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스크랩] 세계를 향한 경주의 시작

이바구아지매 2006. 7. 13. 06:47
 

세계를 향한 경주의 시작

                    

경주가 있습니다. 인구 30만, 면적 13만 2천 평방미터...., 아주 오래 전 옛날, 이 땅은 무려 1천 년간 한반도의 수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경주가 그저 조그만 땅덩이를 가진 신라란 나라의 서울이었다는 희미한 기억만이 남아 있습니다. 세계 속에서 경주는 1000년 동안이나 나라의 중심이었으면서도 볼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시골도시정도로 알려져있습니다.

 

 

 

세계 속에는 참 엄청난 도시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유적들도 많습니다.

로마의 콜롯세움입니다.

 

이스탄블의 회교사원입니다.

 

파리입니다. 루브르의 위용을 느낄 수 있습니다.

 

런던의 빅뱅이 보입니다.

 

다드리드의 알무데나 성당입니다.

 

자금성...북경입니다.

 

타지마할입니다. 인도에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광장도 보입니다.

 

실크로드의 중심 사마라칸트의 레기스탄 광장입니다.

 

앙코르와트군요. 씨엡립에 있습니다.

 

가까운 교토입니다. 키요미즈테라, 네 청수사입니다.

 

세계가 열리고 왕래가 잦을수록 우리는 경주에 대해서 생각하던 자부심을 잃어가면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우리 주변에는 저 대단한 도시들의 저 어마어마한 유적이나 유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혹 우리가 남들의 덩치 큰 위용과 화려한 풍모에 눌려 우리 자신 속에 보석보다 찬란한 자랑꺼리가 숨겨져 있음을 모른 채 막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에겐, 우리와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그 보석들이 그냥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보이는 것이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경주에는 세계가 놀랄 만한 훌륭한 유적과 유물이 있습니다. 이제 잠깐만 생각을 돌려보겠습니다.

 

에펠탑입니다. 처음에는 말이 많았지만 이제는 세계 철골구조물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세계각지의 청동상들입니다. 하나같이 화려하고 현란합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아름답고 고귀한 문화재입니다.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유물들을 보면 우리 스스로 작아지는 어깨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들은 모두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는 벙어리들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 우리의 가슴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종이 하나 있습니다. 네, 바로 늘 보아온 에밀레종입니다. 이젠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해마다 새해의 벽두에 에밀레종에서 울리는 크고 밝은,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지구상에서 이만한 규모의 쇳덩이가 이런 신비한 소리를 내는 유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무려 십이만근, 27톤의 구리를 녹여 만든 종입니다. 에밀레종은 세계의 어떤 유물도 내지 못하는 웅혼한 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선인들의 금속을 다루는 솜씨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천년도 넘은 오래전에 만든 이 걸작을 지금은 흉내만 낼 뿐 절대로 다시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신비스러운 종속에서 비천상이 웃으며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경주의 자손들아....자부심을 가지거라. 마음을 광대히 열고 나를 보고 우리를 보아라....!

 

 

 

 

이 신비스러운 종속에서 비천상이 웃으며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경주의 자손들아....자부심을 가지거라. 마음을 광대히 열고 나를 보고 우리를 보아라....!

 

 

 

또 한편으로, 전혀 새로운 차원의 불국 세계가 있습니다.

 

감은사지 동탑에서 발견된 금동사리함입니다. 이게 무에 그리 대단하냐고요?

 

 

뚜껑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반도체를 생산하고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초정밀의 세계인 현대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금속으로서 이만한 세공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풍탁이라고 하는 종입니다. 이 풍탁의 실제크기는 전체길이가 6밀리미터이고 종신은 고작 3밀리미터정도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이 종 표면에 0.3밀리미터 정도되는 금구슬이 붙어있습니다. 비단 이 풍탁에만 아니라 이 금동사리함안에는 이같은 작은 금구슬이 무수하게 박혀있습니다. 금이 녹으면서 표면장력으로 동그랗게 뭉쳐지는 과학적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구슬입니다. 풀무질을 하고 거푸집을 쓰고 망치를 쓰던 고대의 유물입니다. 현대의 세공기계와 과학적인 기술로도 정확히 복제하기 힘든 종입니다.

