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31일 토요일 오후 느즈막히 반쪽이네 가족들이 산방산 (거제시 둔덕면)을 찾았다.
이 때 시간은 일몰이 산방산을 감아 오고 있었다. 조심조심 풀숲으로 난 임도를 따라 친구의 차를 타고
까꼬막(오르막)길을 비틀거리며 올라 가던 시간에 서쪽으로 멀리 어둠이 내리는 진남(통영)이 펼쳐지는
모습에 입이 다물리지 않았다.
산이 주는 야릇한 밤의 신비, 그 신비감은 신혼여행에서도 못 느껴 본 색다른 기분이었다.
동쪽으로 굽어 보니 거제 내간,외간 합해서 내외간이 되었는지? 어둠이 살포시 내려 앉는 거제면의 절묘한 풍경을
산방산에 올라서 바라보았다.
약간은 쌀쌀했지만 반쪽이네 가족들이 반세기만에 뭉쳐서 나들이를 간 특별한 곳
그래서 나는 무조건 자랑하고 싶어서 남편 몰래 살짝 사진을 훔쳐 올렸다.
남편(정연광)께 양해를 구합니다.
저작권 침해니 뭐 이런 것 행여나 궁시렁 거리지 마시길...
산방산에서 내려 다 본 마을풍경...모내기를 하려고 논을 쓸어 놓아 멀리서 봐도
농번기의 바쁨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미쳤다. 죽은 송장도 벌떡 일어 날 시간에 산에 가는기 웬 지랄이고"
퍼뜩 떠 오르는 말
아마도 울 어무이가 알았으면 말은 안해도 뒤켠에 돌아가서 궁시렁거리며
자식들 다 필요없다고 하실게다
저 그림같은 집에 밤이 내렸고 반쪽이네는 별을 세고 개구리소리, 때론
풀벌레소리,물소리, 그리고 산방산 아래에 사는 모든 사물들이 밤에는 다 폴폴 살아나서
춤 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온 밤을 정말로 하얗게 새웠다.
그림같은 집은 남편의 고등학교(거제제일고) 동창생의 집으로
그 집은 그 날 밤 마법의 성이었다.
한 밤에는 20~30년 된 쾌종시계가 '댕댕댕 ' 하고 종을 쳤는데
그 종소리가 열두번,열한번 ,두번,세번 마음대로 울려 알고 보니 마법에 걸려서 그렇다고 했다.
2008년6월1일, 일요일 반쪽이네가 안 주인의 정성가득한 아침상을 대접받고
여름에 다시 반딧불이를 보러오겠다고 약속하고 딸셋이 빠진 반쪽이네의 가족사진을 한 장 콕 찍었다.
이제사 사진 찍는 기본을 알아간다.
삼각대를 이용하여 10초만에 모두 모여 찰칵...
친구네집 대문을 나서자 동쪽 산밑에 그림같은 신비스런집이 나와 카메라에 담아 보고.
이제부터 사진속은 모두 아들과 함께 오른 산방산이야기다.
이른 아침에 나 혼자 여기까지 카메라 들고 와서 산방산 등산로며, 산속에서 본 두개의 절, 감꽃이
가득 열린 산감나무며,숲속에 햇살이 스며 들어 찬란한 햇빛줄기로 이슬 머금은 나뭇잎새들이
그림으로 태어나는 모습이며 약 5m 정도의 작은 폭포랑 , 산딸기가 가득한 산방산을 눈에 다 담았다.
산 허리쪽까지 올라서 둔덕골의 멋에 취해 본 뒤 내려왔으나 아직도 지난밤 잠든 사람들이
그대로 잠들어 있어 어이없고 버릇이 없는 반쪽이네의 일요일 아침풍경을 들켜서 미안한 마음으로
후다닥 깨웠다.
우리모녀(가나양과)는 옥동으로 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둔덕골 방하마을을 지나고 있었고(유치환의 생가및 기념관)
남편과 아들은 산방산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어제 일몰이 내리던 산자락에서 내려 다 본 풍경과 비슷한데
어느동네인지?
아들아,잘 했다. 넌 해냈구나.
507.2m 높이를 거뜬하게 오른 아들아, 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해 낼 수 있을거야
초등학교6학년 6월 아빠랑 함께 오른 산방산을 잊지 말아라
네 인생에 큰 힘이 될거야.
키는 작지만 마음이 많이 자란 내 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산 냄새가 솔솔~~
어느 마을이면 어떨까?
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상에 오른 쾌감? 정복자의 승리감? 나폴레옹이 갑자기 떠 올랐을까?
아니면 내일 학교에 갈 준비가 걱정으로 다가왔을까?
인생이란... 두 사람이 힘을 보태 산 정상에 올라 보는 것 ^^*
일요일이면 아들과 함께 산 오르기를 하는 남편에게 머지 않아 뱃살이
쑤욱 빠져서 산 사나이가 되어 멋진모습 보여 줄 것을 기대해 보며
아내는 10kg빠진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하게 사진을 들여다본다.
산방산을 찍어 보고
아들아, 니 옆에는 아버지가 계신다.
아버지는 거대한 성이다.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 땀 나면 닦아 주고, 그리고 목 마르면 물도 줄 것이다.
산 정말 좋지? 산을 가까이 하면 인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하더라
부럽다, 아들과 함께 오르는 산이야기를 남기는 정연광,정범일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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