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진

갑돌이와 갑순이의 추억의 웨딩스토리

이바구아지매 2011. 9. 13. 22:11

 

28866

 

   

오랜만에 둘째 딸의 전화를 받았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빠, 엄마를 부모로 둔   우리 아이들은 객지생활을 하면서도 좀체  전화를  하지 않는다.

왠지 그런일조차  쑥스러운 모양이다.

먼저 걸려온 전화에 살짝 놀라며 전화를 받으니 뜬금없이 글 한편을 써 달란다.

 

오래전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에서 

 발랄하고 활달한 성격의  주인공이 '하니'였는데 딸과는 빼다 박은  닮은꼴이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딸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건축학도이다.

전공 공부와 취업을 위해  줄기차게  자신의 스펙(spec)을 쌓는 다른  대학생들과는  달리

 형제가 많아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못한  집안형편을 생각한  딸은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용돈 중 일부분은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딸은 1학년  어느 날도  전화를 걸어  실습재료비 정도는  벌어서 해결해야 부모님께

덜 미안하지 않겠느냐며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선언하더니

다음 날  곧장  면접을 보고 당장  주말부터 웨딩홀에서  안내하는  일을 시작으로

 학교와  직장을 오가며  '달려라 하니 '가 되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난 지금은 결혼식을 진행하는 '팀장'이 되었으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계절이 지나고 캠퍼스의 낭만도 즐길 여유도  갖지 못한 채  여름방학이 되었고, 

 그 동안 딸아이가  하는 일을  유심히 지켜 본 '웨딩맘'의 이사님께서

자신이 만든 웨딩 컨설팅 회사에서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하여

 그분을 도와  또 하나의 웨딩일을 하게 되었단다 .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야겠다고  늘  다짐한다는 딸

이사님께 엄마의 자랑을 종종 했다고?

엄마는  일찍부터   다음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하여

  '파워  블로거' 가 되셨고   6년째  꾸준히 활동중인

글 잘 쓰는 엄마라고  당당하게 소개까지  했으니 이번에 좋은 글 하나 써 주면  좋겠다고 한다.  

이런  딸의 자랑과 칭찬에 턱없이 부족한 엄마라서   부끄럽고 어색하여 몸둘바를 모르겠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딸아이가  특별한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낼 수 있게  딸아이의 서포터즈가 되어  주기로 용기 내 본다.

 

오랜만의 딸과의  통화에 따뜻한  파이팅을 주고 받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어떤 글을 써 주면 좋을까 생각하다

앨범속에서  오래된 결혼사진  한장을 발견했다.

 

이 글이 열심히 일하는  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

   정소담,  힘내 화이팅이다!!!

   

 

 

 

 

 

 

 

 

 

앨범 속에서  발견한  추억의  사진 한 장

 

 

 

이 사진은 신부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초례상을 앞에 놓고

오색 종이테이프로 축하세례를 받으며  읍내에서 출장 온 사진사가 요란스럽게 불 번쩍하여

하얀 연기 날리며 찍은 흑백사진이다.

 

 초가집 처마가 사진끝에 살짝 보이는 모습, 병풍이 둘러진 것이 참으로 아늑해 보이는  신부의 집 마당.

초례상에는 정성을 다해 청실홍실 ,백년가약을 축하하는  음식을 가득 담아얹은 놋재기와

원앙이 머리를  쫑긋내민 모습과

사모관대를 하고  선 신랑의 근엄한 표정과  칠보화관 팔랑대며  족두리를 쓰고  연지 곤지 찍은 각시의

수줍은 떨림이 보인다.

 

'영원한 사랑'이란 꽃말이 담긴  동백꽃다발을 안은 신랑각시...

 

 

 

신랑은 초등학교 동창인 영호의 큰 형님이고

신부는 내 시어머니(김말연여사)친정  오빠의  큰 딸로  고모가 조카의 중매를 섰다.

열일곱살에 거제시 연초면  송정리로 시집 온 고모는  아랫마을(하송)에 살고  있던  든실하고 마음씨 좋은  총각을  눈여겨 보았다가

남 주기 아까운 총각이라  생각해 친정집 조카를 중매서  둘을  백년가약으로 꽁꽁 맺어 주었다 .

 

고모의 야무진 중매의 결실은 알토란 같아

 신랑각시는  혼사 뒤 부산으로 나가서 열심히 노력하여   잘 살고 있다.

신랑각시가 낳은

아들,딸들 역시  지혜롭게 자라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반듯한 직장 잡아 결혼까지 하였다고 전하는

사진 속  신랑각시이야기.

 

그럼 이 결혼사진은 몇년쯤이나 되었을까?

추측컨데  아마도  45년쯤은 족히  된 것 같다.

중매란 심술보가 대단하여  까딱 잘못하면 뺨이 석대로 돌아온다.

신랑각시는 혼인하여 잘살게 되면  그것은  자신들이 잘나서 잘살고  

못산다고 생각되면  중매쟁이 탓으로 돌리며 '네 탓이오'  를

 두고두고 내지르며 원망한다.

 그러다가 중매쟁이가 죽게되면  그 원망도 끝이났다.

그만큼 중매란 어려운 일이었다.

남의 평생을 지켜보며 가슴 두근거려야하니 말이다.

하지만

내 시어머니의 중매실력은 자타가 인정하는 프로10단으로

 

신기하게도 어머니가  중매를 하여   혼인한 커플들은 하나같이    잘 사는 것은 물론이며 

태어나는  자식들 또한  똑똑하다고 소문이 났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어머니의   중매는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으며 마을사람들은  두고두고  전설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결혼한 커플들이 똑똑한 자식을 두는것과  경제적으로 윤택한것과   부부금슬 부분까지도 

 중매쟁이의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시골사람들...과연   그럴까?)

 

 

 

 

 

 

'추억의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0) 2011.04.22
5월의 운동회(4)  (0) 2010.05.05
5월의 윤동회(3)  (0) 2010.05.05
5월의 운동회(2)  (0) 2010.05.05
5월의 운동회(1)  (0)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