 

 

들어보십시오. 사천왕이 크게 웃어젖히고 있습니다. 세계를 향한 사천왕님의 일갈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작다고 깔보지 말라고 하는군요

 

 

밀로의 비너스상이 있습니다.

라오콘 상입니다.

 

 

다비드 상도 보입니다.

 

 

그 유명한 트레비분수도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집니다. 대리석으로 어떻게 저런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조각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세계의 보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석굴암이 있습니다.

십일면 관음보살입니다. 아쉽게도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을 뿐 언젠가부터 석굴암 본존불의 뒤편에 숨은 안방마님이 되셨습니다.

 

 

천의 자락이 보입니다. 매혹적은 비너스와 분노로 울부짖는 라오콘이 가지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관음보살은 조각 속에 또 조각이 있습니다. 우리의 선인들은 저 단단한 화강암을 두드려 천의 사이로 보이는 아스라한 살결을 만들었습니다.

 

 

방금 화강암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라오콘과 비너스의 재료는 대리석입니다. 화강암에 비하면 대리석은 매우 다루기 쉬운 재질입니다.

 

 

석굴암의 부처와 10대 제자와 금강역사와 사천왕들은 죄다 화강암에 세겨져 있습니다. 그것도 돌덩이가 아닌 얇은 판석에 세긴 조각입니다. 화강암 자체만 해도 다루기가 힘든 돌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덩어리가 아닌 판석에 세겼습니다. 아차 하면 쪼개져 나가는 화강암 판석에 말입니다. 최고 수준의 장인 중에서 다시 최고의 장인이 아니고서는 흉내 내기 어려운 솜씨입니다.

 

 

 

 

 

그 장인이 피렌체에 살았더라면 메디치가는 온통 십일면관음상만 안고 살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 십일면 관음상이 후손들의 아쉬움을 천의자락으로 감싸주며 웃고 있습니다.  

 


기자의 피라미드입니다. 높이가 무려 146미터나 됩니다.

마추피츄의 피라미드도 있습니다.

 

 

잉카의 피라미드입니다.

 

 

역시 놀랍고 대단한 유적지입니다. 이속에서 나온 유물들도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것들입니다. 세계 도처에 하늘을 향해 치솟은 사후세계의 염원이 서려있습니다.

 

 

대릉원 담장 속에

황남동에

 

 

노동리와 노서동,

 

 

김유신장군묘와 성덕대왕릉

 

 

 

이 손바닥만한 경주일원에 봉황대라 불려지던 거대한 무덤이 무려 300기나 있습니다. 금관과 금목걸이, 요대....이미 발굴된 유물만 보아도 피라미드에 견주어 손색없는 찬란한 문화재가 있습니다. 사막 가운데 이루어진 저 피라미드는 어찌 보면 왕 한 사람을 위해 국민 모두를 수 십년간 고통 속에 몰아넣은 결과물일지 모릅니다. 경주분지에 자연스럽게 포진한 우리의 왕릉은 다양한 양식으로 권위를 살리면서도 오만해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산을 닮은 저 부드러운 선에 자연미와 인간미가 넘칩니다.

 


자금성입니다. 동양건축의 백미로 꼽히지요.

우리 관광객들이 천안문에서부터 기가 팍 죽어서 들어갑니다. 건물하나하나 유물 하나하나 앞에 서면 공연히 기가 죽습니다. 우리 경주에는 이런 어마어마한 건축물이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불국사입니다. 하-, 우리가 너무 많이 써먹은 대한민국 전통건축의 간판타자입니다. 그런데 자금성에 대놓고 보니 어딘지 초라해 보입니다. 우선 규모자체가 자금성에 비하면 참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작습니다. 자금성이 자랑하는 엄정한 대칭의 미도 없습니다.

 

자금성은 평지에 세운 건축물입니다. 불국사는 토함산 기슭에 세운 절입니다. 넓이와 크기는 주변공간이 허락한 절대권력의 상징일 뿐입니다.

