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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렉싱턴 고교엔 ‘촌지’가 있다는데

이바구아지매 2007. 5. 16. 12:51


▲강효상 사회부장


렉싱턴 고교엔 ‘촌지’가 있다는데


렉싱턴(Lexington) 고등학교는 미국 동북부 보스턴(Boston)시의 외곽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입니다. 작은 전원도시인 렉싱턴에 하버드와 MIT 등 인근의 대학 교수들이 많이 
거주해서인지, 이 학교 졸업생들의 대학진학 성적은 명문 사립고등학교 못지않습니다. 
놀랍게도, 이 학교는 학부모로부터 ‘촌지(寸志)’를 받습니다. 한국에서는 불법화되어 있는 
일이지만,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떳떳하게 말입니다. 
정확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렉싱턴시의 교육청은 해마다 한 차례씩 이 학교의 학부모 전원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연구지원금 명목으로 기부를 하라는 제안입니다. 
액수는 10달러도, 100 달러도 좋습니다. 어느 선생님에게 기부를 할 것인지는 학부모가 정합니다. 
물론 학생들과 상의를 한 뒤겠지요. 학생과 학부모의 이름을 스스로 밝혀도 좋고, 익명으로 해도 
됩니다. 하지만 미국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익명으로 기부한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누구로부터 돈을 
받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교육청은 회수된 편지와 함께 우송된 돈을 모아 학교의 해당 선생님들께 
나누어 전달합니다. 선생님들은 이 돈으로 실험기자재를 구입하거나 전문서적을 사서 읽는 등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애씁니다. 참으로 합리적이고, 멋진 이야기 아닙니까?
하지만 동시대를 사는 한국 학교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5월 15일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스승의 은혜’란 노래에 나오듯, 하늘 같은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선생님께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드리는 날입니다. 그러나 촌지 파문 때문에 올해도 문을 닫는 학교가 절반에 달했습니다.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기는 고사하고, 선생님들이 불법 촌지를 받는다는 부정적인 인식만 키우는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것은 분명 한국 교육의 비극입니다. 이런 참담한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우리 사회는, 그리고 
위정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촌지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는 현실에 대해 
윤종건 교총회장은 “이건 아니다”며 분노했습니다. “돈이 아니라 자존심으로 산다”는 선생님들
로선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위인(偉人)들이 나오기까지에는 스승의 힘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인 리콴유(李光耀) 전 수상은 중학교 2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었던 ‘M N 캄포스’란 
인도인을 기억합니다(그의 자서전 ‘싱가포르 스토리’). 이 선생님은 그에 대해 생활기록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해리 리콴유는 각별한 의지를 가진 학생으로, 앞으로 높은 지위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리콴유 전 수상은 교장선생님에게서 회초리를 맞은 일도 기억합니다. 그는 학교에서 이미 우수한 
학생으로 정평이 났었지만, 한 학기 세 번 지각하면 회초리 세 대를 맞아야 한다는 규율을 피해 
가지는 못했습니다. 
알코올중독자 의붓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선생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인 캐슬린 샤이어를 존경했습니다(그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을 아이들에게 바친 ‘강인한 사랑의 신봉자’로 기억됩니다. 졸업을 
앞둔 클린턴이 시민생활 점수가 낮아 1등을 놓치자 그녀는 “빌리, 너는 커서 주지사가 되거나 많은 
곤경에 처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거야. 그건 네가 언제 말을 하고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를 
배우느냐 못 배우느냐에 달렸어”라고 충고했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 선생님들은 “앞으로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의 질을 높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학교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렉싱턴 고등학교의 사례처럼 
지역사회와 기업, 학부모들이 모두 함께 나서야 합니다. 우리 자식과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2007.05.16자 조선일보 [태평로] / 강효상
    출처 : 살아가는 이야기
    글쓴이 : 가족대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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