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길을 나선다. 귀가 시리다.
그제는 자전거로 동호를 다녀왔다.
등허리에서 땀이 흘렀다.
금방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또 꽃이 필 것 같았다.
오늘은 코끝이 시려운 바람 속을 걷는다.
세상이 금방 모두 꽁꽁 얼어붙어
그 어떤 생명도 더 이상은 삶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
버스를 탈까.
버스는 오지 않는다.
두 시간 간격이라는 것은 알아도 몇 시에 오는지는 내가 모른다.
발이 시리다.
돌아선다.
애초 어디를 가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니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울 까닭도 없다.
집이라고 들어서는데 매화가 눈에 띈다.
저것이 언제 저렇게나 되었을까.
설중매,
요녀석이 피려 하는구나.
봉오리가 언제 저토록이나 부풀었을거나.
시집간 누이야,
홍매를 좋아했던 너가 생각나서 이 꽃소식을 전한다.
매화가지를 꺾어달라고,
방안에 들여놓고 그것 보며 수를 놓겠다고 보채던 너가 생각나서 너를 불러본다.
누이야.
시집간 누이야.
시집, 그놈의 시집........................
하여튼 말이다 누이야.
서방자리가 다리 꺾어놓지 않았거든 한 번 다녀가려므나..
새끼가 치맛자락 물고 늘어지거든 야물게 떼어놓고 나서거라.
떼어낸 새끼를 설령 늑대가 물어간다 해도 마음 쓰지 말고 오너라.
필경은 늑대가 너의 새끼를 젖물려 키워줄 것이니 이 얼마나 이득이 큰 일이냐.
너는 꽃 봐서 좋고 새끼는 늑대 젖 먹어서 좋고 서방은 바람 만날 기회 얻었으니 또 좋고 다들 좋은 일만 생기는구나.
그래, 그러자구나.
이 세찬 바람 속에 매화를 보러 가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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