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희곡과 함께 문학의 대표적인 장르 가운데 하나. | ||
소설은 시나 희곡과는 달리 형식적 특징이 부족하고 대부분 무정형에 가깝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문학 장르). 'novel'은 '새로움'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novus'가 이탈리아어 'novella'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던 것이며, 이탈리아어의 경우 '옛날부터 알려진 이야기와 구별해서 독자적인 새로운 이야기'라는 의미에 적어도 명목상으로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졌을 것이다(→ 노벨라). 따라서 '짧은 산문 이야기'뿐만 아니라 뉴스(news)라는 이중적 의미로 사용되었고, 18세기부터 점차 현재의 의미로 정착되었다.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소설이 "상당히 긴(보통 1권 또는 수권에 해당하는 분량) 허구의 산문 이야기로, 과거 또는 현재의 인생을 보여주는 인물과 행동이 다소 복잡한 플롯 속에 묘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여기서 '실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되었으나, 실제 인생을 묘사하는 것이 오로지 소설만의 특권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한 '과거 또는 현재의'라는 정의도 대부분의 소설이 현재를 문제삼기 때문에 주로 과거를 다루었던 소설 이전의 '이야기'와는 다른 점이다. 그리고 '다소 복잡한 플롯 속에 묘사되어 있다'라는 정의는 무엇보다 소설을 다른 종류의 산문 이야기와 구별하는 단서가 되었다. 서양에서 소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A. 케틀은 봉건주의의 붕괴를 들고 있으며, 16~17세기에는 시가 당대의 정신을 대변해주었지만 18세기로 오면서 산문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중국에서 소설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문헌은 〈장자 莊子〉이며, 〈외물편 外物編〉에 "대체로 작은 낚싯대로 개울에서 붕어새끼나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큰 고기를 낚기 어렵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설을 꾸며서 그걸 가지고 현(縣), 수령의 마음에 들려 하는 자는 크게 되기 어렵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장자가 살았던 당시에는 소설이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는 말재간을 뜻했으며,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장자도 다분히 경멸조로 사용했다. 〈한서 閑書〉의 예문지(藝文志)에는 "소설가라는 것은 대개 패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소설이란 길에 떠도는 이야기와 항간에서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렇듯 중국의 초기 소설은 대부분 서술적인 것이 아니라 잡론적인 것이었으며 내용도 황당무계한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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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사실과 허구의 구별을 요구하는 문명시대의 소산물로서 꾸며 만든 이야기, 즉 허구적인 문학형식이다. 그래서 이론가들은 소설의 첫번째 특징을 허구성으로 보았으며, 특히 르네 웰렉은 소설 전단계의 '이야기'는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고 소설은 '가공의 역사'임을 강조했다. 소설의 흐름을 살펴보면, 로맨스 작가들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을 허구라 여겼고, 근대 사실주의 이후의 작가들은 있을 법한 일을 그려내는 것을 허구의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허구는 단순히 '사실의 재생'이라는 뜻 이외에 '진리와 진실의 전달'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되었으며, 특히 마빈 머드릭은 '행위를 규정하는 언어'인 운문 형태의 허구와 '성격을 규정하는 행위'인 산문 형태의 허구로 나누고, 전자는 서정시에서 서사시까지 포함하고 후자는 주로 단편·장편 소설을 가리킨다고 했다. 소설의 2번째 특징으로 모방성을 들 수 있다. 플라톤이 모방을 저급한 상태의 것이 고급의 것, 완성된 것을 본뜨는 행위로 해석한 데 이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을 대상을 재현하고 재구성하는 창조적인 능력으로 재해석하기에 이르렀다. 소설가는 일반적으로 그 작품에 사실의 권위를 부여하려고 하는데, 특히 초기의 소설에는 편지나 회상 등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말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본뜬 것이 많았다. 사실주의 정신이 모방성을 통해서 구체화될 수 있다고 본 에리히 아우에르바흐는 일상사를 심각하면서도 정직하게 다루려는 데서 사실주의 정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소설의 3번째 특징으로 산문을 들 수 있다. 소설 이전의 '이야기'는 내용이 다분히 과거와 연관되어 전설적이고 어투도 대부분 시적이었으나, 소설은 진실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산문이라는 일상어를 사용한다. 즉 짧은 시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감정 등을 모두 드러낼 수 없으므로 산문을 통해 정확하고 진실되게 표현하려는 것이다. 또한 인류 초기의 문학적 표현형태는 대부분 공적이고 낭송적인 데 반해, 소설은 이러한 공적·낭송적 전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가의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문학형식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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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plot)을 구성(構成) 또는 구조(構造)라고 번역하기도 하나 플롯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화되어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플롯의 어원은 대체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와 있는 mytho에서 찾는데, mytho는 플롯 말고도 '스토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N. 프라이는 플롯을 "차창을 통해 시선을 집중시키는 나무들과 집들", 스토리를 "앞마당에 내던져진 잡초와 돌들"이라고 비유했는데, 여기서 플롯은 일종의 연속성을 지닌 동적인 구조임에 반해 스토리는 개체성을 지닌 정적인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또한 E.M. 포스터는 플롯을 "인과관계에 중점을 둔 사건의 서술", 스토리를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리된 사건의 서술"이라고 보았다. 플롯의 수법은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예술적 의도에 따라 달라지고, 소설의 내용도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삶에서 직접 취하기는 하나 그것을 소설화하는 방법은 삶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플롯이 "스토리가 낯설게 되고 창조적으로 뒤틀려지고 소외되게끔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소설의 플롯에 대해서는 크게 2가지로 논의된 바 있다. 첫째, 일정한 예술적 효과를 낳는 데 필요한 서술상의 기술로 보려는 형태론적 플롯론이고, 둘째, 인물·사건·사상 등 소설의 여러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종합하는 본질적인 힘으로 보려는 주제론적 플롯론이다. 따라서 플롯은 기교나 주제 어느 쪽에 중심을 두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대다수 소설가와 이론가들은 소설에 플롯이 꼭 필요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소설가들은 플롯을 미리 머리 속에 생각해두었다가 그에 따라 작중 사건들을 엮어나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갈등·위기·해결의 3가지로 나누었으며, 구스타프 프라이타크는 해설·분규·위기·절정·결말의 5가지로 나누었다. 