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살아있는 화석'??
상해에서 유일하게 공자의 흔적을 느낄수 있는 공자를 모신 사당 (文廟)
학업 소원을 비는 부적 뒤로 멀리 공자의 동상이 보인다. ⓒHL
1993년 드라마 <질투>를 시작으로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남자들>,<보고 또보고>,<인어아가씨>에 거쳐 <노란손수건>, <대장금>,<굳세어라 금순아> 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 중앙 방송국인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송 되었다. 중국은 지역별로 채널이 있다 보니, 시청 가능한 채널이 약 60여개가 넘는다. 많은 채널에서 돌림노래(!!) 마냥 한국드라마를 방영하고, 특히 저녁 10시 이후에는 5개 이상의 채널에서 한국드라마를 볼 수 있다. 공중파에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는 2년, 3년전 드라마가 많지만, 인터넷 상에 한국 드라마 다운 받는 사이트나,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파는 DVD에서는 거의 한국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를 몇일 차이로 구할 수 있을 정도이다.
2006년 초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신랑(新浪)에서 한국드라마를 놓고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 5만3천여명이 응답한 설문 조사 결과, 80%의 응답자가 한국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본다는 응답자는 42.25%, 매일 본다는 응답자도 12.3% 나 되었다. 좋아하는 드라마는 <대장금>,<가을동화>,<인어아가씨>,<풀하우스>,<굳세어라 금순아> 가 상위 5위를 차지했다. 왜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냐라는 질문에는 가족의 따뜻하고 소소한 이야기, 한국 연예인을 보기위해서, 사랑 이야기가 감동적 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다.
혹자는 초기에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성공할수 있었던 것은, 한국 드라마의 핵심 내용인 가족간의 사랑과 효, 윗사람에 대한 소소한 예의범절 등 전통적인 도덕관에 바탕을 둔 문화때문이라고 한다. 윗사람이 밥숟가락을 들고 나서 숟가락을 드는 것, 술마실때 고개를 돌려 마시는 것,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새해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 결혼식때 폐백드리는 것 등 우리에게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들이 이미 오래 전 유교를 버린 중국인들에게는 신선하게 보였을 것이다.
지난 몇년 전 부터, 중국에 심상치 않은 "유교부흥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유교부흥운동은 밑에서가 아닌, 중국의 가장 상위 지배층과, 관방 학자들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1840년대 5.4운동을 하면서 현대화를 외쳤고, 유교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사상을 부정했다. 그리고 1960년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유교사상과 다른 전통 사상이 흔적도 없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오늘 중국 사회와 중국인들이 혼란스러운 것도 중심 축을 잡아줄 그들만의 고유한 사상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몇년 전 싱가폴을 중심으로 제기된 "아시아 4마리 용이 빠르게 경제발전을 할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유교 이데올로기 덕분이었다.!!" 라는 주장을 예의 주시하던 중공이 공자와 유교사상을 중국의 전통사상으로 본격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유교사상을 내세워서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 볼려는 "유교공정"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학자들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한국의 유교문화에 대한 관심도 한국 드라마 만큼이나 급증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동양학 석학인 두웨이밍 교수는 작년 <環球時報> 기자와의 대담에서 "중국의 유교는 한국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진다" 라고 중국의 전통 문화 단절 현상을 성토하였다. "유교문화가 아시아 각국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이 유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도시이고, 반대로 중국의 상해는 유교의 영향력이 가장 작은 곳으로 밝혀졌다.
중국인들은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유교사상을 보고, 한국은 유교문화의 "살아 있는 화석" (活化石)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에는 인(仁)이니 천명(天命)이나 하는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단어들만 공중을 떠돌고 있음에 반해, 한국에는 유교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사상이 여러 전통의식을 통해 일상생활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예의범절을 몸에 익히는 한국의 아이들을 가리키며, 시경같은 유교경전만 읽어 무엇하느냐고 한탄한다.
현존하는 유교의 최대 의식인 석전대제는 공자를 비롯한 유교의 성현들께 드리는 제사의식이다. 이 예식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원형이 보존되어 있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한국의 석전대제를 본떠 제사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공자도 중국인이고, 유교도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 진건데 왜 한국에서 대규모로 제사를 지내는 거냐!!" 라고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반응에 대해 유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어느 중국 블로거가 이런 글을 올렸다.
"공자는 당연히 한국인이 아니다. 하지만 난 오히려 공자가 차라리 한국인 이었으면 좋겠다. 한국인들이 공자를 욕한 적이 있느냐? 없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공자를 싸잡아 비판했고, 또 모욕했다. 한국인들이 서원을 불태운 적이 있느냐? 없다. 하지만 중국인은 거의 전국의 모든 서원을 불태웠다. 어느 나라가 매년 성대하게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주냐? 한국이다. 어느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유교적인 전통을 보존하고 있느냐? 한국이다. 중국에 이런 전통이 있느냐? 없다. 저 멀리 시골 구석에서나 희미하나마 그 흔적을 볼수 있다. 나는 성현의 가르침을 받아, 덕으로써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 중국은, 도덕이 땅이 떨어지고, 금전이 가장 우선시 되고 있다. 공자와 옛 성현들이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가 뭐라 안해도 한국으로 이민가고 싶어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자기 조상을 뒷간에 버려놓고는 다른 사람이 모셔다가 잘 보살펴 주는 것도 비판하다니...."
2007.01.07 ⓒ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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