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밭과 바다밭을 넘나들며
모진 삶을 살아온 제주
여인들 -
나는 그분들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변방의 섬, 수탈의 섬
통곡의 섬, 죽음의 섬
사나운
바람이 섬을 할퀴고 지나갈 때마다
시린 가슴 끝에 걸린 저 멀리 수평선,
그 어디메쯤 이어 이어 이어도가 있으려나
혼백되어
떠도는 서방님이 오시려나
(이어 이어 이어도 허라
이어라 하면 나 눈물 난다
이엇 소리엔 나 눈물
난다)
화산섬 제주의 심장...역사
뼈와 살, 그리고 흐르는 피
나는 제주 여인들을 이어도라
부른다.
희망이라 부른다.
- 화산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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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여인이 어우러져 맷돌을 갈고 있다. 맷돌을 제주에서는 '고레'라 부르는
데 보리쌀을 으깨거나, 메밀을 갈아 쌀이나 가루를 만들고, 콩을 갈았다. 대량의 곡식을 갈 때는 연자매를
이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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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노동에 길들여진다. 일손이 부족한 제주에서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아기 보는 일부터 땔감하기, 해산물 캐기, 탕건 겯기 등을 하며 집안 일을 도왔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어머니와 나란히 땔감을
해서 등짐을 지고 가는 소녀 모습이 안스럽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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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는 물이 귀했다. 물긷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집안에 물이 떨어진다는
것은 생존적 게으름을 나타나는 일이므로 물긷는 일에 소홀할 수 없었다. 과거에 샘이 먼 마을은 왕복 4∼5km까지 가서 물을 길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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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방산 쪽 마을 여인들이 물허벅을 지고 집으로 가고 있다. 부리는 좁고 배는
불록하며 바닥은 평평하며 운반하는 여인들이 등에 지고 다녀도 쉽게 물이 흐르지 않게 만들어졌다. 허벅은 대를 쪼개 만든 물구덕에 넣고 이고
다녔다. 이 물허벅에는 제주여인들의 고단한 삶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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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콜방애 고들베 지엉 저녁이나 볼근 때 허라"는 구절의 민요가락이 있다.
1950년대 제주 초가마당에서 세 여인들이 번갈아 가며 찧고 있는 것이 세콜방애다. 손발이 잘 맞아야 잘 찧을 수 있다. 여기서 '방애'는
'남방아'를 말한다. 셋이 찧으면 세콜방애, 넷이 찧으면 네콜방애다. 서툰 사람은 세콜방애도 박자가 안맞지만 손발이 척척 맞는 여인들은
다섯콜방애도 찧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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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마차를 끌고 있는 제주여인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소달구지를 끌고
울퉁불퉁 돌 자갈길을 얼마나 다녔을까. 이경모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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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보통 '애기구덕'(요람)에 눕혀 키웠다. 생후
1년에서 3년까지 애기구덕에서 자라게 된다. 애기구덕은 보통 대나무로 만들었다. 통의 중심쯤에 그물을 엮고 그 위에 짚을 넣은 다음 기저귀를
깔았다. 구덕은 노동에서 자유롭지 못한 어머니들이 일을 하면서도 아기를 재우거나 달래는 기능을 할 수 있었다. 또 제주의 아기들은 밭일이나,
바닷일이나 일에서 해방되지 않는 어머니들을 따라 구덕에 눕혀 일찍부터 바깥구경을 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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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뭍을 넘나들며 생존을 위해 바지런한 삶을 꾸려온 제주잠녀는 제주여성의
상징이다. 잠녀들은 제주바다는 물론 육지와 해외 물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질을 마치고 뭍으로 올라오는 잠녀의 어께에는 생명줄인 테왁과
망사리(해산물을 담는 그물망)가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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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제주잠녀들은 무명으로 만든 물옷을 입고 물질했다. 지금은 고무옷이
있어 웬만한 추위를 견딜 수 있었지만 예전에는 입이 새파랗게 질릴 정도의 추위도 견뎌내야 했다. 1970년대 초기 일본에서 검은 고무옷이
들어오기 이전까지 입었다. 물옷은 물적삼(상의), 소중이(하의), 머리에 쓴 물수건을 포함한 말이다. 사진은 서귀포의 잠녀들이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바다 속에 헤엄쳐 나가는 이들은 바다밭이 멀지 않아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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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뭍과 바다를 넘나들며 삶을 꾸려온 제주여성들의 삶은 노동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밭과 바다를 따라다녔던 제주 아이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동생을 돌보는 '애기업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제주도에서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여인이 아랫도리를 벗은 두 아이를 함께 업은 모습이 눈에 밟힌다. 아기 업은 소녀는
맨발이다. |
- 이 귀중한 사진들은 교육자이자 예술가, 민속학자로서 질곡같은 삶을 살아오신 만농(晩農) 홍정표(洪貞杓) 선생님의 작품들입니다 -
출처 : 내 마음속의 굴렁쇠
글쓴이 : 화산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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