이 2가지를 기본으로 많은 학자들이 자기가 만든 용어로 플롯을 분류했는데, 예를 들면 P. 굿맨은 진지한 플롯, 희극적 플롯, 소설적 플롯으로, 노만 프리트만은 운명(사건)의 플롯, 인물(성격)의 플롯, 사상의 플롯으로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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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을 작중인물이라 하며, 작품 속에서 사건을 주도해가는 인물을 주인공이라 하고 그외 부수적인 인물을 부주인공이라 한다. 작중인물은 소설의 구성요소 중에서도 그 작품이 잘 되었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작가는 인물의 성격창조에 있어 작가가 직접 표면에 나서서 해당 인물의 성격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쓰거나 아니면 일정한 사건이나 행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물의 성격을 암시하는 방법을 쓴다. 전자는 '말하기'(telling) 또는 직접적 성격묘사에 해당되고, 후자는 '보여주기'(showing) 또는 간접적 성격묘사에 해당된다. 또한 소설은 작중인물 사이의 갈등구조로 전개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런 관점으로 보면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는 시종 대립관계에 놓이게 된다. 프로타고니스트는 작가 자신이 긍정하려는 것이나 긍정의 감정을 독자에게 전하려는 대상으로 설명되며, 안타고니스트는 작가나 독자가 끝에 가서는 부정하거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설명된다. 신화에서의 신과 악마의 대립, 서사시나 로맨스에서의 영웅과 악인의 대립은 결국 소설에 와서 선악의 대립구조로 재현되는 것이다. 특히 근대 이후의 소설에서는 도덕적 관점이 더욱 강조됨으로써 선악의 대립구조는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대개 작가는 주요인물과 소인물을 그려낼 때 각각 다른 방법을 취한다. 주요인물은 대개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방법으로 그려지는 데 반해 소인물은 주요인물을 좀더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한 보조장치에 지나지 않으며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소설가는 인물을 창조하려 할 때 이식(移植)과 순화(馴化)의 2가지 원칙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작중인물의 모델은 현실세계에서 취해오지만 일단 그 모델을 작품의 분위기에 알맞게 이식해야 하고, 그 작중인물은 작가의 요구, 플롯, 주제, 다른 등장인물이나 작품 전체의 분위기 등에 잘 '들어맞게끔' 만들어져야 한다. 서구의 작중인물이 가톨리시즘, 귀족 중심, 지중해 중심에서 프로레스탄티즘, 부르주아 사회, 대서양 중심으로 바뀐 점으로 미루어 작중인물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상의 위치는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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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테마(thema)라 불리는 주제에 대해서는 작가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뜻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런가 하면 구체적으로 작가가 작중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추상화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사건·인물·배경 등 여러 요소를 통합시켜주는 형이상학적 에너지라는 견해도 있다. 흔히 일반인들은 주제와 제재를 혼동하기 쉬운데, 주제가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그 무엇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제재는 주제를 낳기 위해 동원되는 재료나 근거, 예를 들면 인물이나 사건 등을 가리킨다. 주제에 대한 이론을 구체화시킨 R.C. 메러디스와 J.D. 피츠제럴드는 새로운 각도에서 주제의 본질을 설명했다. 이들에 의하면 문학작품을 해설할 의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국어교사나 문학비평가) 제일 먼저 그 작품의 주제를 알아보려 한다고 전제하고, 〈죄와 벌 Prestuplenie i nakazanie〉·〈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 등의 소설을 분석한 끝에 주제를 '삶에 대한 느낌과 비판', '선악의 갈등구조'로 규정했다. 또한 로버트 스탠턴은 주제는 "스토리에 어울려야 한다"고 전제하고, ① 주제는 스토리 속에 있는 뚜렷한 디테일에 대해 적합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며, ② 주제분석의 결과는 스토리의 어떤 디테일과도 모순되어서는 곤란하고, ③ 스토리 속에서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았거나 암시되지 않은 증거에 근거를 두고 주제분석을 꾀해서는 안 되며, ④ 결국 주제분석은 스토리에 의해 직접 암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제는 스토리에 의해 암시되어야 하고 제작구조로서의 통일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작가가 한 작품에서 여러 가지 주제를 드러내려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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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이란 작가가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이나 관점을 말한다. 소설은 일정한 이야기가 내포된 서술구조이므로 이를 독자에게 흥미롭게 전달해줄 화자 또는 발화자가 필요하게 된다. 작가와 일치되면서 작중의 인물이 아닌 화자를 '극화되지 않은 화자'(undramatized narrator)라 하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중의 한 인물로 나타난 화자를 '극화된 화자'(dramatized narrator)라 한다. 또한 소설 속에서 극화된 화자가 전혀 없을 경우를 '함축된 작가'(implied author)라 하며, 이때의 작가는 작품 전체의 흐름을 지켜보는 존재이다. 이를 부드는 '단순한 관찰자', '대리화자'(代理話者), '자신을 작가로 의식하는 화자'로 분류하기도 했다. 시점의 문제는 일찍이 소설가나 이론가들에게 큰 관심사였으며, 헨리 제임스는 '거리'·'착각'의 개념과 함께 시점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고 P. 라보크도 저서 〈소설의 기교〉에서 시점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시점의 분류방식에 대해서 F.K. 스탄젤은 ① 주석적(註釋的) 서술, ② 1인칭 서술, ③ 인물시각적 서술로 나누었는가 하면, 브룩스와 워런은 ① 1인칭 서술, ② 1인칭 관찰자 서술, ③ 작가관찰자 서술, ④ 전지적 작가 서술로 나누었고, 스탠턴은 ① 중심인물로서의 1인칭 시점, ② 주변인물로서의 1인칭 시점, ③ 제한적 3인칭 시점, ④ 전지적 3인칭 시점으로 나누었다. 이중 브룩스와 워런의 분류방식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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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있어 배경은 작중인물과 행동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배경의 요소로는 ① 소설의 행위와 사건이 일어나는 실재의 장소, ② 행위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 ③ 인물들의 생활양식과 인습, ④ 등장인물들의 종교적·사회적·정서적 환경 등이 있다. 이중 무엇보다 중요성을 갖는 요소는 장소와 시간이다. 