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스크랩] 선개불알풀꽃

이바구아지매 2007. 4. 21. 12:42
내 이름이 그렇게 불경스럽나요?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14] 선개불알풀꽃
텍스트만보기   김민수(dach) 기자   
▲ 큰개불알풀꽃(좌)과 선개불알풀꽃의 차이
ⓒ 김민수
꽃의 이름은 사람이 붙여준 것입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운다고 꽃이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진 않겠지만 맨 처음 그 이름이 붙여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으로 부르기까지는 많은 과정들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꽃이름을 하나하나 익혀갈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맞아 맞아, 그래서 이 이름이구나!" 무릎을 '탁' 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아무 이름이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그 꽃을 지켜보고, 가장 특징적인 것들을 잡아내어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그 중에서도 정감이 가는 것 중 하나가 있는데 바로 '개불알풀꽃'입니다. 맨 처음에는 왜 그 이름이 붙여졌을까 의아했는데 열매를 맺으니 영락없이 개불알을 닮았습니다. 이렇게 특징적인 모양을 따라 지어진 이름도 있고, 향기나 효능 등에 따라서 붙여진 이름도 있지요.

▲ 선개불알풀꽃
ⓒ 김민수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큰'자가 들어간 이유를 몰랐는데 나중에 선개불알풀꽃을 만나고 나니 그에 비해 그가 얼마나 큰 꽃인지 절로 정말 '큰'자가 들어가야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니 작아도 '큰' 자를 붙였지만 합당한 이름인 셈이지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름이 불경스럽다고 하여 이 꽃의 이름을 '봄까치꽃'이라고 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도 그렇게 부르시기도 합니다만 저는 여전히 이 불경스러운 이름이 좋습니다.

언어라고 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미사여구를 구사해야 아름다운 말이 아니고, 참 말이 아닐 수 있는 것이거든요. 투박한 사투리로 쓰여진 동화나 수필 같은 것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표준말 일색의 동화와 수필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불경스럽다고 하는 것들은 서민들의 말인 셈이지요.

ⓒ 김민수
동강 주변에 '정선황새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던 사초과의 식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올해부터는 공식 학명을 받아 '동강고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왕에 불리워지던 이름이 있고, 정겨운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동강이 아닌 정선으로 바뀌고, 황새풀이 고랭이로 바뀐 것이지요.

꽃이름 바꾼다고 그들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정겹게 다가왔던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합니다.

꽃이름 중에는 못 생긴 이름을 가진 꽃들이 제법 많습니다. '똥'자가 들어가는 꽃들이 그렇지요. 애기똥풀, 방가지똥이 그 대표적인 것이고 그 외에도 이질풀, 쥐오줌풀, 며느리밑씻개, 미치광이풀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 꽃들의 특징을 알고 나면 얼마나 정겨운지 한 번만 들어도 머리에 쏙 입력이 됩니다.

▲ 선개불알풀꽃과 꽃마리
ⓒ 김민수
선개불알풀꽃은 작디 작은 꽃마리의 꽃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꽃마리는 둘둘 태엽처럼 말린 줄기에 연이어 꽃망울이 터지면서 작은 꽃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데 선개불알풀꽃은 작은 데다가 듬성듬성 꽃을 피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꽃들이 어떻게 수정을 했는지 열매를 맺을 때쯤이면 여기저기 개불알을 닮은 열매를 달고 있으니 신비스럽기만 합니다. 작아서 서러운 꽃, 이름도 못 생겨서 서러운 꽃, 그가 바로 선개불알풀꽃입니다.

큰개불알풀꽃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자 하니 이것은 '애기봄까치꽃'이라고 하면 앙증맞은 이름은 얻을 것도 같습니다만, 사실 그들은 그들이 어떻게 불려지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대로 피어나겠지요. 결국 이름이 예쁘다, 불경스럽다는 것도 인간의 욕심일 것입니다.

▲ 큰개불알풀꽃
ⓒ 김민수
큰개불알풀꽃만 놓고 보면 이 역시도 작은 꽃이지만 선개불알풀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꽃입니다.

살아가면서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보다 더 큰 행복을 가지고도 불행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데 있습니다. 잘 산다는 것이 결코 편리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듯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남들보다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창밖에는 제법 굵은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화들짝 피어났던 산벚과 갈 길을 준비하는 목련이 고개를 잔뜩 숙이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맑은 햇살에 한 번 활짝 웃어보고 싶었을 꽃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은 비바람에 그냥 꽃비가 되어 떨어져버릴 꽃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은 비관하지 않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비오는 날대로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연이니까요.

작아서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못 생겨서 기죽을 필요도 없구요, 불경스러운 이름을 가졌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자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2007-04-20 14:57
ⓒ 2007 OhmyNews
출처 : 풀꽃향기 머무는 자리
글쓴이 : 서영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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