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야기

[스크랩] 오공이의 학창시절 13

이바구아지매 2006. 12. 15. 16:35

                <생포된 김 신조 기자회견>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 때였습니다.

1학년 때부터 육성회비에 시달리며 6학년까지 겨우 올라가

중학교 입학 시험에 합격했지만 입학금이 없었습니다.

 

매일 술만 드시는 아버지는

"애새끼 농사만 지으면 되지 학교는 가르쳐 무엇 하느냐"고

어머니에게 주정을 하였습니다.

 

입학금도 문제지만 중학교 들어가서도 도시락 못 싸가지고 다니고

교납금도 못 낼 테니 창피해서 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왜 우리 집은 이럴까? 오공이 정말 살기 싫었습니다.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던 어느 일요일

오공이는 따뜻한 뒤 안 봉당 벽에 기대어서

점심으로 화로에 구운 감자를 까먹으며

초등학교 4학년 중퇴하고 신작로 보수원 다니던

형님이 사 오신 라디오를 듣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나오던 라디오에서 갑자기 긴급뉴스 속보라며

다급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북한 괴뢰군이 대통령 각하가 계신 청와대를 습격하여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내용이었지만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군부대 무장 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한 김 신조 사건이었습니다.

 

전군에 비상이 걸렸고 곧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군이 곧 무장 게릴라들을 소탕할 것이니

국민 여러분은 동요 하지 말라고 아나운서는 흥분하여 방송을 하였습니다.

 

어린 오공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이렇게 살기 힘들 바에야

차라리 전쟁이 나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무장공비 31명중 28명은 사살되고

2명은 북한으로 도주하고 1명은 생포되고

우리 측은 경찰서장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것으로

상황은 끝이 났습니다.


허연 쌀밥 한번 배부르게 먹어보는 게 소원이던 오공이

이번에 전쟁이나 확 터져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았을 걸

싱겁게 끝나자 허탈해졌습니다.


그해 가을 울진 삼척지구에 침투한 120명의 무장공비 잔당 5명이

강원도 진부의 한 집에 침입하였는데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이 승복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항거하자 온 가족을 살해하였다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9살의 어린 나이에 무장공비에게 항거하다 죽은 이 승복군은

민족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오공이는 무장 공비가 절골 우리 집으로 왔으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내가 말하고 죽어서

영웅이 되는데 하며 억울해 했습니다.

 

오공이 학창시절은 이렇게 아버지의 술 주정 속에

교납금 못 내어 선생님께 두드려 맞으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어린 시절 힘들었던 생각이

왜 이다지도 지워지지 않고 생생할까요?





저희 사랑방에 놀러 오세요
 
♡ 믿음과 사랑을 ♡

 

 

 

출처 : 믿음과 사랑을...
글쓴이 : 小鐘 오공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