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만원의 행복

             만원의 행복

막걸리 잔의 크기가 달라
단골집을 옮긴 천상병 시인이 생각나
안주가 좋기로 유명한
전주의 막걸리 집을 찾아갔다.

막걸리 세병에 안주 공짜 만원,
소주 두병에 안주 공짜 만원,
안주는 무한 리필

이쯤 되니 손님이 장난이 아니다.
이놈의 세상 어려워서 그런지
번호표 받고 대기하는 사람도 많다.

막걸리 한주전자 시키니
첫번째 안주는 삼계탕 한마리,
두번째 안주는 두부 반모,
손바닥만한 돼지고기 한덩어리,
곰삭은 김장김치가 세트로 나온다.
세번째 안주는 족발
이쯤 되니 막걸리 한 주전자가 금새 말라버렸다.

한주전자 더 시켰더니
살짝데친 오징어 한마리,
하이얀 천일염위에 불그스레한 대하 한 양푼,
조금더 있자니 병치회 한접시

이렇게 팔아도 남는것이 있을까?
주인말이 걸작이다.
한주전자 팔면 손해요
두주전자 팔면 본전이고,
세주전자 팔면 이익이 남는단다.

막걸리 한주전자 더먹고 발길 옮기는데
마음도 배도 넉넉한 밤이었다.

다음에 다시 찾아가되 세주전자는 필히 먹으리...

출처 : 주훈

글쓴이 : 엄주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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