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스크랩] 추억

이바구아지매 2007. 3. 28. 11:12

 

 

개망초의 추억.. 어릴적 우리들은 개망초를 망추대라고 불렀다 그때만 해도 갖고놀 만한 장난감이 우리에겐 흔치 않은 때..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라 하지만..) 들어가기전.. 봄이 되면 머슴아이 계집아이 할것 없이 여나무명이 모여 소꼽놀이가 고작이였다 그래도 얼마나 맛난 놀이였던가.. 누구는 엄마.. 누구는 아버지.. 그리그리 짝을 지어 어른들 흉내내며 깔깔대던 시절.. 사기접시 깨진 사금파리 주워 접시라 하고 어렵게 어렵게 병뚜껑 주워 밥 그릇이라 하고 그때만 해도 병뚜껑이 흔치가 않았다. 밥하고 반찬하고 밥은 모래, 논에서 퍼온 진흙은 된장, 밭에서 퍼온 황토흙은 고추장, 개망초 필때면 개망초 꽃이 아주 멋진 반찬이 되었다. 꽃의 생김새가 우리들 눈엔 계란 후라이로 보였고 그 꽃을 계란 후라이라고 밥상 아닌 밥상인 땅바닥에 차려놓고 "여보 진지 드세유" 각자의 짝을 불러 냠냠 먹는 시늉을 하였다..ㅎㅎㅎ 토끼풀(네잎크로바)이 꽃을 필때면 반지라고 손가락에 묶어주려다 못하고 버리고 어린탓에 잘 묶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실증 나면 편을 갈라 사방치기도 하고 어설픈 딱지놀이, 자치기놀이, 오빠의 구슬을 몰래 훔쳐다 내 짝이였던 머슴아이에게 주고선 들켜서 오빠에게 맞고 울었던 일... 근데 그 머슴애가 국민학교 들어가고서는 내 속을 무쟈게 썪였다 지 마누라였는디..ㅎㅎ 고무줄놀이 하면 몰래 와서는 끊어놓고 가고 공기놀이 하면 살짝이 와서는 발로 훼집어놓고 가고 치마 입고 가는 날이면 "아이스께끼"하면서 훌러덩 치마를 걷어버리곤 도망가고 그러면 속상하고 창피해서 쪼그리고 앉아 징징 울었고 울다가 그치고는 고개 들어보면 교실 모퉁이에 숨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그 머슴아이.. 개망초를 보고 있노라면 어릴적 기쁨들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어디서들 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나둘 늘어가는 주름살.. 하얗게 변해가는 한가닥한가닥 머리카락들.. 추억은 주름살도..변해가는 머리카락도 없는데 내가 그 머슴아이를 생각하듯 그 머슴아이도 개망초를 보면 추억을 그려 웃고 있을까..? 지금..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개망초들이 많이 나와서들 초록의 멋을 뽐내고 있다 여름이 되면 꽃이 물결을 이루고 그 물결속으로 어릴적 추억이 상큼한 목욕을 한다

 

출처 : 쉼터
글쓴이 : 뜨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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