소설을 읽는 독자는 화면으로 보여주는 영화와는 달리 설명과 묘사에 의해 그 작품의 배경을 상상력으로 구체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있어 아도르노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구속하고 하나의 이미지만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영화는 예술 장르가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브룩스와 워런이 〈소설의 이해〉에서 "사실감 있게 구축된 배경은 그 배경 속에서 활동하는 인물과 행위의 사실감을 보장해준다"고 언급했듯이, 배경은 한 작품의 지배적인 분위기,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능동적으로 호응하게 하는 지배적인 정서적 상황을 조성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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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품의 분량이나 구조, 작중인물, 작자의 의도 등에 따라 여러 각도에서 분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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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의 〈옥스퍼드 사전〉에서도 "상당히 긴"이라고 정의된 바 있듯이 소설은 작품의 분량에 따라 정확하게 구분됨이 없이 대체로 200자 원고지 70매 안팎을 단편이라 하고, 그보다 긴 것은 장편이라 한다.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단편과 장편 사이에 중편소설을 끼워넣거나 연작 장편소설을 대하소설이라 하여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영어권에서는 단편을 'short story', 장편을 'novel'이라 하는 데 비해, 유럽에서는 단편을 'novella' 또는 'novelle', 장편을 'roman'이라 한다. 단편소설에 대해 최초로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J.W. 괴테로서, 그는 단편소설에는 반드시 '새로운 것'과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독일의 낭만주의 학자들도 단편소설의 이론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는데, 특히 F. 슐레겔은 "단편소설은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경이적인 모멘트라든가 또는 매혹적인 모멘트를 내포하고 약속할 수 있음직한 형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단편소설의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학자는 독일의 P.J.L. 하이제로서, 단편소설에서는 행동의 통일, 상황의 예리함, 묘사의 명료함이 필수적이므로 "하나의 갈등이 하나의 범위 속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언급했다.
장편소설을 가리키는 'roman'이라는 용어는 12~13세기경 서구에서 라틴어를 모르는 서민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던 로망스어(語)로 씌어진 이야기를 가리키는 데서 비롯되었으며, 18~19세기에 지금의 장편소설로 굳어졌다. 장편소설은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장편소설 이론에 있어 많은 업적을 이룬 이들은 변증법론자들이다. 그중에 특히 G.W.F. 헤겔은 장편소설을 '부르주아 서사시'라 이름붙였는데, 이는 부르주아지들이 고대의 기사적 서사시에 대립되는 새로운 것으로서 자기의 대(大)이야기적 문학양식을 만들었다는 데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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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제임스의 〈사자(使者)들 The Ambassadors〉(1903)과 같은 '극적' 또는 '장면 중심'의 소설에서는 몇 개의 중요한 장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이들 장면들은 극에서와 마찬가지로 상세하게 제공된다. 따라서 초점을 좁히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공간이 제한된다. 이와 반대되는 작품으로 W.M.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 Vanity Fair〉(1847~48)을 들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파노라마 소설에 해당된다. 소설가의 관점이 상당히 넓은 시간과 공간에 미치고 있으며 이야기의 진행은 극적이라기보다는 작가에 의한 그때그때의 해설이나 평가를 연상하게 된다. L.N.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Voina i mir〉(1864~69)도 이런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이 작품에서 소설가의 관점은 시간과 공간 양쪽에 미치게 된다. 공간에 중점을 둔 경우는 R.L.B. 스티븐슨의 〈보물섬〉(1883)과 같은 모험소설이나 T.G. 스몰릿의 〈로더릭 랜덤의 모험 Adventures of Roderick Random〉(1748)과 같은 악한소설이다. 현대에 올수록 시간의 흐름을 보다 강하게 의식하여 쓴 A. 베넷의 〈늙은 부인들 이야기〉(1908)나 J. 골즈워디의 〈포사이트가 이야기〉(1922) 등과 같은 연대기소설이 등장했다. 또한 시간의 설정에 따라 역사소설·시대소설 등 다른 방식의 분류도 가능하게 되었으며, 여기에는 적어도 3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실제 역사상의 인물이나 행동에 기초한 소설로서, 로마 시대를 훌륭하게 재현한 R. 그레이브스의 〈나, 클라우디우스 I, Claudius〉(1934)와 같은 역사소설이 있다. 둘째, 이와 반대되는 것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생생한 묘사로 근위병 삼총사의 우정을 그려낸 A. 뒤마의 〈삼총사 Les Trois Mousquetaires〉(1844), M.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6)와 같은 역사 로맨스나 시대소설이 있다. 여기서 과거란 단지 흥분을 자아내는 이국적인 배경으로 사용된다. 셋째, 역사적 배경은 사실이지만 주된 인물과 행동은 허구인 정통 역사소설이 있는데, 그 전형으로 W. 스콧의 〈웨이벌리 Waverley〉(1814)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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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작중인물의 종류와 역할은 몇 가지 중요한 소설 전통의 기초를 이루어왔다. 가장 오래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소설은 이야기를 통일시키는 기초를 단일한 중심인물 위에 두는 소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작중인물이 "우리보다도 뒤떨어져 있는" 경우는 악한소설이 되는데, 예를 들면 토마스 만의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1954)처럼 도덕적·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에 한해서 사용된다. 영웅도 아니고 악한도 아닌 일반적인 도덕의 범주 내에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는 보통 전기적 소설로 수적으로 가장 많을 것이다. 이것 또한 여러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자기의 전생애를 말하는 D.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1719)와 같은 소설이 예전에는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주인공의 전기 일부, 특히 청춘기의 사회적·정신적 체험을 다룬 소설이 있는데, 예를 들면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821~29)로 독일의 분류법에 의하면 교양소설에 해당된다. 이것의 아류가 예술가소설로서 J.A.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4~15)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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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은 교훈소설이나 선전소설로서, H.E.B.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1852)이 전형적인 예이다. 