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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벙어리새 - 어느 의용군 군의관의 늦은 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7. 2. 14. 11:31
류춘도 (지은이), 노순택 (사진) | 당대
 

 



여기 여든을 바라보는 한 노의사가 있다. 그녀는 그녀의 또래가 그렇듯이 우리의 현대사가 안고 있는 그 신산한 질곡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어려서 식민지 조국의 서러움과 고통을 겪었고 해방공간의 혼란기와 곧 이은 한국전쟁을 젊은 가슴으로 겪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반평생이 넘는 한국전쟁 이후의 세월을 '벙어리'로 살아왔다. 한국전쟁 초기에 '인민의용군'에 지원하여 군의관으로 활동한 그녀는 마땅히 '사회적 발언'을 거세해야 할 '부역자'였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이제 입을 열어 자신을 말하려 한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체험에 대한 기록이지만 구술사의 측면에서 해방공간과 이어지는 한국전쟁 시기에 진보적 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했으며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왜래진료실에 도착한 순간,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병원 정문에서 가까운 응급실 앞은 바닥을 나뒹구는 국군 부상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흡사 야전병원 바로 그것이었다. 부상병들은 미처 응급실로 옮겨지지도 못한 채 목청으로, 손짓으로 의료진을 불러댔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당직의사와 수련의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전에 군부로부터 한마디 지시도, 요청도 받지 못했던 병원간부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경황이 없었다. - 본문 69쪽에서



류춘도 - 1927년 경북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가서 일본 도바다여고를 졸업하고 1945년 9월 한국으로 돌아와서 부산에 정착했다. 그해 부산여고에 편입하여 이듬해 서울여자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졸업반 때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곧 북한의 의용군으로 자원하여 군의관으로서 한국전쟁의 크고 작은 전투를 경험했다. 1951년 서울여자의과대학에 복학하여 이듬해 졸업했다. 그 후 병원을 개원하여 운영하다가 2005년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지은 책으로 <잊히지 않는 사람들>, <당신이 나입니다> 등이 있다.

노순택 - 다큐멘터리 사진가. 주요 작업은 분단에 관한 현재적 기록이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교수신문」과 「오마이뉴스」 기자를 거쳐 다큐멘터리 웹진 「이미지프레스」 편집장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 <분단의 향기>, <반미가 왜 문제인가>(공저),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공저), <여행하는 나무>(공저) 등이 있다.

이제 바람이라면, 식민지 민족의 서러움도 분단의 아픔도 전쟁의 참상도 몸으로 감성으로 느껴보지 못한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반세기 넘게 내 속에서 응어리져 있던 것들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쟁을 말과 글로만 접한 젊은이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함을, 평화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싶다. - 류춘도



한줄 한줄 읽어갈수록 류선생의 고단한 삶에 연민의 정을 보내기보다 물씬 풍기는 '휴머니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류선생은 진솔한 현대사의 증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류선생은 자기 체험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특히 여성의 몸으로 의용군으로서 인민군 부상병들을 돌보며 그들과 함께 생활한 그 경험을 담담하게 기록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흥미를 끌려는 이야기가 아님은 이 책 곳곳에서 배어난다.

흔쾌히 이 땅의 민족화해와 조국통일을 열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민족의 고통을 체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 이이화, 역사학자.서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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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머리말
프롤로그: 아직도 끝나지 않은 분단의 아픔

1.
해방공간의 젊은이들
너는 나의 등불이었다
청춘의 빛과 그늘
1950년 6월 25일, 그날 아침
그날 밤 그 포성
죽음을 마다 않고 떠난 그리운 얼굴들
저 동무들을 먼저 부탁하오
꿈속의 꿈
우리가 가는 이 길은
통곡하는 산하

2.
피아골에서
남강 야전병원
남강에 작렬하는 포탄
달과 소녀병사
후퇴길
기억 속에서 걸어나온 운곡산
꼭 살아 있어야 하오
어디로 가야 하나
청주형무소

3.
고향이 있어 봄도 있어라
관부연락선, 검푸른 현해탄
아버지의 눈물
산골의 간다 마을
유랑민
너도 나도 조선사람
아아! 해방
귀국선에 오르다
조국, 그러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슬픔

