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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젊은 `패잔병`들을 누가 구출할 것인가

이바구아지매 2007. 5. 14. 14:22


▲송희영 논설실장


젊은 '패잔병'들을 누가 구출할 것인가


올해 대선에서 반드시 쟁점화되어야 할 이슈 중 하나는 양극화 문제다. 
양극화현상은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소득 격차뿐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가정과 못 내는 가정 간의 차이,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가장(家長)과 못 보내는 가장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까지 여러 모습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35세 이하 연령층에서 패잔병(敗殘兵)들이 누적되는 
현상이다. 35세 이하 계층은 외환위기 이후 고교나 대학을 나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세대다. 이 연령층에서 양극화가 심하고, 유독 패잔병이 많은 이유를 세 가지만 꼽아보자. 
우선 직업에서 비롯된 양극화다.
한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시작한 50년 역사 중에서 지난 10년간 젊은 실업자와 젊은 
무직자가 가장 많이 양산되었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만들어진 것도 외환위기 이후 
산업현장에서 뚜렷하다.
번듯한 직장을 가진 젊은이는 소수이고, 다수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이 확보되지 
않아 결혼조차 미뤄야 하는 처지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을 이런 
직업의 양극화에서 빚어진 결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양극화를 재촉하는 두 번째 원인은 부모를 들 수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 사회는 성공한 
부모와 실패한 부모를 배출해냈다. 그럴 듯한 아파트와 여유 있는 노후자금을 가진 부모를 
가진 자녀들은 많든 적든 유산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근근이 노후를 보내야 하는 부모의 
2세들은 혼자 힘으로 맨바닥에서 일어서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따라 인생의 출발점이 딴판으로 
달라지는 셈이다. 이렇게 대(代)를 이어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모두가 가난했거나 
모두가 함께 중산층으로 어깨동무하고 살았던 과거에는 그다지 흔하지 않았던 일이다.
젊은 층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세 번째 원인으로는 교육을 들 수 있다. 변호사, 의사, 
약사, 회계사, 기업인 등 우리 사회의 중상류층을 형성하는 전문직업인들은 갈수록 고학력 
가정에서 배출되는 비율이 높아졌다. 변호사 아들이 판사가 되고, 회계사의 딸이 
펀드매니저로 자리 잡는 식이다.
어느 외국어 고등학교의 유학반 학생 70명을 조사한 결과 법조인과 의사, 교수를 부모로 
둔 가정이 90%였다고 한다. 고학력 가정일수록 자녀 교육에 많은 비용을 투입, 대체로 
성공적인 수확을 거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가난한 집안에서 고시에 합격했다는 식의 
과거에 흔히 들었던 풋풋한 성공스토리는 희귀해졌다.
문제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여온 양극화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꿈과 희망을 잃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실 고도 성장기를 살아 왔던 40대나 50대 그리고 60대들에게는 땀 흘려 노력하면 
남들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셋방에서 신접 살림을 시작해도 10년, 20년 
저축하면 아파트 한 채 장만할 수 있었고, 자가용을 굴리며 가끔은 주말여행을 갈 수 
있었다. 회사에서도 밤 늦게까지 일하며 동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승진을 거듭, 정년 
근처까지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시대를 살아 가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그런 꿈은 환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노력해도 안 되고 노력하지 않아도 안 된다는 절망감만이 점점 만연하고 있다. 
희망도 양극화하고, 삶의 의욕도 양극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젊은 계층의 양극화현상에 대해 실태 조사나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저 축구에 열광하고 인터넷 게임에 취해 일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정도로 외면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이번 대선부터 누군가 거대한 패잔병 세력을 선동할지도 모른다.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차베스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는 배경에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빈곤층이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층의 양극화를 오랜 세월 방치한 결과 독재적인 선동 
정치가가 집권, 재집권에 성공한 셈이다. 한국의 차베스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젊은 
층의 빈부 격차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 2007.05.05자 조선일보 [송희영칼럼]
    출처 : 살아가는 이야기
    글쓴이 : 가족대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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