이 소설은 오늘날에도 종종 읽히고 있으나 작가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한 시기밖에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문학적 견지에서 훨씬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도를 공공연히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소설적 의미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경우이다. 근대소설의 대부분은 이러한 것이어서 H. 필딩이나 A. 트롤로프처럼 작가가 독자를 향해 직접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을 직접 문자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주요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야기형식으로 로맨스와 우화(fable)가 있다. 로맨스와 우화 모두 소설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지만, 근대적인 형태의 것들은 언뜻 일상생활처럼 꾸며져 있어 소설 속에 포함되는 경우도 많다. 로맨스는 현실의 세계인 것처럼 묘사했다 하더라도 사실은 반드시 어딘가 이상화되어 있고, 우화는 이야기가 주는 흥미의 핵심이 일반적인 도덕적 교훈에 있어서 이야기 자체의 흥미와는 다른 것이다. 때로는 J. 버니언의 〈천로역정 The Pilgrim's Progress〉(1부 1678, 2부 1684)의 주인공 크리스천과 같이 작중인물에 붙여진 우의적인 이름에서 작가의 특별한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으며, S. 존슨의 〈래실러스 Rasselas〉(1759)나 볼테르의 〈캉디드 Candide〉(1759)와 같이 작가의 목표가 일반적인 관념일 경우 굳이 소설이라 이름붙이지 않아도 될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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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는 기존의 이야기 형식 가운데 제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호메로스에 의해 그 위엄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비평가들은 일찍부터 소설의 새로운 형식과 서사시와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비평가들은 18세기에 들어와서 서사시가 특정한 종류의 문명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소설이란 장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뒤 헤겔은 이러한 대조를 한층 더 추진하여 근대문명은 산문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시적·영적인 동경과 생활의 산문적 현실과의 분열이야말로 소설의 전형적인 주제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스에서 로맨스 또는 소설이 생겨난 것은 서사시보다 훨씬 뒤의 일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문학의 부활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영웅적인 문학이 먼저 생겨난 다음에 낭만적인 문학이 등장했다. 중세에는 민중의 일상생활에 가장 가까운 2가지의 문학형식이 있었는데 주로 도시 신흥중산계급의 오락용 문학이었다. 우선 운문에 의한 세간이야기라고 해야 할 '파블리오'(fabliaux)는 대부분 하층민의 애욕에 얽힌 이야기였으며, 12~13세기 프랑스에서 발달했다. 다음으로 근대소설로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14세기 피렌체에서 발달한 보다 부유하고 교양 있는 상인계층의 대중 작품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1349~51)으로 근대 단편소설의 기초를 마련한 작품이다. 이러한 문학형태를 극복하고 근대적 소설의 형태를 뚜렷이 보여준 작품은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전편 1605, 후편 161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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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소설이 일제히 개화, 결실을 보게 된 것은 18세기이며 특히 영국이 그 중심지가 되었다(→ 영국문학). 영국이 중심지가 된 이유는 1642~49년의 청교도혁명과 1688년의 명예혁명을 거쳐 다른 나라보다 먼저 근대적 시민층, 즉 상인을 중심으로 한 중산계급이 사회적·경제적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중세적 규범에서 벗어나 자기 주변의 생활과 사회를 있는 그대로 그릴 자신감이 생겨났고, 그러한 표현을 기쁘게 맞아들이는 새로운 독자층이 형성되었다. 그 첫번째 작품이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이며 무인도의 표착이란 이상한 사건을 다루면서 놀랄 만큼 철저하게 사실 중심의 진실한 묘사로 일관했다. 후세에 끼친 영향이라는 면에서 디포를 확실히 뛰어넘는 S. 리처드슨의 〈파멜라〉(1740)는 당사자의 체험 중심이라는 방식, 시민적 생활방식의 자랑스러운 표현이라는 면에서 디포의 소설과 공통적이다. 또한 〈파멜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택했다는 점에서도 한층 대담한 시민적 새로움을 발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인공들은 중세 로맨스나 서사시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후세 문학가들은 리처드슨을 '근대소설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 뒤를 잇는 작가가 필딩이며 이어 스몰릿, L. 스턴, J. 오스틴이 근대소설의 기초를 닦았다. 이중 스턴의 〈트리스트럼 섄디 Tristram Shandy〉(1759~67)는 확실히 어떠한 약속이나 전례에도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소설이다. 또한 무정형한 소설 장르의 특질을 잘 보여주어 20세기의 J. 조이스나 B. 울프의 이른바 '의식의 흐름' 소설이나 '반소설'(反小說)의 실험과 일맥상통하는 선구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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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들어서 소설 장르의 중심지가 영국에서 프랑스로 옮겨졌다. 소설의 규모가 방대하고 활력이 가득했던 발자크의 연작 〈인간희극 La Comédie humaine〉(1842~48)과 투철한 심리분석과 정열적인 행동을 잘 묘사한 스탕달의 〈적과 흑〉(1830)·〈파름의 수도원〉(1839)이 플로베르·졸라와 나란히 근대적 사실주의라는 새로운 국면을 마련한 것이다. 이 소설들을 살펴보면 사회사적인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내용과 인간의 정념, 행동의 절박함과 강렬함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소설의 구성이 잘 짜여져 있고 문체도 대부분 일상어를 사용했다.
물론 이 시기에 디킨스·새커리·엘리엇 등 영국 소설가들도 많은 활동을 했는가 하면, 19세기 후반부터 고골리·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투르게네프 등에 의한 러시아 소설이 놀랄 만한 성장을 했고, 당시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호손·멜빌 등의 미국 소설가도 일제히 개화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19세기는 철과 석탄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소설의 시대이기도 했다. 소설이 문학 장르의 중심으로써 문학적 재능을 다양하게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소설을 통해 심리분석, 정서의 표현,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다각적인 탐구 등이 이루어졌다. 러시아 소설 가운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1873~77)는 넓고 풍성한 원근법으로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독자에게 잘 보여주었고, 작중인물의 내면과 육체적 반응을 마치 손으로 만지는 듯 실감나게 묘사했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1866)·〈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1879~80)은 악몽과도 같은 이상한 상황을 설정해서 극적인 기법으로 지루하지 않게 그려냈고 종교에 의해서만 러시아와 세계가 구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사회소설이 심리소설과 겹쳐지고, 기괴한 범죄소설이 심각한 종교소설과 겹쳐지게 된 것이다. N. 