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초 호주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하지만 마음 훈훈하게 만든 뉴스가 있었다.
호주 연방 정부의 보건부 장관이자 현 자유당 정권의 실세중 한명인 Tony Abbott가 그 중심에 있었는데, 그가 27년 전
미혼이던 대학생 시절 본의 아니게 가져 입양시켰던 아들과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되었단 기사였다.
Tony Abott 장관이 대학생 시절
Kathy라는 여성과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피임을 하지 않고 관계를 맺은
후 Kathy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사람 모두 결혼에는 뜻이 없었고, 아기를 키울 자신은 없었지만, 낙태는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태어난 아이가 Daniel 이라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Daniel은 출생한 직후 아주
잠시 부모품에 안겨졌을 뿐, 그는 바로 입양아로 보내지게 되었고,
Tony Abott와 Kathy도 헤어진 후 각자의 삶과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다가 2004년말에 다시 인연의 끈이 얽히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친부모를 찾아나서게 된 청년
Daniel은 먼저 친모 Kathy와 연락을 하게 된다.
친모를 통해서 자신의 아버지가 현 정권의 실세 중 한명인 Tony Abott 보건부 장관임을 듣게 되는데, 이것 또한 기묘한
인연이었다.
아들인 Daniel 청년은 ABC (호주 국영 방송국) 정치부 소속 음향 엔지니어인
것이었다.
Daniel 청년은 수년간 본인 아버지인지도 모르면서 Tony Abott 장관의 여러 인터뷰 석상에서 마이크를 내밀기도 하며 그의 인터뷰 녹음을 전담했던
것이다.
그 낯 익은 얼굴의 중년 남자가 바로 27년 전 자기를 잠시 안아보고 입양 보낸 아버지였다니!
Daniel은 물론 Tony Abbott 본인도 그러한 사실에 더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겠지만, 나를 포함한 다른 3자들은 그런 기이한 인연에 더 감탄하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했다.
자신의 아들과 연락이 된 Kathy는 며칠
후 오래전 연인이었던 Tony Abott에게 연락을 하여 이 사실을 알린다.
정치인으로 뼈가 굵은 그에게도 그것은 엄청난 뉴스였으리…
자신의 부인과 가족에게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밝힌 후,
Tony Abott 장관은 Kathy로부터 받은 아들
Daniel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27년만에 아들과 첫 대화를 하기에 이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었건만 이 모든 것을 담담하고
당당하게 받아들인 Tony Abbott의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너무나 반듯하게 자란 아들 Daniel의 행동에도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꼈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어두운 그늘 없이 반듯하게 자라, 먼 훗날 자신의아버지와 가진 첫 전화 통화에서 던진 첫마디가 바로 “Thanks for having me” (절 태어나게 해줘서 감사해요)
였다.
자신을 입양 보낸 부모에게 적대감이나 원망을 보여도 그를 탓할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러한 감정을 전혀 보이지 않은 그가 너무나 건실한 청년으로 보였고, 그를 키운 양부모님들이 무척 훌륭한 사람들로 느껴졌다.
현 정권의 실세 중의 한명인 보건부 장관의 친아들로 뒤늦게 밝혀졌으면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한 낌새조차 보이지 않아 소박한 가족 재회의 휴머 드라마로
행복한 결말을 맺는 듯 하였다.
그런데 불과 몇 주 사이에 많은 호주인들을 감동 시킨 이 드라마는 또 하나의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언론에 노출된 Daniel 청년의 모습을
본 후, Kathy에게 연락을 취한 한 사내가 있었다.
바로 27년전, Kathy와 딱 하룻밤을 동침한, 소위 “원 나잇 스탠드”(one-night-stand)를 했던 한
사내가 Daniel의 얼굴을 보니 자신과 너무 닮아보여 본인의 아들 같다며, 친자 확인을 요청한 것이었다.
DNA 검사 결과 결국
Daniel은 Tony Abott의 아들이 아닌 것으로 확인 되었다.
너무나도 행복하게 결말을 맺을 것 같았던 휴먼 드라마의 갑작스러운 반전에 많은
사람들은 친모 Kathy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Tony Abott와 사귀던 중에
one-night-stand를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일부터, 본의는 아니였겠지만
지난 27년간 Tony Abott에게 본인이 아들을
입양시킨 아버지라는 정신적인 짐을 줬다는 점, 아들
Daniel에게 엉뚱한 사람을 아버지라고 소개한 점 등등 그녀에게 쏟아진 비난은 엄청 났다.
Tony Abott 장관은 그러한 대중에게 관용을 부탁했으며, 친아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지만 지난 며칠간 부자간의 정을 만들어 나가고 있던 Daniel 청년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언론의 자제 또한 부탁했다.
한국의 선거철이 다가 오면서 나는 요즘 이 사건이 자꾸 떠오르게 된다.
만약 한국 정치인 중에 미혼이던 대학생 시절 뜻하지 않게 가지게 되어 입양 보낸
아이가 나타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일지는 몰라도,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나면 그것은 아마 엄청난 스캔들로 비추어지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그러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끝났다고 간주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호주에선 한편의 휴먼 드라마라고 여겨지는 일이 한국에선 왜 스캔들일까?
문화적 차이, 정서적 차이, 서양 사회보다 억압 되는 성문화… 이러한 이유들을 사람들이 쉽게
열거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이유는 어찌 되었든, 왠지 모르게 그러한
사실이 조금 서글프다.
한국에서도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면 쉬쉬하고 숨기는 것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밝혀지고, 그럼으로 인해 스캔들이 아니라 휴먼 드라마로 느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호주에서도 정치인들은 별로 존경받지 못하는 부류들이고, 한국 정치인들 못지 않게 거짓말도 많이 하고 부도덕적인 일들도 많이 행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국의 정치인들은 너무 자신의 잘난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
같다.
요즘이 셀프 PR 시대라고는
하지만, 인간적인 냄새도 함께 났으면 좋겠다.
자신의 치부가 있어도 그것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고 그것을 또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선 – 비단 정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도 더 일반화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참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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