4.
해운대의 공포
내 삶의 울타리
부산여자간첩단 사건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이들을 가슴에 묻고

에필로그: 당신이 나입니다

한줄 한줄 읽어갈수록 류선생의 고단한 삶에 연민의 정을 보내기보다 물씬 풍기는 '휴머니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류선생은 진솔한 현대사의 증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류선생은 자기 체험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특히 여성의 몸으로 의용군으로서 인민군 부상병들을 돌보며 그들과 함께 생활한 그 경험을 담담하게 기록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미를 가질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흥미를 끌려는 이야기가 아님은 이 책 곳곳에서 배어난다.

류춘도
1927년 경북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도바다여고를 졸업하고 1945년 9월 한국으로 돌아와서 부산에 정착함.
그해 부산여고에 편입하여 이듬해 3월 서울여자의과대학에 입학.
서울여자의과대학 졸업반 때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곧 북한의 의용군으로 자원하여 군의관으로 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남강전투 등 크고 작은 전투를 경험함.
1951년에 서울여자의과대학에 복학, 1952년에 졸업을 하였다.
그후 병원을 개원하여 운영하다가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음.
저서로는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 <당신이 나 입니다> 등의 시집이 있다.

노순택 (사진)
대학에서 정치학을, 대학원에서 사진학을 공부하다 멈췄다.
교수신문과 오마이뉴스를 기자를 거쳐 다큐멘터리 웹진 이미지프레스 편집장을 지냈다.
출판한 책으로는 <분단의 향기> <반미가 왜 문제인가>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등이 있다.

- 추천사
- 머리말
- 프롤로그 / 아직도 끝나지 않은 분단의 아픔

1. 해방공간의 젊은이들
2. 너는 나의 등불이었다
3. 청춘의 빛과 그늘
4. 1950년 6월 25일, 그날 아침
5. 그날 밤 그 포성
6. 죽음을 마다 않고 떠난 그리운 얼굴들
7. 저 동무들 먼저 부탁하오
8. 꿈속의 꿈
9. 우리가 가는 이 길은
10. 통곡하는 산하
11. 피아골에서
12. 남강 야전병원
13. 남강에 작렬하는 포탄
14. 달과 소녀병사
15. 후퇴길
16. 기억 속에서 걸어나온 운곡산
17. 꼭 살아 있어야 하오
18. 어디로 가야 하나
19. 청주형무소
20. 고향이 있어 봄도 있다
21. 관부연락선, 검푸른 현해탄
22. 아버지의 눈물
23. 산골의 간담 마을
24. 유랑민
25. 너도 나도 조선사람
26. 아아! 해방
27. 귀국선에 오르다
28. 조국, 그러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슬픔
29. 해운대의 공포
30. 내 삶의 울타리
31. 부산여자간첩단 사건
32.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이들을 가슴에 묻고

- 에필로그 / 당신이 나입니다.

후퇴길 (188 ~ 189 P)

"동무, 동무 빨리 나와 보시라요. 난리가 났소."

싸리문 밖을 내다보던 운전병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댔다. 난데없이 난리라니. 싸리문 밖으로 뛰어나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뿌연 안개 속에 길게 늘엇너 군상들이 북으로, 북으로 묵묵히 이동하고 있었다. 순간 얼음장 같은 냉기가 머리끝에서 등을 타고 훑어내리는 듯했다.

"동무들은 어디메서 오는 겁니까?"

운전병이 지팡이를 짚고 가는 부상병들을 붙들고 물었다.

"진주요, 진주에 철수명령이 떨어졌디요."
"언제요?"
"어제 밤중이디요."

그 말을 들은 운전병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진주라면 경남에서 가장 큰 해방구가 아닌가. 진주에서 철수명령이 떨어졌다면 다른 곳의 사정은 알아볼 것도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엄습하던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는 미군의 폭격, 야전병원에 밀물처럼 들이닥치는 인민군 부상병, 그 참혹한 부상의 양상......

출처 : 꽃이 지기로 바람을 탓하랴..
글쓴이 : 체로키나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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