 

 

안온한 불심으로 일군 불국사와는 그 출발부터가 다릅니다. 자금성에 좌우대칭의 미학이 있다면 불국사에는 토함산과 어울어진 진경이 있습니다. 자금성에 절대권력의 살벌함이 도사렸다면 불국사에는 면면한 불심이 서렸습니다. 자금성은 이미 드러낼 것은 다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냥 눈으로만 보면 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불국사에는 마음을 일깨우는 은유가 있습니다. 

 

 

다보탑입니다. 돌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이 다보탑이 보여주었습니다. 누가 다보탑을 감히 사람의 손으로 만든 돌탑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더 대단한 탑이 있습니다.

 

 옆에 있는 다보탑에 비해 좀은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석가탑의 비밀이 있습니다.

 

팔방금강좌가 그것입니다. 신라의 장인은 이 자리를 일부러 세겨 넣지 않았습니다. 보는 이의 심성의 맑기에 따라 금강이 보일 수도 있고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강은 분명히 이곳에 있습니다. 석가탑을 보위하는 여덟 방향 금강들의 모습은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자금성이 그렇게 주창하는 좌우대칭의 미학이 불국사 금당앞에서 홀연히 생겨납니다. 석가탑이 다보탑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미학을 지녔습니다.

 

 


오사카성입니다. 우리 관광객이 일본의 관서지방에 가면 제일 먼저 만나서 기가 죽는 곳이 이곳입니다. 임진왜란의 원흉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성이었지요. 아, 저런 대단한 건축물을 만든 토요토미이니 그 대단한 원정계획을 세웠던 게로구나....!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한숨을 쉬고 자괴감에 빠집니다.

그러나 이 성이 일본의 내전으로 모두 불타버린 것을 1950년대에 철근 콘크리트로 다시 주물러 만든 성이었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일본 전토에 걸쳐 지방마다 그곳의 상징이 되고 있는 일본의 유명한 성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만들어진 콘크리트 건물들입니다. 그 대부분이 겉만 예전의 모습을 흉내 내었고 속은 죄다 박물관으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여기 몽고란으로 불타버린 세계 최대의 불교유적지가 있습니다. 바로 황룡사 터입니다. 만약에 이곳에 다시 황룡사 구층탑이 복원된다면 지금 즉시 세계 제일의 목조탑이 될 것입니다.

 

 

심초석 하나의 무게가 자그마치 23톤이고 높이가 80미터에 이릅니다.

 

 

동양최대의 불교사원이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일본처럼 ‘보여주기만’을 원했더라만 우리도 이미 눈이 번쩍 뛸 유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오사카성 앞에서 절대로 기죽지 마십시오.

 

 

지금 소개한 것은 너무나 작은 일부분일 뿐입니다. 물론 이 자리에 계시는 많은 분은 이미 다 알고 계시는 일이기도 합니다. 천년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세월이 아닙니다. 우리의 선인들은 그 천년의 세월동안 무수한 유적과 유물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잦은 외세의 침탈로 인해 그 대부분이 불에 타거나 흔적을 잃어버리긴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선인들의 숨결은 곳곳에 남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들 중 많은 것들이 또 다시 천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우리 곁에 은유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경주, 신라의 자손들이 눈이 어두워 그것들을 찾아서 자랑하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운 한숨을 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세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명성과 화려함에 부러운 눈길을 줍니다. 물론 앞으로 그들의 선진적인 보존기법과 홍보요령을 더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자랑하며 지키고 가꾸고 알려온 방법들을 경주가 부지런히 공부하고 배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선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스스로 일깨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경주를 보존하는 것은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경주를 개발하는 것 역시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경주가 세계를 향해 힘차게 달려갈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경주에 숨어 있는 선인들의 숨결과 은유를 찾아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입니다. 이미 경주의 많은 분들이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와 민간의 단체들이 경주에 대한 애정의 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좀 더 적극적이고 좀 더 새로운 전환점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경주가 더 힘차게 깨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께서 그 가장 앞자리에 서 계실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은 자료수집과정에서 경주시청의 자료(항공사진)와 경주박물관 김윤호님(감은사 동탑 사리함 및 풍탁) 토함산 풀잎파리님(석굴암 자료, 능묘자료)의 사진 자료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밝힙니다. 이 이외에도 다수의 해외사진을 실었음을 밝혀드립니다.

출처 : 386세대의 아름다운 추억들....!
글쓴이 : 도깨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