호손의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1850)와 H. 멜빌의 〈백경 Moby Dick〉(1851)에서도 러시아 소설과 비슷한 성격을 찾아볼 수 있다. 17세기의 뉴잉글랜드를 무대로 젊은 유부녀와 목사와의 간통사건을 다룬 〈주홍글씨〉는 생생한 과거의 분위기를 재현한 역사소설이면서 동시에 청교도의 죄의식을 추구한 종교적 우화에 해당되며, 〈백경〉은 태평양에 있는 고래잡이 어선을 무대로 유유한 어조로 그 실태를 묘사한 사실소설이면서 동시에 본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도전하고 질문하는 형이상학적 탐구소설에 해당된다. 19세기는 소설에 있어 문자 그대로 황금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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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은 대체로 제1차 세계대전을 분기점으로 한다. M.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27)와 조이스의 〈율리시스〉(1922), 울프의 〈등대로〉(1927) 등은 확실히 새로운 방향으로의 탐색이며 출발이었다. 이 작품들은 '의식의 흐름' 또는 '내적 독백'이라는 비평용어가 사용되었듯이 두드러진 내면화, 의식과 심리의 심층탐구가 공통된 특징이다. 현대소설에 이르면 19세기라는 황금의 시대와 같은 안과 밖의 조화, 조응에 대한 확고한 신뢰는 보기 힘들게 된다.
소설 장르는 19세기 이후 정체나 쇠퇴의 시기에 들어서지 않았는가 의심받기도 했으며, 19세기에는 소설이 종합적인 인간학이었던 데 반해 현대의 소설가들은 이러한 종합자 또는 개척자로의 자신감을 잃고 있다. 또 현대소설은 사소한 개인적인 진실에만 집착하거나 순수하게 언어전문가로 스스로를 한정시켜 오로지 언어표현과 형식실험에만 집중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원래 어떤 법칙이나 틀에도 속박되지 않는 무정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소설이 이대로 쇠퇴의 길을 더듬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19세기처럼 여러 장르의 왕이라는 위치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하더라도 학문과 노동의 전문적 분화가 진척됨에 따라 오히려 인간성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파악 및 표현이라는 과제가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많은 소설가들이 먼 옛날 이야기로부터 뿌리 깊게 흘러내려온 종합적인 인간의 이미지를 목표로 하여 지금도 창작에 열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소설위기론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는 입장도 있다. 고대 그리스 문화의 완결된 조화의 세계가 붕괴된 이후 인류사회의 기본적인 특징은 '총체성의 상실'이며, 소설은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상실된 또는 숨겨진 삶의 총체성을 찾아 이를 형상화하는 것이 본질이라는 견해이다. 이렇게 보면 소설은 본래부터 위기의 산물로써 탄생하여 위기극복의 노력을 자기발전의 길로 밟아왔으며 그 길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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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소설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고려말 이규보의 〈백운소설〉에서였다. 이 책에서 소설이 잡록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그때는 '하찮고 잡스럽고 비속한 시정(市井)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후 시화(詩話)와 잡록을 포함한 그 이상의 의미로 확대되어 허구든지 비허구든지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 모두 소설의 범주에 넣었고, 사람들은 소설에서 교훈적·오락적 기능을 기대했다. 조선 초기에는 소설을 유교적 질서를 해치는 '음란하고 황당한 이야기'로 여긴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는가 하면 어느 정도 바람직한 기능을 한다는 긍정적인 견해도 있었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견해에서도 소설을 독자적인 문학양식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다가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뒤에야 웃음을 자아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문학적 의미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개화기에 서양소설이 들어온 이후 여러 학자가 소설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려 애썼으며, 마침내 서양의 'novel'을 소설로 번역하면서 서양소설의 개념을 한국소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후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견해를 종합해보면, 한국소설이란 '한국인의 생활관습과 정서, 그리고 사상에 기초하고 있으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씌어진 산문양식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시대적으로 볼 때 고려 중기 가전체 소설에서부터 20세기초 구활자본 소설에 이르기까지의 소설을 고전소설이라 하고, 1900년대 전후의 개화기에 씌어진 소설을 개화기소설(신소설)이라 하며, 1917년 이광수의 〈무정〉 이후에 씌어진 소설을 현대소설이라 한다. 보는 입장에 따라 더 세분하여 1910~20년대에 씌어진 소설을 근대소설로 설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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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여명기인 상고시대에는 주로 신화가 많이 창작되었다. 고조선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와 고구려의 주몽신화, 가락국의 건국신화 등 한민족의 이동과정과 천신족(天神族)으로서의 우월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영웅신화 속에서 소설의 편린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삼국유사〉·〈삼국사기〉에는 〈온달전〉·〈조신전〉·〈효녀 지은〉 등의 전설·민담이 상당수 실려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은 자신의 가계를 건국신화로 만들었는데 이는 고대 건국서사시의 전통을 이은 것이다. 고려 전기 설화문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수이전〉에 실려 있는 〈쌍녀분〉은 소설의 골격을 갖춘 뛰어난 작품이며, 이규보의 〈동명왕편〉과 이승휴의 〈제왕운기〉는 민족의식에 바탕을 둔 영웅서사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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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기(傳奇)라 하며, '기이한 것을 전한다'는 뜻으로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다. 조선의 유교사회에서는 기이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금기시되었는데, 15세기에 이르러 전대의 설화를 이어받고 명나라 구우의 〈전등신화〉에 영향을 받아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씌어졌다. 한국 최초의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금오신화〉는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 등 5편의 한문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이외에 조선 숙종 때 향랑이 억울하게 죽은 사건을 소재로 하여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윤색한 김소행의 〈삼한습유〉등이 있다. 