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스크랩]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 <맛있는 들풀>

이바구아지매 2007. 4. 8. 20:10
들풀 향기 물씬 풍기는 나물도감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 38] <맛있는 들풀>
텍스트만보기   김현자(ananhj) 기자   
▲ <맛있는 들풀>
ⓒ 진선아이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어린 시절 자주 부르던 '봄맞이 가자'라는 노래다. 봄이면 나물캐던 추억과 함께 이 노래를 떠올리는 어른들도 많으리라.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는 실감이 그다지 나지 않던 노래겠지만,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봄이면 친구들과 함께 냉이나 쑥을 뜯으며 이 노래를 입 맞추어 불러 본 기억이 있으리라.

시골서 자라며 봄날 이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설레곤 했다. 그래서 꽃샘추위 속에 막 돋기 시작하는 담벼락의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쑥이 어서 자랐으면 하고 조바심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물 캐던 봄날 추억과 함께 생각나는 노래다.

시골태생인지라 봄볕에 손등이 까맣게 타고 쓰리게 트도록 친구들과 함께 봄날 내내 나물을 캐러 다녔다. 봄이 무르익어 자운영 꽃이 가득 필 때까지. 그렇게 바구니 가득 캐온 쑥으로 어머니는 쑥버무리와 개떡 등을 해주셨고, 냉이에는 구수한 된장을 풀어 냉이 국을 끓여주시곤 했는데 결코 잊지 못할 맛있는 음식들이다.

흙이 있고 볕이 조금이라도 드는 곳이면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도 어떻게든 싹을 틔우는 신기한 풀들. <맛있는 들풀> 속에는 어린 시절 추억속의 나물들이 많아서 오랜만에 봄이면 나물 캐며 설레던 추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의외'의 느낌으로 만난 책이기도 하다. 나보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을 훨씬 많이 알고 있는 어머니도 한 번도 뜯어 온 적이 없고 먹을 수 없는 풀이라고 말했던, 길가에서 흔히 보고 자랐던 풀들이 ‘맛있는 들풀’로 소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는 꽃들도 먹을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쇠뜨기. 예쁜 꽃은커녕 밋밋한 줄기 끝 포자가 뱀 머리를 닮아 '뱀밥'이라 부르며 옆에 가는 것조차 꺼리던 풀이다. 집 주변에 자라는 것까지 실눈 뜨고 싫어하던 풀. 아니 풀이라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을 만큼 꺼리고 하찮게 여긴, 너무 흔한 것까지도 밉던 풀 쇠뜨기.

소가 잘 뜯어먹어서 '쇠뜨기'란 이름이 붙었지만 쇠뜨기에 대해 이참에 다시 알고 보니 '-뜨기'가 붙은 이름이 미안하고 서글프다. '사팔뜨기'의 '뜨기', 사람을 홀대하여 부르는 접미사 '-뜨기' 아닌가!

쇠뜨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홀대하던 풀들아 미안!

-쇠뜨기(속새과)-①양지바른 풀밭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②포자낭이 달린 생식줄기는 식용하고, 영양줄기는 이뇨제로 사용한다.

-토필(쇠뜨기의 포자의 줄기)-①양지바른 풀밭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②뿌리부분을 잘라내고 튀김, 국거리, 나물 등을 해먹는다. 머리 부분은 어릴 때는 쓴맛이 있으므로 잘라낸다. 쇠뜨기도 어린 모종을 튀김, 조림 등에 이용하기도 한다.-책속에서


▲ 초봄의 쇠뜨기와 쇠뜨기가 다 자란 모습
ⓒ 진선아이
이 책에서 쇠뜨기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은 이 정도에 불과하다. 그 대신 생생한 사진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책속에서 먹을 수 있는 풀로 만나는 쇠뜨기는 의외다.

쇠뜨기를 정말 먹을 수 있나? 무슨 맛일까? 지난해에도 보았는데 올해는 어디 뜯어볼까? 쇠뜨기에 대해 검색을 하면서 쇠뜨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유 없이 싫어하고 꺼리는 고약한 심성에 얼굴이 붉어졌다.

고양이는 탈이 나면 괭이밥을 뜯어먹음으로써 스스로 제 몸을 치료한다. 그래서 고양이의 옛말 괭이가 붙어 괭이밥이다. 그럼 소도 쇠뜨기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즐겨 뜯어 먹은 걸까? 우리 눈에는 초식동물들이 좋아하는 풀들이 같아 보이지만 사람들의 입맛처럼 저마다 좋아하는 풀은 모두 다르다. 이런 걸 염두에 두면서 자연을 살피면 훨씬 재미있다.

