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詩

냉이 꽃 가로수

이바구아지매 2019. 11. 25. 23:11

냉이 꽃 가로수

 

 

                         옥 명숙

 

팔월은,

오르막길도 버티느라 헉헉 숨이 차다

 

어느 거리를 떠돌다 온

거인의 엄지발가락 앞에

냉이 꽃 가로수 그늘 한 뼘 대접해놓고

어쩐지 민망하다

거리는 하악하악 숨을 내쉬며 달아오를 뿐이고

 

자신이 판 구덩이 바닥의 모래 속에 다리 뻗고 있다가

가는 허리 부러지기 전 빵을 찾아 나선

개미떼 지나가는 동안

 좁은 길 비켜주랴

초록 그늘 놓아주랴

배려정신에도 땀이 뻘뻘 난다

 

간 고등어처럼 소금기 저린 정오

 

냉이 꽃 가로수 수피 더욱 매워지고, 모질어지고

한 뼘 그늘 끌고 태양을 따르느라 어깨가 무겁다

차라리 상수리나무 우거진 산으로 갈 걸 그랬지

때늦은 후회의 혼잣말, 맛이 짜서 목이 타고

보도 블럭 사이 나날살이 여의치 않으리라 각오는 했겠지만

발을 내린 날들이 이렇게 투쟁적일 줄 몰랐을 것

한 뼘 그늘조차 무거운

그리하여 사랑도 버리고 싶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팔월의 영토

 

잠깐 쉬어가려

그늘로 내려선 참새 떼

그래도 새들의 발가락은 가벼워

콩콩 뛰어가서

점점이 보이지 않게 놓고 간

한 줄기 바람에  볼 부빈다

! 참말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