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진

[스크랩] 그 많던 리어카와 고물장수는 어디로 갔을까?

이바구아지매 2006. 7. 30. 06:28

 

 

그 많던 리어카와 고물장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물, 빈병과 엿 바꿔 먹었던 추억의 리어카가 그립다

리장
 

"착-착-칵-착착-칵-"

어렸을 적 부모님이 논과 밭으로 일을 나가신 한 낮
동네 어귀부터 정겨운 가위소리가 집안으로 들려오곤 했다.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동생과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하고 있던 것을 모두 놓아던지고 반사작용처럼 뛰어나가곤 했다. 그동안 한가득 집안에 모아두었던 빈병과 고물들을 잽싸게 짊어지고 말이다.
 
그리고는 마을길을 따라 느긋하게 유유히 리어카를 끌고 걸어오는 고물장수를 찾아가는 것이다.
 
매번 동네를 찾아오는 고물장수는 마을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심 공터(마당)에서 연신 가위질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한다.
 
 
"빈병이나 고물 사려!"
 
그러면 동네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손에 빈병이나 고물들을 들고 나오곤 했다.
 
동생과 나도 그 가위질 소리를 쫒아 고물장수를 찾아내어, 능수능란하게 온갖 잡다한 것들이 뒤섞여 있는 리어카 위에 가져온 부대자루에 담긴 빈병 개수를 세고 고물가지 수를 세어 놓는다.
 
그리고 고물장수 맘씨가 고울꺼라 최면을 걸면서, 셈한 것을 엿이나 강냉이로 바꿔내곤 했다.
정말 맘씨가 좋아 후하게 엿이나 강냉이를 얻어내면 동생과 난, 개선장군처럼 득이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 옛날에는 정말 별미였고 아이들에게 흔치 않은 주점부리였다.요즘은 강냉이를 쉽게 먹어볼 수 있다. 호프집에서 내오는 기본안주로 강냉이가 나오곤 한다.

 

 

그 많더 리어카는 어디로 갔을까?

 

그 때는 참 리어카가 많았다.

그래서 학교가는 길에도 동네 아이들과 뛰어놀 때도 어머니랑 시내로 시장을 보러 갔을 때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고물장수뿐만 아니라 농사꾼이나 장사치에게도 리어카는 훌륭한 짐수레 역할을 해내곤 했다. 아이들에게 둘도 없는 놀이기구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리어카가 내 곁에서 슬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리어카와 소달구지 대신에 경운기가 들어오고 아스팔트 도로가 나고 자동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어디론가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런 리어카를 찾아냈다.

퇴근길 인사동 뒷골목에서 말이다.

한 놈도 아니고 10 여대의 리어카를 말이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채 '이 놈들 잘 있었냐?'하고 연신 요리조리 살펴본다.

 

예전이나 다름없이 리어카는 두개의 고무바퀴와 짐을 엮기 위해 칭칭 둘러매 놓은 굵은 고무바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 상태가 양호하고 지금도 짐수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이던 리어카의 아랫둥치에 자물통이 채워져 있다.

주인이 있을꺼라 생각했지만, 몰래 리어카를 한번 끌어보고 싶었던 나는 이내 아쉬워하고 만다.

 

그리고 다시 추억과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퇴근길을 재촉한다. 

 

 

 

↑ 종각역 조계사앞 사거리에서 인사동을 가는 길, 태화빌딩(맥도날드 반대편 건물) 주차장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작은 골목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그곳에 리어카가 있다.

 

 

↑ 철파이프를 용접해 만든 프레임과 널판지, 고무타이어가 전부인 리어카지만 정말 쓸모있는 놈이다.

 

 

↑ 인사동으로 향하는 골목에 줄지어 리어카가 세워져 있다.

 

 

↑ 리어카는 주인에 따라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다.

출처 : 생명살림 그리고 초록희망
글쓴이 : 리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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