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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 벤치,그리고 진실★★

이바구아지매 2006. 11. 9. 14:45
이 글 역시 행복님(수련님)이 발견하신 것을 해피가 옮겨 적은

것입니다.작은 것 하나도 지나침이 없는 그녀의 섬세함에 경의를!!



★★ 벤치,그리고 진실★★

부활은 심리게임이다. 매 장면 장면, 대사 하나하나 마다 ..

허투루 지나치는 법 없이... 고도의 심리전으로 연결된다.

각 인물들은 동맹과 적대관계.. 혹은 전략적 동맹이나 전략적

적대관계처럼 복잡다단한 관계로 각기 이어져 있고, 서로가

가진 카드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그리고 질문하나...

왜 벤치인가?

총명한 부활패닉 행복님의 발견에 따르면... 서하은과 벤치에서

만나는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다. 이강주와 천공명.

왜 이들만 유독히 벤치를 고집하는가? 궁금증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먼저 여타의 인물들이 만나는 장소에 대해 살펴보자.



★적대관계인 정상국,이태준과의 만남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정면에

대치한 상태에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상대의 눈을 주시하고,표정을

읽으면서... 한마디 한마디를 씹어뱉듯이 내뱉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칼날이 서로 스치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속내를 숨긴 채, 동맹을 가장하는 장면에서

서하은의 위치는 측면이다.중앙의 주빈 자리를 적에게 내어주고,

그를 보좌할 수 있는 측면에 자리한 채, 호의와 환심을 유도한다.

(^^ 물론... 적들이 모두 회장급 인물들인데다가... 본인의

사무실에서 만나니.. 당연한 배치일 수밖에 없다 .)





★ 친밀한 애정관계의 인물들-서은하,서재수,김수철-과의 만남은

언제나 불안한 모습으로 선 채 이루어진다.



약속장소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

포장마차 앞에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조우하는 모습,

서로의 집 혹은 사무실 앞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

약속장소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기다리는 모습은

한 장면도 기억나지 않는다.약속장소는 언제나 공원이나 길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장소다.

쌍둥이의 뒤바뀜으로 인해 어긋나버린 이들의 관계는...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하다.

상대를 속여야만 하는.. 미래를 약속해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애틋함이 흐르는 이들의 관계는 ...

그렇게 불안하게 서성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 그리고... 문제의 벤치....



벤치의 두 인물, 이강주, 천공명...이들은 전략적 동맹관계이다.

이용가치가 있기에 만남을 지속하고는 있으나,

관심은 그들의 정보일 뿐.. 상대방이 아니다.



벤치는.. 흔적이 남지 않는 장소이다.

그저 스쳐 지나가다 잠시 쉬어가는 장소일 뿐인거다.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목격자를 찾기도 쉽지 않고,

만남의 상대에게도 인간적 관계성이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장소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필요도 없고,억지로 웃으며 안부인사따위를

나눌 필요도 없다. 그저 잠시 앉아서 원하는 정보를 들으면 그뿐인...

인스턴트적인 만남의 장소.. 그것이 벤치다.



벤치는.. 상대와 마주할 필요가 없다.

나란히 앉아, 서로의 눈빛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표정을 굳이

관리할 필요도 없이.. 그저 스쳐가는 상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자신의 정체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잠시 손을 잡은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을까 ?



그러나 처음에는 목적달성을 위해 만났던 이 두 사람은 점차 애틋하고

아련한 인간적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만남의 장소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이들과의 만남역시.... 불안하게 서서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서하은은 복수의 도구로 그들을 택했고, 스치는 길가의 벤치를

약속장소로 삼는다. 그들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언제든 쉽게 안녕을 고할 수 있는 냉정하고 차가운 관계로 남기 위해...



그러나..

어디 인간의 일이란 것이.. 인간의 정이란 것이 .. 그러한 것인가?

서로의 옷깃이 스쳐가는 것이, 서로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는 것이..

어디 뜻대로 되는 일이던가?

결국은 자신의 준 마음만큼, 꼭 그만큼의 아픔을 되돌려받겠지만...

어찌할 것인가? 그것이 인간이 사는 법인 것을..

출처 : 부활_a
글쓴이 : 해피데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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