전기소설은 대부분 비현실적인 사건이나 소재를 바탕으로 남녀간의 애정문제, 정치적·사회적 문제 등과 인생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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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문학의 하나로서 사물이나 동식물 등을 의인화하여 교훈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소설을 말한다. 고려시대에 창작된 임춘의 〈공방전〉·〈국순전〉, 이규보의 〈국선생전〉·〈청강사자현부전〉, 이곡의 〈죽부인전〉, 이첨의 〈저생전〉 등은 돈·술·거북·대나무·종이 등의 사물을 의인화한 것이다. 조선 전기에는 사물보다 사람의 마음을 의인화한 작품이 많이 씌어졌는데, 임제의 〈수성지〉, 김우옹의 〈천군전〉, 정태제의 〈천군연의〉, 유치구의 〈천군실록〉 등이 그것이다. 형식상 사전체(史傳體)만이 아니라 본기체(本紀體)·실록체(實錄體) 등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조선 후기에 창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글본 의인소설은 대부분 민간설화를 다룬 것으로서, 작자 미상의 〈장끼전〉·〈황새결송〉·〈서동지전〉·〈두껍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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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꿈-현실의 환몽(還夢)구조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이 소설들은 꿈의 세계라는 낭만적 수법을 빌려 사회비판적 내용을 담아낸다. 주요작품으로 임제의 〈원생몽유록〉, 심의의 〈대관제몽유록〉, 윤계선의 〈달천몽유록〉, 신광한의 〈안빙몽유록〉 등이 있다. 몽유록계 소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세계를 그려낸 것과 절박한 당대 현실의 부조리를 직설적으로 그려낸 것으로 나뉜다. 꿈-현실의 환몽구조의 서사방식을 잇되 더 성숙한 형식으로 발전시킨 소설유형을 '몽자소설'(夢字小說)이라 하며, 김만중의 〈구운몽〉 등이 이에 해당된다. 조선 숙종 때 씌어진 〈구운몽〉은 부귀영화를 지향하는 꿈의 세계와 영원한 구원을 지향하는 현실세계를 교묘히 교차시켜 소설의 흥미와 심오한 사상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남영로의 〈옥루몽〉, 이정작의 〈옥린몽〉과 같은 작품이 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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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 인물 등의 결함·모순을 빗대어 그린 소설이다. 조선시대에 와서 비판적 의식을 지닌 지식인 작가들은 개성 있는 문체와 날카로운 시각으로 당대 사회의 절실한 문제를 풍자하여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작품을 보여주었다. 박지원이 쓴 〈허생전〉·〈호질〉·〈양반전〉 등의 한문소설은 당대 위정자와 양반들의 위선과 무능을 풍자하고 하층민들의 건강하고 진실된 모습을 그려내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옥은 〈심생전〉·〈유광억전〉 등 20여 편을 남겼는데, 이 작품들은 풍자적인 수법으로 근대 서민의식을 그려낸 것이다. 조선 말기에는 계급의식이 무너지자 평민들이 봉건사회의 모순을 바로 보게 되어 골계와 해학이 두드러지고 호색한과 같은 대담한 소재를 다룬 풍자소설이 등장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풍자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작자 미상의 〈이춘풍전〉과 〈오유란전〉·〈종옥전〉 등은 이러한 성격을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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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그린 소설로서, 갈등요인에 따라 처첩 간의 갈등을 그린 쟁총형(爭寵型) 가정소설, 계모와 전처 자식 간의 갈등을 그린 계모형 가정소설, 형제간의 우애를 그린 우애형 가정소설로 나누어진다.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와 작자 미상의 〈조생원전〉·〈정진사전〉은 쟁총형 가정소설, 작자 미상의 〈장화홍련전〉·〈콩쥐팥쥐전〉은 계모형 가정소설, 작자 미상의 〈창선감의록〉은 우애형 가정소설에 해당된다. 가정소설은 조선 후기에 와서 길이가 길어지거나 연작으로 씌어지면서 가문소설, 대하장편소설, 낙선재본(樂善齋本) 소설이라 불리게 되었다. 주요작품으로는 작자 미상의 〈완월회맹연〉·〈명주보월빙〉 등이 있으며 주로 가문에서 일어나는 결혼담·고행 등의 갈등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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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소설 가운데 판소리를 통해서 생성되었거나 대중적으로 전파된 작품들을 말한다. 이 계열의 소설은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다. 주요작품으로 〈춘향전〉·〈심청전〉·〈흥부전〉 등이 있는데, 발랄한 민중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조선 후기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이외에도 〈토끼전〉·〈변강쇠타령〉·〈배비장전〉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대중들의 폭넓은 인기를 모았으며 필사본만이 아니라 목판본·구활자본으로 출판·유통되었고 많은 이본이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판소리계 소설은 향토적인 배경, 현실성 있는 소재, 사실적인 표현, 다채로운 수사 등을 갖춘 데다 인물에 있어서 다양한 전형이 창조되어 있어 조선조 국문소설의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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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소설에서 근대소설로 이행해가는 과정에 놓여 있는 소설로서, 과거의 고전소설과 다르다는 뜻에서 신소설이라 이름붙였다. 주요작품으로 이인직의 〈혈의 누〉·〈귀의 성〉,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이해조의 〈자유종〉·〈화의 혈〉, 최찬식의 〈추월색〉 등이 있다. 내용상 개화사상·자주독립·여권신장·신분평등·자유연애 등의 근대의식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권선징악이나 봉건적 가족제도의 답습 등의 전근대적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화기 소설은 소설양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언문일치의 노력을 보여주었으나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밖에도 신채호의 〈을지문덕〉, 장지연의 〈애국부인전〉 등이 씌어졌는데, 이 작품들은 국권회복과 애국계몽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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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매일신보〉에 발표된 이광수의 〈무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소설사의 문제작으로 평가된다. 먼저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라는 점, 자유연애를 3각구도의 틀 속에서 보여주었다는 점, 자강주의(自强主義) 사상의 하나인 안창호의 독립준비론을 소설화했다는 점 등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민족주의 사상을 드러낸 작품이 있는가 하면, 걱정없을 이의 〈절교의 서한〉과 양백화의 〈슬픈 모순〉 등은 당대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한국근대 비판적 사실주의 작품의 효시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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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에 이르러 서양소설과 이론이 본격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소설은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먼저 기법적 측면에서, 이광수를 통해 이루어진 문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언문일치의 개성적인 문체로 완성되었고, 아이러니를 비롯한 다양한 기법들이 많은 작품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사되었다. 