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보리모태와 감꽃

이바구아지매 2006. 6. 5. 09:49

열무가  한창 먹기좋게 자라는걸 보고

고무다라이를 들고 뽑으러 갔다.

열무뮬김치를 담아 볼 생각이다.

넉넉하게 담아서 열무 냉면을 만들어 먹으면 여름이 한층

시원해지지 않을까?

 

언덕위로 올라서니 아름드리 감나무에서 감꽃송이가

흘러내렸다.

감꽃은 잘룩한 허리와 몇개와 꽃잎으로  아이보리색을 띠고 있었다.

한 개 주워서 입안에 넣고 씹어 보았다

감꽃향은 은은하고 맛은 텁텁했다.

어린시절엔 텁텁해도 한웅큼씻 주워먹고

먹기 싫으면 실로 꿰어 목걸이를 해서 목에 걸고 다녔다.

감나무아래엔 감꽃이 바닥 가득 늘려 �길을 만들고.

감나무위에 매달린 감꽃들은 조금 더 꽃닢을 떨구고는

작은 감이 몽글하게 달린다 .

고 작은 감  앙징맞다.

가을에는 빠알간 모습으로 또 다른 먹거리와

그리움을  잉태하리라

서너 발짝 비탈길 위를 오르니 머칠전 풋풋하고 통통하던

풋보리가 있어 제법 따다가 어머니 씻을물 데우면서 장작불을 만들어

'범일이, 가나를 옆에 앉히고 추억의 보리모태를 해 먹었는데

적당하게 익고 알이 꽉 찬 보리로 태운,  불 기운이 약간 가신불위에 얹고 돌려 가며 이히니

향기가 일품이고 익은 보리모태는 조막손을 만들어 넣고 비비고 불려 껍질을 후후 불어 날리고

알맹이만 남으니 보기만 해도 미소 번지고 맛은 고소해서 기분좋고 아이들에게도 보리모태는

엄마,아빠의 어린 시절 즐겨먹던 보리가 익어갈 뮤렵 의 멋진 간식거리라고 알려 주었다

"야, 진짜 고소하네" 

하며 잘도 먹던 아들녀석의 입가가 이내 시커멓게 되고

가나도 한 마디 거들었다..

"엄마, 맛있다."

우리는 시커먼 얼굴로,시커먼 손으로 얼굴에 �혀가며 하하 웃었다.

"아나 에미나 똑 같다".

어머니는 싫지않은 모습으로 손자들이 자신의 추억거리를 재현하자.

무척 대견하신 듯 

"내년에는 보리 한밭 심어꺼마, 실컨 해 무라"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 시커먼 얼굴과 손을 씻는다고 열심히 비누칠을 해대고 아들내미 일기장에는

 추억의 보리모태 이야기가 적혔다.

 

며칠 지나고 보리는 황금색으로 변하고 어제 어머니는 보리를 베셨단다

탈곡을 하고 깍아서 쌀과 섞어서 밥을 해 먹을 것이다

보리밥을 지어서 열무 김치와 비벼 먹으면 여름철 별미가 된다.

 

싱싱한 열무를 한다라 뽑아서 다듬어

오늘 물김치와 불김치를 담았다.

 

김치 종류만 해도 몇가지나 담아져 있으니 돈 많은 부자 하나도 안 부럽다.

우리 아들 반 친구들은 김치 못 담그는 엄마들이 많다고 가끔씩 김치를 가득

담아 달라고도 한다.

 

나도 옛날엔 담글줄 몰랐지.하면 된다.

 

오늘 하루도 참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