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이야기

[스크랩] 새말골 두부만들기

이바구아지매 2007. 1. 2. 10:36

새말골 두부만들기 

 

사흘째 영하 15도에서 20도를 오르락 내리며 

맹위를 떨치던 추위가 오늘부터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습니다. 

 

화장실 수도가 얼고, 유리창이 어는 등 

단열이 너무 잘 되어 오히려 덥다고 했던 

우리 집도 평창의 강추위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것 같습니다. 

 

너무 추워 우리 집 보디가드 깜순이와 곰순이가 걱정이 되었는 데, 

다행히 별탈없이 추위를 잘 견디고 있습니다. 

이틀마다 북어포 끓인 것을 간식으로 준 덕분인가 모르지만... 

 

오늘은 그동안 작심만 하던 두부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직접 만들어 본적은 없지만,  어깨넘어로 배운 지식과 

전에 어머님께서 만드시는 것을 기억하면서 시작하였습니다. 

 

간밤에 불린 두어되의 콩을 두시간 넘게 맷돌에 갈면서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에 조금 많이 넣으면 성기게 갈리고, 물을 적당히 넣지 않으면 

되지게 갈려서 콩의 계량조절이 잘되지 않고 힘은 힘대로 들었습니다. 

   

차츰 시간이 지나 요령을 알게 되면서부터 

처음보다는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어머님께서 콩을 가시는 것을 보면, 

큰 수저로 조금씩 떠서 물 한번 넣고 가시는 것이 단순히 힘이 드셔서가 아니라 

맷돌이 유연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곱게 갈아 맛있는 두부를 만드시려는 어머님의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맷돌에 간 콩을 보자기에 넣어 콩물을 짜내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홍두깨로 밀어내 보기도 하고, 

판자로 짜내기도 하여 큰 들통가득 만들어 놓았지요. 

 

오래전에 구입한 소금에서 나온 간수를 준비하고, 

가마솥에 콩물을 붓고 한소큼 끓인 후에 적당량의 간수를 넣으니 

신기할 정도로 서서히 콩물이 응어리지면서 엉기더군요. 

 

지난번 메주만들 때는 다섯시간이아 불을 때야 했지만, 

이번에는 40여분 정도 불을 지핀 것 같습니다. 

너무나 크게 짰다싶은 두부판에 보자기를 깔고 엉기어 가는 두부를 퍼서 

가득 붓고 너른 판지로 덮어 맷돌로 지긋이 누르니 두부작업이 끝나네요.     

 

처음 준비한 콩물이 많아 두부가 많이 나오겠구나 했는 데, 

기실 완성된 두부는 의외로 많이 나오지 않았고,

너무 세게 눌러서 인지 조금 되지게 만들어졌습니다. 

 

처음하는 두부만들기이지만, 그런대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처음치고는 아주 잘 했다는 집사람의 칭찬에 힘들었던 것도

잊을 수 있었고, 덕분에 순두부도 덤으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아랫마을 두어집에도 두부와 비지를 돌릴 수 있는 여유도 부렸답니다.

모두 놀라고 신기해 하였지만...

 

전번의 메주와 오늘 두부를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고, 

우리가 흔하게 쓰여지는 적당량이라는 말이 

참으로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물 100cc, 소금 20g, 간장 티스픈 하나 등등 미터법에 의한 정확한 계량에 의한 

요리에 익숙해져 있는 요즈음에, 물 적당량, 소금, 간장 약간, 기름 한두방울... 등 

미터법으론 절대로 계량할 수 없는 우리 어머님들만의 독특한 계량법이지만, 

그것은 어머님의 정성과 손맛에 의한 깊은 맛, 

바로 우리가 찾는 고향의 맛이 아닌 가 생각합니다.       

 

주위 사람들은 우리가 두부를 만든다고 하니, 

요즈음에 누가 맷돌을 돌려 만들며, 콩물을 짜고 끓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데, 

오히려 사 먹는 것이 더 값이 적게 들고 

맛도 좋다 라고 하면서 극구 말렸지요. 

 

물론 맷돌로 갈고 짜내고 끓이는 등등의 

여러 단계의 번거롭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공장에서 기계로 만든 두부보다 손수 맷돌로 만든 두부가 더 고소하고 

맛있는 것은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말골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4개월로 들어서고 

이틀 후면 1년이 되어가네요. 

시골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하고자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면서 잠시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결정을 잘 했다 라는 자긍심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매사가 단순해지고 일에 대한 욕심이외의 잡다한 욕심은 

모두 부질없다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일에 대한 욕심도 점차 적응하면서 줄어들리라 믿습니다. 

그것은 자연과 벗하며 자연을 알고 

자연속에서 그대로 자연을 닮아가려고 하기 때문인 가 봅니다.   

 

이곳 새말골에 살면서 새록새록 어머님 생각이 나고 어머님의 가없는 사랑과 

수고하심을 깨닫게 되어 이제야 철이 드나 봅니다.  

어머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대로 단숨에 달려가 마음껏 응석을 부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우리집 지붕위로 보이는 코발트빛 하늘처럼

마음이 한없이 맑은 하루가 되리라 믿습니다.

 

평창 새말골에서

 

김 정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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