또한 사실주의 이론의 도입으로 인물의 형상화 방식에서 현실인식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근대문학의 성격에 걸맞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창작방법이 전개되었다. 이 시기에 씌어진 김동인의 〈감자〉·〈배따라기〉,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전영택의 〈화수분〉,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등은 복합구조와 사실적 묘사, 인물형상화의 방법, 언문일치의 서술방식 등을 통해 이 시기 소설의 가장 이채롭고 특징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신경향파 문학과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KAPF)의 결성으로 시작된 본격적인 프로 문학운동은 이러한 움직임을 집약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특히 최서해의 〈홍염〉·〈탈출기〉·〈박돌의 죽음〉 등은 신경향파 소설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도로 이주한 조선농민들의 비극적인 실태를 생생한 작가적 체험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지식인의 관념에 의거한 소설이 지배적이던 당시 조선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프로 문학적 성격을 나타낸 주요작품으로는 조명희의 〈낙동강〉, 한설야의 〈과도기〉, 이기영의 〈홍수〉 등이 있다. 또한 이 시기에 이루어진 다양한 문학논쟁들은 소설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1920년대 중반에 일어났던 '내용·형식 논쟁'은 소설을 포함한 예술에서의 사상(혹은 당파성)과 예술방법에 대한 문단 전체의 다양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문학논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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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소설을 특징짓는 3가지 흐름은 첫째, 근대소설의 주도적인 양식이 단편소설에서 장편소설로 대체되기 시작했다는 점, 둘째, 소설의 주제와 작가적 관심, 그리고 소설의 기법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점, 셋째, 사실주의 창작방법이 장편소설을 통해 일정한 수준과 성과를 획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단편보다 장편이 더 지배적인 소설갈래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인간의 삶과 사회구조, 역사의 변화과정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창작을 둘러싼 여러 조건들이 성숙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시기의 창작경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민소설로서, 계몽주의적 성격을 띤 이광수의 〈흙〉과 심훈의 〈상록수〉, 이석훈의 〈황혼의 노래〉를 비롯하여 1930년대 후반에는 이무영의 〈제1과 제1장〉, 박영준의 〈모범경작생〉, 김정한의 〈사하촌〉, 김유정의 〈만무방〉·〈소낙비〉처럼 일제강점기에 우리 농촌의 궁핍한 현실을 반영한 농민소설들이 많이 등장했다. 둘째, 역사소설로서, 이광수의 〈원효대사〉·〈단종애사〉 등을 비롯하여 박종화의 〈금삼의 피〉,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대수양〉, 홍명희의 〈임거정〉 등이 발표되었다. 이 시기에 역사소설이 집중적으로 씌어진 이유로 일제의 민족문화말살정책에 대한 자구책이라는 점,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민족의식의 배양을 간접적으로 의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으나 많은 역사소설들이 그러한 표면적인 목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웅주의적 역사관이나 흥미 위주의 사담(史談) 수준에 머물렀다. 셋째, 가족사 연대기소설로서, 한 가문의 몇 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일정한 시기의 역사적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려는 염상섭의 〈삼대〉, 채만식의 〈태평천하〉, 김남천의 〈대하〉와 같은 작품이 발표되었다. 넷째, 노동소설로서, 이런 경향은 1920년대부터 조금씩 형성되어왔으나 이 시기에 이르러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된다. 1930년대 초반에는 김남천의 〈공장신문〉·〈조정안〉, 이북명의 〈암모니아 탱크〉와 같은 작품들이 발표되어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강경애의 〈인간문제〉, 한설야의 〈황혼〉과 같은 장편소설이 발표되었는데, 이들 소설에서는 일제에 억압받는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계급해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다섯째, 풍자소설로서, 소설의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나타난 현상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소설군이다. 풍자소설의 대표적 작가는 채만식이며, 〈레디메이드 인생〉·〈치숙〉·〈소망〉 등을 통해 풍자적 기법을 충분히 발휘해서 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그밖에 이상의 〈날개〉,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과 같은 심리묘사에 치중하여 현대 도시인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내면세계를 그려낸 모더니즘 계열의 소설과, 김동리의 〈무녀도〉·〈황토기〉, 정비석의 〈성황당〉과 같이 토속적인 삶과 무속신앙 등에서 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되찾으려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지식인의 의식세계를 그려낸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 서정소설의 새 영역을 개척한 이효석의 〈산〉·〈들〉과 같은 작품이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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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전반까지는 일제의 황민화정책으로 인해 친일적인 내용의 소설이 씌어졌고 이에 동조할 수 없었던 작가들은 소설을 쓰지 않거나 설령 썼더라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 시기를 한국문학사에서 흔히 암흑기로 말하는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8·15해방이 되면서 일제잔재의 청산과 새로운 민족국가의 건설이라는 커다란 민족적 과제를 둘러싸고 좌우익은 날카로운 이념대립을 하게 되었고, 특히 문단에서는 문학가단체의 대립과 논쟁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소설을 큰 흐름으로 묶어보면 첫째, 일제시대에 흩어졌다가 다시 고향과 조국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과정을 그린 소설들로서, 김동리의 〈혈거부족〉, 허준의 〈잔등〉, 엄흥섭의 〈귀환일지〉, 김만선의 〈압록강〉, 계용묵의 〈별을 헨다〉 등이 있다. 둘째, 일제의 청산과 해방공간의 현실을 그려낸 소설들로서, 이는 작가에 따라 매우 다양한 입장과 개성을 나타낸다. 이 계열의 작품으로는 이태준의 〈해방전후〉, 채만식의 〈논이야기〉, 엄흥섭의 〈쫓겨온 사나이〉, 염상섭의 〈양과자갑〉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노동자와 농민의 관점에서 해방공간을 바라보는 소설들로서, 안회남의 〈농민의 비애〉, 이근영의 〈고구마〉, 이태준의 〈농토〉, 이동규의 〈오빠와 애인〉, 김영석의 〈전차운전수〉와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민족국가 건설에 가장 중대한 문제로 부각되었던 토지문제와 일본인 자본가 소유의 적산불하문제를 둘러싼 농민과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넷째, 첨예한 이념문제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인간존재의 궁극적인 의미와 삶의 내재적 본질을 캐내려 한 소설들로서, 황순원의 〈별과 같이 살다〉·〈소나기〉, 김동리의 〈역마〉·〈달〉과 같은 작품들이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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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소설은 6·25전쟁과 분단상황을 중요한 문제로 떠안으면서 시작된다. 