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말똥풀(질경이풀)이야기
옛날 어느 시골에 억쇠라고 하는 청년이 살고 있었어. 이 청년이 어찌나 미련한지 몰라. 어느 정도냐면,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니가 "세수해라"하잖아. 그러면 "그만둬라"할 때까지 하루종일 세수를 하고 있는 거야. 또 친구들이 놀린다고 돌을 떡이라고 주면 그게 떡 인줄 알고 좋다고 먹다가 이빨이 뿌러지기도 해. 만져보면 금방 알잖아. 이러니 얼마나 답답하겠어. 오죽했으면 부모님조차 곰이라고 불렀을까. 근데 이 억쇠가 스물이 넘어도 계속 그러는 거야. 그런 억쇠의 부모맘은 하늘이 숯검정이 될 지경이야. 맨날 속터져서 한숨만 쉬고.
그러다가 억쇠 아버지가 결심을 했어. 도저히 그냥 볼 수만 있어야지.
"아무래도 저 녀석을 그냥 두었다간 영 바보가 되고 말겠소. 사람이 집을 나가면 깨치는 수가 있다니까 우리 한번 저 녀석을 내보내 봅시다."
하는 거야. 어머니는 가슴이 찧어지는 듯 했지. 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는데 별수 있나.
그래 그 길로 억쇠는 집을 나섰네. 어디 갈 곳이 있어야지.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걷는 거지 뭐. 마침 가을이라 여기저기 벼들은 누렇게 익어가고 산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어. 그러니 가다가 배가 고프면 산열매 따다 먹고 날이 저물면 아무 곳에서나 누워 자고 걱정이 없어.
그러던 어느 날, 억쇠가 산골짜기를 어슬렁 걸어가는데 아 저기 멀리 빈집이 하나 보이네. 마침 다리도 아프고 해서 들어가서 누웠지. 아 근데
"히히히, 히히히,
네가 올 줄 알았어.
히히히. 히히히……."
하면서 난데없이 요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 억쇠가 놀래서 벌떡 일어났지.
저쪽 어두운 구석에서 얼룩덜룩한 암도끼비가 '쓱' 나오더니
"히히히, 놀랄 것 없어. 나도 알고 보면 마음씨 착한 도깨비야. 너 오늘부터 나랑 살자. 히히히히… 히히히.…"
하네. 억쇠 눈이 왕방울 만해져가지구 암도깨비를 보니까 그렇게 무섭게 안 생겼거든. 그래 안심이 되는지 "그래요." 하는 거야.
그러니 도깨비가
"히히히. 좋아. 그러면 넌 내 말을 잘 들어야 돼. 만약 너, 내 허락없이 집을 나가기만 하면 넌 내 손에 죽어!" 그랬어.
그래 이날부터 억쇠는 암도깨비네 집에서 도깨비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살게됐거든.
근데 한 일년쯤 살았나. 억쇠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 미치겠는 거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도깨비한테 부탁을 했지.
"나 말이요. 어머니가 보고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집에 가봐야겠어요."
"그래? 그럼 가봐야지."
의외로 순순히 허락을 해주네. 그러면서
"여봐라. 얼룩말아, 이리 온."
하니까 얼룩말이 뚜벅뚜벅 걸어와. 그래 도깨비가 얼룩말 엉덩이를 '툭툭' 때리니까 말 궁둥이에서 노란 금돈이 땡그랑 땡그랑 쏟아지는 것 있지. 몇 번이나 때려도 금돈이 쏟아져 나오네. 억쇠가 놀래서 쳐다보니,
"이것을 타고 가. 아마, 쓸데가 있을 거야."
하면서 도개비가 줬어.
그 다음날 억쇠가 얼룩말을 타고 갔지. 가는 길에 날이 저물어 어느 주막집에 들렸어. 억쇠가 주인에게 얼룩말을 맡기면서
"저 말이요, 이 말은 아주 귀한 말이니 잘 맡아주오." 했어.
그래 주인이 염려 말라고 하는데 억쇠가 또
"그리고 말이요, 절대로 말 궁둥이를 툭툭 때리지 말아요."
하는 거야. 주인이 들으니 웃기잖아. 말 궁둥이를 때리지 말라니, 그래 억쇠가 잠든 밤에 주인내외가
"아무래도 저 총각의 말이 수상하잖아. 우리 가서 말궁둥이 좀 한번 때려 봅시다."
하면서 마구간으로 갔네. 그리고 말궁둥이를 '툭툭' 때리니까 궁둥이에서 갑자기 금돈이 마구 쏟아지는 거야.
이것을 보니 주인내외가 욕심에 생기잖아. 그래 자기네 말과 얼른 바꿔 매놨지.
이것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잘 잔 억쇠는 말을 타고 집으로 갔거든.
그래 집에 가자마자 말 궁둥이에서 금돈이 나온다고 막 자랑을 했지. 부모님들과 이웃 사람들 다 모였는데, 말 궁둥이를 툭툭 치니까 말이 "흐흥" 하면서 울더니만 똥만 뚝뚝 싸는 거야. 그러니 부모님들은 얼마나 속상해. 아버지가 "이런 미련한 곰 같으니. 아직도 그 짓이야. 당장 나가!" 하면서 내쫓아버렸어.
집을 나온 억쇠는 할 수없이 또 도깨비 집으로 다시 갔어. 도깨비가 억쇠 얘기를 다 듣더니 자기랑 일면만 더 살으래.
다시 일년이 지났지. 억쇠가 집에 가려니까 도깨비가 이제는 방망이를 하나 주는거야.
"이 방망이는 나쁜 사람을 때리라고 하면 두들겨 패는 방망이야. 이것을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꺼야." 하면서 어디로 사라지는 거야.
억쇠가 방망이를 들고 집으로 가면서 전에 묶었던 그 주막으로 갔어. 그리고 주인한테 방망이를 또 맡겼지.
"절대로 이 방망이보고 '때려라!'하지 마시오." 하고 일르면서.
그날 밤 주인이 가만히 있겠어. 이번에도 틀림없이 신기한 방망일거라 생각하고 억쇠가 잠들자.
"때려라."하고 한마디했어.
그러자 방망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주인 내외를 마구 때리는 거야. 주인집 여자가
"사람 살려!"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주인은
"총각, 내가 잘못했으니 좀 살려주소." 하면서 비네.
그래 억쇠가 나오니까
"작년에 총각이 맡긴 말 도로 줄테니, 제발. 살려 주소."
하는 거야. 그래 억쇠가 "그만 때려라"했지.
그래서 말을 도로 찾았어. 억쇠는 신나게 집으로 갔지. 그리고는 억쇠네 집은 말 덕분에 금방 부자가 되고 억쇠도 곰이라는 소리를 안들었대. 근데 사람이 욕심을 너무 부리면 벌을 받잖아? 억쇠네도 너무 욕심을 부렸던거야. 매일 말 궁둥이만 때렸거든. 그랬더니 그 말 궁둥이가 빨갛게 불덩이처럼 되더니만 말도 타버리고 집도 타버리고 말았대. 다만 금돈이 쏟아진 그 자리엔 말똥 모양의 풀이 솟아나기 시작했는데 그게 말똥풀(질경이 풀)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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