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끝자락에 걸린 지나온 삶이 어제 일만 같은데 / 손문상 그림(2005.7.9)
제주도 성산포
종달리가 고향인 잠녀 강해춘 할머니는 부산 영도에 살고 있다. 올해 나이 일흔 둘. 한평생 물질 때문인지 귀도 잘 안들린다. 손문상 화백이 잠녀
할머니를 그리면서 나눈 대화가 가슴 시리다. 도리가 아니다 싶어 팔아주려 했던 손 화백의 마음 씀씀이도 곱다.
"뭐 좀 달라고?
오늘 (한)달에 한 번 (잠녀 전부)다 노는
날이야"
"그물 울타리 고치러 나왔어"
"나 혼자 장사하면 여기 할매들 난리 나 아휴~"
"내일 와. 소라, 멍게, 해삼
많이 줄게"
잠녀 할머니는 열아홉에 제주바다를 건너 부산으로 왔다. 아들 둘은 배고파서 어릴 때 가슴에 묻고 '예쁜' 따님
영희씨만 대구에 살고 있단다. 앞 못보는 남편도 저 세상에 간지 오래다.
그림 속에는 한달에 한번 노는 날을 맞아 그물 울타리를
고치러 바닷가에 나온 할머니가 순박하게 웃고 있다. 제주잠녀의 기질이 어디 가랴만 바다밭을 등지고 앉아 있는 강 할머니의 모습에는 외로움이
질펀하다. 인생의 끝자락에 걸린 지나온 삶이 어제 일만 같은데 벌써 황혼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인다. 일백년 초로인생,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억세게 바다밭을 헤쳐나갈 여장부가 아니랄까봐... /화산섬
출처 : 내 마음속의 굴렁쇠
글쓴이 : 화산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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