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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스크랩]목마와 숙녀 / 박인환

이바구아지매 2007. 5. 13. 03:44

 





   목마와 숙녀 
         

    -박인환 詩-
    -박인희 토킹-



한 잔의 술을 마 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 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 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 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 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 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 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 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 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박인환(朴寅煥, 1926~1956)은
    1950년대를 극명하게 살다간 시인입니다.
    비록 31세의 짧은 생애를 마치셨지만
    온 몸으로 불태운 그의 시혼은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님은 지금도 모든 이의 가슴에 사랑받는
    명동의 연인으로 영원한 명동 백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유작시 처럼 "살아 있는 우리들의 푸른 시그 널" 이 되어
    주점에서 막걸리를 저으며 詩를 읊조려보던 그시절이 생각납니다.
    뭉클한 세상사. 세월은 오고 또 가고... 만나고 헤어지고..
    '미라보 다리' '세느강'은 어디로.. 사랑은 흐릅디다 그려.
    파란 가을 하늘에 싸늘한 바람 불어오면
    낙엽에 술잔 뿌리며 그대 생각하리라.
    붉은 단풍물이 주루룩 다시 심장을 물들인다 하여도...

    < 옮긴 글 >

            출처 : 살아가는 이야기
            글쓴이 : 가족대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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