을 데리고 우리 집 행랑채에 들었는데,아범은 순하고
착한 사람이며, 어멈은 무식하지만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자이다.
그들은 몹시 가난했으며,두 딸은 철이 없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철부지들이었다.
그들은 가진 것 없이 무척 힘겹게 살아갔다.(전영택의 화수분중에서)
 
가끔씩 내가 찾아 가는 꽃집이 하나 있다.
그 꽃집 이름은  화수분이다.
전영택이 쓴 화수분이란 단편 액자소설속의 주인공이자 행랑아범으로 나오는 
자가 바로 화수분이 아닌가
시내로  가게되면 발걸음이 나도 몰래  찾아 가는 곳이다.
화수분...이름이   꽃이미지랑 썩 잘 어울리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 꽃집이 생겨 난 지 벌써  3년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화수분은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꽃집을 하는 꽃집주인은  가냘프게 생겼으며  늘 환하게 웃는  40대 여자다.
이 여자는 왜 하고 많은 직업중에 꽃집을 하기로 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여자는 적당하게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고,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늘 꽃을 만지고 있다.
"왜 꽃집이름이 화수분이야?"
"안에다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끝이 없이 나오는 
보물단지 라는 뜻이잖아 얼마나 좋아?"
그래서 많고 많은 직업중에 꽃집을 하게 되었단다.
경아다운 대답이다.
그리고 1인칭 관찰자로서 행랑아범인 화수분네의 삶을 그려나가는 모습의 글이 좋다고 말했다.
"이 자식아, 니 간이 쳐 부었나?  코흘리개 키워줬더니  ㅆ ㅅ ㄲ..."
"욕쟁이 다 되었네 언제 그런 ㅆ들어가는 옥을 다 섭렵했어?"
"이 바닥에서 살아가려면 맨 먼저 욕부터 배워야 해"
그러면서도 얼굴은 연신 웃는다.
"내 입술은 작은 술잔이에요 ... '입술꽃'집 어때 얼마나  아리까리 해  경아 ...별들의 고향 ㅋㅋㅋ"
그 좋은 이름을 두고 화수분을 선택한 경아는 참으로 특별하다.
늘 웃는 그녀는 왜 꽃집을 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그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꿈에도 그렇게 힘든 일을 하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지방의 신문사에서  글 잘 쓰는 기자로 활동하다가 책상너머의 님을 만나 결혼하려니
교장선생님이셨던 아버지의 억센 반대에 부딪혀서   맨손으로 힘들게 결혼하였다.
가난한 기자부부는  우리부부만큼 출발이 특별했다.
경아는 곧 신문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가서   영어선생님이 되어  한 동안 열심히 가르치는 인기교사가 되었는데...
내가10여년동안  외국어학원을 하고 있었을 때   우리는 날마다 늦은 밤이면 두세시간쯤은 전화로 온갖이야기를 수다로 다 풀어헤쳤다.
그 후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학원을 그만 두고 동쪽(장승포)으로 이사를 와버렸다.
거리가 먼 곳으로 오다보니 자연 우리들의 수다는 뜸해졌고  경아가 꽃집을 차렸다는 소식을 
한 참 후에 듣게 되었다.
항상 밝고 명랑하며 긍정적인 그녀는 꽃집을 시작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참 잘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입에 발린 욕을 내뱉으면서도  눈은 웃고 있으니 더 웃겨서 
"참  입  한번 글다  어째 욕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나?"
욕은 처음 내뱉기가  어렵지 한두번 하다보면  재미도  있단다.
"배달하는 새끼들이  말을 잘  안들으면
욕이 먼저 나가야 해, 일단 기선제압으로 ...나 욕쟁이라고 이세계에서  소문났어 아마 대회에 
나가도 일등할걸 ㅎㅎ"
"경아, 아름다운 낮이에요 ㅎㅎ"
우리는 만나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푼수들이 되어 한바탕 깔깔댄다.
"점심시간이네 우리 양푼이비빔밥 시켜 먹자 "
"무슨  다라이밥?  그래 좋아 큰 다라이에다 비벼서  먹어 보자"
잠시 후 주문시킨 비빔밥이 정말로 큰 양푼채 온다.
얼마나 큰 양푼인지...큰 다라이같은  양푼에다
씩씩하게  숫가락으로 된장 국물 떠 넣어 쓱쓱 비벼서 단숨에 다 먹어 치웠다.
"ㅋㅋㅋ 꼭 돼지처럼 먹어 치웠네 누가 보면 한양푼 가득 다 먹은 줄 알겠다."
'잘 먹었다 집에 가서 오늘  저녁에 진짜 우리집 큰 스덴다라이에 밥 비벼야지 
수저만 일곱개 걸치고 ㅎㅎ 잼나겠다.옛날 생각도 나고 ..."
화수분에 가면 내 마음이 너무도 편하다 
세상의 소식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게 하나도 없다. 성격도 적극적이며  진보적이다.
그런  경아가 정말 좋다. 늘 화수분에 가면 수다뜬다고 해 지는 줄 모른다.
오늘은 꽃집 화수분에서  세개의 화분을 샀다.
트리안,애플민트, 또 하나는 이름을 까 먹었다.
모기를 쫓는 ,향기 나는 화분을 집에 가져 오니 참 좋다.
경아는 참 열심히 산다.
욕도 잘 하고  꽃꽂이도 잘 하고 ,싸이질도 잘 한다.
글도  잘 쓰는 그녀는 기자였을때도 잘 어울렸고,영어교사였을때도 잘 어울렸고 
욕쟁이로 꽃가게를  하는 지금도 잘 어울린다.
경아는 무엇을 해도 잘 어울린다.
'화수분'이란 멋진 이름을 달고 ,꽃을 파는 그녀는 정말 매력투성이다.
 (2008년6월23일 월요일에 긁적이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