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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별을 위한 준비

이바구아지매 2006. 10. 13. 08:30
 

          이별을 위한 준비


 인간이 인세(人世)라는 집단에 구성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으로 만남을 들 수 있다.

생명이 인간이라는 동물로 선택되어지는 첫 순간에 어머니와의 상봉을 시발점으로 우리가 사는 것은 끊임없는 만남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만남이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가 인간임을 알 수 없고 나의 존재를 타인과 구별해서 생각할 수 없으며 땅덩어리의 한 끝에 버려진 돌덩이에 목숨이라는 것이 추가된 것과 같은 무의미한 존재였을 것이다.

 만남의 폭을 더 확대해서 대지(大地)와의 만남, 물상(物象)과의 만남, 더 깊이 파고들어 하나의 영혼이 인간이라는 형태를 지닌 육신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존재조차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생명이기 위하여, 인간이기 위하여 가장 근본적으로 요구되었던 것은 만남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철학자도 과학자도 아니므로 더 폭넓은 의미의 만남을 위해 캐고 들어간다면 논리성과 타당성이 결여된 우스꽝스런 이론이 생길 수 있기에 만남을 인간과의 관계로 극히 제한하여 생각해 볼 예정이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과 만나게 되는 것일 뿐, 상상으로 어떤 이를 만나겠다는 바램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만남은 앎이다. 만남은 타인을 지인(知人)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그리고 지인으로 확보된 타인은 나의 사상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주어서 우리들을 정신적으로 성장시키고, 우리들은 취사선택으로 해야 할 바를 결정짓기도 한다.

 취학이전 선악의 경계를 어렴풋이 알게 해준 부모, 학창시절 우리들이 이만큼 심사숙고 할 수 있는 사색의 원천인 지식을 제공해준 교사, 자신의 사고방식과 지(地)를 비교하며 추적하고 추월하게 해준 친구들......

 나이가 들어서 이성을 느꼈을 때의 만남은 어떤가? 청년기시절에 만남이란 제목으로 사색하기를 요구한다면 누구나 한번쯤 이성과의 만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 중에는 평생의 반려자로 약속한 만남도 있을 테고 외로운 싱글로 버려두고 떠난 만남도 있을 것이며 혼자 가슴앓이를 하다가 흐지부지 해버린 만남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별로 마무리 지어진 만남을 놓고 때로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우리는......”

 우리가 생(生)의 열차에서 만남이란 이름의 합석을 하고서 도중하차를 하던지, 종착지까지 가던지, 결국 인간이 흙 속에 묻혀 한 줌 흙으로 화(化)해가는 것이고 보면 만남의 종착지는 이별이다. 따라서 만남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인간과 인간과의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성실하게 살고 떠나갈 때, 우리의 모습은 남은이의 가슴 한 구석에 좋은 이미지로 자리 잡혀 때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늘 긍정적으로 기억되는 만남을 추구하며 산다.

 나는 오늘도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이 소중하게 처리되길 갈구한다.

 멋진 이별을 위하여......


      (1987년 7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예지

   <반월 2호>에 공동제수필 만남이란 주제로 수록되었던 글

출처 : 이 소중한 날들
글쓴이 : 호주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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