해방공간에서 좌익의 이념에 동조하지 않았던 많은 작가들은 남쪽에 남았고, 이들은 전쟁이 일어나면서 대부분 종군작가로 활약해서 전쟁중에는 이른바 '종군문학'이라는 일종의 전쟁문학을 일구었다. 전쟁이 끝난 후 1950년대의 소설은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친체제적인 문학이 중심을 형성하면서, 그 주변에 우리 현실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비판하려는 새로운 흐름들이 형성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실존주의가 들어오게 됨으로써 이에 자극받은 창작경향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른바 '순수문학'이 문단의 우위를 차지하면서, 나름대로 근대사와 이념의 문제를 거론한 소설로는 선우휘의 〈불꽃〉,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 등이 있고, 장용학의 〈요한시집〉은 이 시기에 들어온 실존주의의 영향을 문학에 반영한 작품이다.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인간의 무의미성에 집착하여 독특한 문학적 개성을 이루었던 손창섭의 〈낙서족〉·〈잉여인간〉 등도 이 시기 소설의 한 특징을 이루며,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이범선의 〈오발탄〉, 오상원의 〈부동기〉, 하근찬의 〈수난이대〉, 송병수의 〈쇼리킴〉 등은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어 사실주의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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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소설에서 4·19혁명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4·19혁명은 이 시기 소설의 성격을 규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4·19혁명 직후에 발표된 최인훈의 〈광장〉은 전후 이데올로기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당대 최대의 문제작으로 평가받았고,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무진기행〉은 이 시기에 등장한 새로운 세대들의 문학적 감수성과 문체감각을 잘 드러냈으며,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는 6·25전쟁과 전후의 현실에 대응하는 두 세대의 문제의식을 은유적 방법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1960년대는 문단 전체가 이른바 '순수·참여 문학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러한 논쟁의 와중에 발표된 김정한의 〈모래톱이야기〉, 남정현의 〈분지〉, 방영웅의 〈분례기〉와 같은 작품은 참여문학을 통한 문학의 사회적 기능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그밖에 이호철의 〈판문점〉과 안수길의 〈북간도〉는 분단문제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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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소설의 중심소재로 등장했다. 황석영의 〈객지〉는 건설현장의 날품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이 방면의 소설들이 연이어 발표되는 물꼬를 텄고,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은 기층민중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성과작들이라 할 수 있다. 분단문제와 현대사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대두되어 김원일의 〈노을〉,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황석영의 〈한씨연대기〉, 현기영의 〈순이삼촌〉, 윤흥길의 〈장마〉, 이병주의 〈지리산〉 등이 발표되면서 6·25전쟁과 해방직후의 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 시기의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와 같은 대하 역사장편소설들이 창작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새로운 시각으로 남녀간의 사랑과 사회문제를 그려냈던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조해일의 〈겨울여자〉, 한수산의 〈부초〉,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 등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한편, 문단에서는 이른바 '상업주의 소설논쟁'이 일어나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싸고 질적 문제와 대중적 인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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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로 하여 변혁에 대한 문학적 관심이 커졌던 시기였다. 특히 이 시기의 소설은 노동자를 비롯한 기층 민중계급의 관점이 문학에 크게 반영되어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소설사에서 노동자계급의 당파성이 가장 집중적으로 문제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시기의 소설은 우선 광주민주화운동의 문제를 엄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윤정모의 〈밤길〉, 임철우의 〈동행〉이 초기에 발표되었고 이어 홍희담의 〈깃발〉에 이르러 정점을 이루게 되었다. 또한 김인숙의 〈79~80, 겨울에서 봄까지〉는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한 당대 현실을 다루었으며, 정도상의 〈십오방 이야기〉는 학생운동을 하는 한 청년의 죽음을 통해 당시의 정치상황과 억압적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방현석의 〈새벽출정〉, 정화진의 〈쇳물처럼〉, 안재성의 〈파업〉, 김한수의 〈성장〉과 같은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을 다룬 소설들이 잇따라 발표되어 기층민중의 삶과 변혁에 대한 의지를 소설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이 시기 소설문학의 성격을 규정짓는 한 조건을 이루었다. 분단문제를 도식적인 이념의 틀로 접근하지 않고 현대사 전체의 발자취와 맞물려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다양한 문학적 시도도 이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한 흐름을 형성했다. 1980년대 최고의 작가로 알려진 이문열의 〈영웅시대〉는 독특한 역사적 안목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그리고 6·25전쟁에 이르는 현대사를 조명하고 있으며, 이 시기의 베스트셀러가 된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현대사에 대한 문학적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흐름의 한 켠에 새로운 기법을 통해 실험적인 창작의 길을 모색하는 일련의 작품들도 있었는데,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최수철의 〈화두·기록·화석〉과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소설문법의 의도적인 파괴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형식실험을 시도했다. |
출처 : 연변문학사랑
글쓴이 : 봄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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