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무에서 겨울나무로
사진가 이범진씨의 ‘나무가 있어 아름다운 풍경‘
윤경희의 쪽빛희망
풍경은 겨울을 기다렸다. 봄, 여름, 가을 지난 계절을 나름의 솜씨로 아름답게 꾸몄던 숲. 이제 새로운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한다. 숲이 아름다운 이유는 숲에 가면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가 있고, 그 나무들이 모여 큰 숲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쯤 겨울나무는 자신의 가지에 새하얀 눈꽃 옷을 갈아입고 더욱 멋진 풍경을 세상에 선보일 꿈에 부풀어 있지는 않을까.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사진가 이범진(www.photolee.co.kr )씨는 산을 사랑하는 사진가다. 그래서인가. 산에 오르면 필연처럼 만나는 한 그루 나무에 마음이 이끌리곤 한다. 나무가 있는 숲은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신기하고 신비롭다. 이런 행복함이 있어 다시 나무를 만나려고 나무가 사는 숲으로 가고 또 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과 만나기 위해 특별한 약속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무작정 떠나는 것이다. 소식도 없이 가는 그곳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고운 모습을 하고 그 자리에서 그를 반기는 나무가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오랜 친구처럼 말이다,
오늘도 어느 숲속의 나무는 귓속말로 무엇인가 도란도란 속삭이는 것만 같다. 잠시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작은 가슴이 되어 살며시 들어보고 싶다. 잠시 사진속 숲의 나무들과 어우러져 대화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사진가 이범진 씨는 대상을 단순하게 눈으로만 보고 느끼는 경지를 뛰어넘어 사진 안에 자연의 소리를 함께 담아내고 싶다. 이런 소망을 사람들은 허황한 몽상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곧은 생각은 이렇다, 단순히 사진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단계를 이제는 탈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자연과 대화하고 소리를 들어보려고 귀를 기울이는 친구같은 사진가이고 싶다.
그는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를 떠나길 좋아한다. 언제부터인가. 한 장소에 있는 나무들의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한 장소를 되풀이해서 찾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사진가 이범진
성실한 사진가의 정성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나무는 봄과 여름엔 햇살을 담뿍 받은 연녹색 푸른 잎사귀로, 가을엔 수채화처럼 오색찬란한 한 폭의 풍경으로. 겨울엔 앙상한 가지마다 하얀 눈꽃으로 장식하고 눈부신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의 사진 중에는 강한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역동적인 이미지의 다양한 나무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해서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순수하기까지 하다. “나무는 산과 숲이 함께 어우러진 일부를 찍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나무만을 찍었던 기억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숲은 매번 낯선 풍경을 만나러 가는 이에게 뜻하지 않은 새로운 감상을 일깨운다.”고 말한다. 봄은 겨울에 움츠렸던 사물을 활기찬 움직임으로 이끌며, 여름은 강렬한 태양의 비춤으로 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또한 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허전하게 하지만 세찬 바람을 이기고 힘차게 서 있는 나무를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삶의 용기로 바뀌고 만다.
사람도 어느 순간 계절의 모습을 닮아간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들의 감성으로 함께 움직여 가는 것을 감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의 힘을 실감하기에 사진을 담기 위해 가는 힘겨운 과정들 이 보람이 되었고, 그 후에 남는 결과물이 주는 희열로 보상를 받는다, 자신만의 냉철한 세계관을 가진 사진가에겐 결코 사진으로 향하는 길이 마냥 즐거움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사진, 완벽한 사진을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으려 한다, 순간순간 몸과 마음이 이끄는 그대로 따르며 열심히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저물면 겨울이 다시 왔던 것 처럼. 자연의 가식을 모르는 순리의 삶을 닮아가며 천천히 한 길을 가려 한다,
그는 “나무, 그들이 모여 사는 숲 하나하나가 자연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를 통해 인간의 마음까지도 맑게 정화시킨다.” 고 믿는다, 아직도 한 그루의 아름다운 나무는 많다, 그러나 나무가 함께 모여 살아서 아름다운 숲은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무와 숲이 함께 공존하며 아름다운 숲으로 이어지기를 숲을 사랑하는 사진가는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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