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사람
이 정 우
점점 차가와지는 날씨가 한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차가운 바람에 세상이 얼어붙을 때 따사로운 웃음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 주던 호영(가명)이. 처음 호영이를 보았을 때 나사가 하나쯤은 빠져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교도소에서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볼 때마다 웃음을 짓고 있는 그 모습. 내가 이곳에서 수많은 수용자들과 지냈었지만 호영이 처럼 밝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처음이라 어딘지 모자라는 사람일거란 생각이 먼저 들었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세상사람들이 자기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듯이 나도 내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교도소에 갇혀 지내면서 웃고 있는 사람모습이 이상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호영이를 불러서 ‘뭐가 그렇게 좋습니까? 여기서 지내는 것이 지겹지 않으세요?’ 하고 물었다. 호영이는 내 말에 씨익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사회에 있었으면 지금쯤 병원에 누워 있거나 죽었을 겁니다. ”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렇게 말하는 거죠? 더 잘 살고 있을 수 있잖아요.’
“아뇨 전 사회에서 지낼 때 날마다 술을 안 마신 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술만 먹으면 무슨 사고를 쳐도 쳤지요 이번 일도 술을 마시고 사고가 난 겁니다. 그렇게 십 년을 술독에 빠져서 살았으니 삶의 보람이란 아무 것도 없었죠. 그러다 이번에 사고가 났는데 처음에는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웃음이 터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죽을 목숨이 살아 있는데 죽을 정신을 가지고 무엇을 못 할까 이왕에 산목숨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번 살아보자’ 그리고 제 삶을 돌아보니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자꾸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정말 잘 살아가는 것인지도 알게 됐구요 그것을 알게 되니까 세상이 즐거워지고 다르게 보이더군요 이젠 사람이 어디서 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한지 알게 됐기에 이곳에 있어도 웃으면서 열심히 살 수 있는 것 같애요.”
나는 호영이의 말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호영이가 이곳에서 나가 사회에 돌아간 다면 정말 열심히 삶을 살아갈 것이란 생각에 내 마음도 흐뭇해졌다. 그렇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되찾는 일이다. 자기를 알면 세상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다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지만 자신을 모른다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게 될 것이다.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니 호영이가 생각난다. 우연히 라도 만나면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나누며 그의 환한 웃음을 마음껏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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