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꽃 가로수
옥 명숙
팔월은,
오르막길도 버티느라 헉헉 숨이 차다
어느 거리를 떠돌다 온
거인의 엄지발가락 앞에
냉이 꽃 가로수 그늘 한 뼘 대접해놓고
어쩐지 민망하다
거리는 하악하악 숨을 내쉬며 달아오를 뿐이고
자신이 판 구덩이 바닥의 모래 속에 다리 뻗고 있다가
가는 허리 부러지기 전 빵을 찾아 나선
개미떼 지나가는 동안
좁은 길 비켜주랴
초록 그늘 놓아주랴
배려정신에도 땀이 뻘뻘 난다
간 고등어처럼 소금기 저린 정오
냉이 꽃 가로수 수피 더욱 매워지고, 모질어지고
한 뼘 그늘 끌고 태양을 따르느라 어깨가 무겁다
‘차라리 상수리나무 우거진 산으로 갈 걸 그랬지’
때늦은 후회의 혼잣말, 맛이 짜서 목이 타고
보도 블럭 사이 나날살이 여의치 않으리라 각오는 했겠지만
발을 내린 날들이 이렇게 투쟁적일 줄 몰랐을 것
한 뼘 그늘조차 무거운
그리하여 사랑도 버리고 싶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팔월의 영토
잠깐 쉬어가려
그늘로 내려선 참새 떼
그래도 새들의 발가락은 가벼워
콩콩 뛰어가서
점점이 보이지 않게 놓고 간
한 줄기 바람에 볼 부빈다
아! 참말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