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장마기간이다.오늘은 일요일, 밤새 추적이며 내리던 비는 여전이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아침에 손 바닥 펴서 비를 받으니 실비가 내린다. 이 정도야 우산을 받지 않아도
아들과,디카만 있으면 세상은 무지 아름다울 것...능포항이 디카속으로 쏘옥 들어오면...
능포항은 참 예쁘다.낮은 산봉우리를 감아 도는 안개도 신비스럽고...
돌담길이 정겨워서 따가갔더니 끝에는 시골집이 나타난다.
누가 살고 있을까?
살금살금 다가 가 고개 내밀고 기웃거려보고... 아마도 어부네 부부가 살고 있겠지?
예쁘다. 파뿌리를 엮어서 주렁주렁 매놀아 놓았다. 전형적인 시골풍경 ...아직은 곳곳에
이런 풍경이 남아 있어 기분좋은 디카스케치가 시작된다.안에는 아무도 없다.
바다로 갔을까? 바닷가 사람들은 비가 와도 바쁘다. 그물도 손질해야 하니까.
'잘 찍힌 사진 한장' ...스스로 이 사진에 감동한다.작은 어촌의 여우비 내리는 풍경이 좋아서
찍어봤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이 태어난다. 언젠가 이 사진을 놓고 그림 그려 봐야지
구도가 그림으로 태어나도 손색없는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보고 또 본다.
전망 좋은 집 ...바다가 내려 다 보이는 할아버지네 집...그 집에는 할머니랑 둘이서 평생을
사셨다고 한다. 전망 좋은 집이라고칭찬을 해도 무덤덤한 할아버지...태풍이 아무리 몰아쳐도
할아버지네는 끄떡없단다.
예쁜할머니, 이곳에 시집오신지 50년도 넘으셨다고?
"난 태어나서 여태 바다랑 함께 살았어 바다는 내 친구야, 내가 기분좋을 때도,울고 싶을 때도
내 곁에는 항상 바다가 버티고 있었어 봐 지금도 저기 있잖아"
바다를 친구로 둔 할머니는 참 좋겠다.
아들,딸이 보고 싶어도 몸이 고달퍼도, 사는것이 넋두리가 되어도 바다가 다 들어주지...
난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는 게 참 좋아 ...친정엄마 같기도 해 ...저 바다에 나가 물질도 참
많이 했어. 물질하고 집에 와서 밥하고 여태 그리 살았어.
비가 그칠모양이네 구름이 걷히네 , 망둥어가 잘 잡히는 날씨야 낚싯꾼들이 몰려오겠어.
" 낯선 사람들이 좀 왔나 등대에? "
"오후가 되면 등대에 낚싯꾼들이 모여들끼요 지금은 몇 사람 없네요"
할아버지,할머니는 등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조차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다.
꼭 손님처럼...
저 바다 너머에 진해가 웅크리고 있다.
함께 간 아들도 바다를 바라본다.
이곳에서 4년째 살다보니 아들은 짬만 나면 이 바다로 행하니 달려 온다.
아들의 친구도 바다란다.
손님이 왔는데 무얼 대접하나? 갑자기 내가 손님이라고???
할머니의 등 굽은 모습이 꼭 친정 엄마 같다.
바다는 삶의 터전이다.그리움의 빛깔이다. 친구처럼,연인처럼 ...
언제고 비는 내릴태세로 ...이렇게 시시각각으로 검은 빛이 바다로 내려 앉는다.
할머니네 집 풍경 ... 솥 걸어서 나무 때서 나물도 데쳐 내고 가끔씩 씨암탉도 잡는다고?
개집앞을 가로 막은 분무기도 제멋대로 한가롭게 기대서 졸고 ...모든 것이 느긋하다.
그냥 이대로 누워서,널부러져서 생긴대로 있으면 좋은 곳
죽어서라면 몰라도 이곳을 떠나지 않을거야..난 바다한테 시집왔어 허허...
작은어촌에 비가 내리면 사람도,풍경도 또 다른 어우러짐으로 다시 태어난다.
(2008년6월 29일 ...거제 능포 바닷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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