쇠뜨기 줄기말린 것은 목적(木賊)이라고 하여 장출혈(腸出血) 치료에 사용해왔고, 지금도 사용한단다. 쇠뜨기는 특히 암이나 폐결핵, 폐렴, 만성기관지염, 폐렴 등의 치료에 효과가 높다니 놀랍다. 이처럼 치료의 목적을 가지고 먹을 때는 즙을 달여 마시는데 오랜 시간 달이면 안 된다. 5~10분이 적당하단다.

또한 달인 쇠뜨기 즙은 화학용기나 스텐그릇보다는 항아리에 담아두고 마시는데 장기복용은 피하고 기운이 찬 식물이니 속이 냉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단다. 너무 오래 마시면 내장이 차가워져 상할 수도 있으니 장기 복용 역시 삼갈 것.

생물학자 '리하르트 벨포드(오스트리아)'도 쇠뜨기차를 장기복용하면 암의 성장을 막고 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보고했고 세계의 학자들이 쇠뜨기 차의 특효에 주목을 하고 있는 만큼 주목나무에서 항암치료제를 개발한 것처럼 언제 어느 날 쇠뜨기를 생약성분으로 한 약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홀대하던 쇠뜨기의 효과는 이것만이 아니다. 스위스의 '키콘쯔레신부'는 노년기에 접어 든 모든 사람들에게 매일 쇠뜨기차 한 잔씩을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매일 쇠뜨기차 한잔씩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류머티스, 관절염, 신경통 등이 사라져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하니 놀랍다.

쇠뜨기차를 만들 때는 생잎이든 말린 잎이든 어느 것을 이용하든 상관없다. 사기 주전자에 잎을 한줌 넣고 끓인 물을 부어 5~6분정도가 지나면 마셔도 되고 처음부터 물과 함께 넣어 끓여 마셔도 된다고 하니 식용도 간단하다.

올 봄에는 예쁜 꽃만 찾지 말고 쇠뜨기처럼 홀대 속에 묵묵히 세월을 견디는 쇠뜨기와 같은 풀들에게 눈길을 한번 돌려보자. 그리고 쇠뜨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얻어 차로 마셔보자. 이 책에는 쇠뜨기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맛있게 먹을 수 있고 몸에 좋은 풀들이 60여 종 소개되어 있다. 그야말로 들풀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앞장의 풀들이 다 자란 모습을 뒷장에서

ⓒ 진선아이
ⓒ 진선아이
이 책은 약간 특별하게 구성했다. 책을 펼치면 양쪽 두 페이지에 맛있는 들풀이 10여종씩 가득하다(위). 다음 장을 넘기면 어떤 풀들이 나올까? 앞장에서 만난 풀들이 다 자랐거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아래)

초봄에 밭이나 논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부쟁이,냉이,쇠뜨기,머위,자운영,미나리,개보리뻥이,황새냉이,산파류,산달래가 제각기 예쁜 꽃들을 피웠다. 들풀 중에는 다 자라면 억세어서 먹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은데 쇠뜨기는 다 자라도 차로 마시거나 약용으로 먹을 수 있고 자운영 진분홍 꽃도 먹을 수 있다.(위·아래 함께 설명)

책은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식물의 변화과정. 아이들이 탄성을 지를 만큼 책속 식물들이 생동감 있고 예쁘다. 최대한 설명은 자제하면서(제일 뒷장에 설명) 아이들이 풀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는, 보고 느끼는 도감이라고 설명하면 적절할 것 같다.

또 어떤 풀들을 소개할까.'길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풀들', '들과 산에서 만나는 들풀', '봄이 한창일 때 볼 수 있는 풀들', '봄이 한창일 때 숲 속이나 산길에서 찾을 수 있는 풀'. 그리고 산속이나 바닷가, 들풀은 아니지만 먹을 수 있는 두릅이나 개다래, 칡, 섬조릿대 등을 위 사진 설명처럼 앞장에는 어린 순, 뒷장에는 꽃이 피거나 다 자란 모습을 담았다.

자운영 꽃도 먹을 수 있고 칡꽃도 먹을 수 있다. 자운영의 꽃을 몇 개 따다가 샐러드나 꽃 밥을 해먹으면 어떨까? 칡꽃을 찻잔에 동동 띄워 차로 마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자운영 꽃 밥과 칡꽃차. 입과 마음 가득 퍼질 향기에 마음이 설렌다. 단,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얻어 음미해보자.
<맛있는 들풀>(타카모라 토시오 그림/마루야마 나오토시 글)(진선아이.2007년 2월/7500원)그림을 그린 '타카모라 토시오'는 화가이며 여러 식물도감 사진을 그렸고, 글을 쓴 '마루야마 나오토시' 역시 식물관련 여러권의 책을 저술했다. 두 필자의 국제적인 수상경력과 일본 내 권위있는 활동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2007-04-07 11:49
ⓒ 2007 OhmyNews
출처 : 풀꽃향기 머무는 자리
글쓴이 : 서영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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