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인생= 맛객) 독일 전역에서 마실 수 있는 필스,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향긋하면서 쌉싸름한 뒷맛이 특징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던 독일의 맥주
나와 가까운 이웃 블로거가 말했다. 세상 어딘가에 그리운 무엇인가를 두고 사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리워하는 그것은 어느 바닷가의 노을처럼 풍경일 수 있고 어느 조그만 도시에서 우연히 먹었던 음식일수도 있다. 또 오래된 골목길에서 얻은 느낌일수 있고, 낮선 곳에서 만난 사람이 그립기도 할 것이다.
그리움이 행복한일이라고 했던 건 아마도 추억으로 남아서 우리의 정신적인 면을 풍요롭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그리워하며 사는 건 제각각이겠지만 지금 내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생뚱맞게도 독일의 맥주다.
(맛있는 인생= 맛객) 마인강에 마련된 팬 페스트에서 맥주를 마시는 독일의 축구팬
우리의 심장을 고동치게 했던 그 뜨거운 월드컵 현장에서 접한 독일의 맥주, 마인강 팬 패스트에서 취재는 뒷전이고 필스 맥주와 즐겼던 데이트, 맥주로 인해 황홀했던 그 시간들이 그립기만 하다. 라이프치히와 하노버 경기장에서 마시던 맛좋은 맥주는 열정과 환희의 순간과 맞물려서 정신의 해방감까지 느꼈다.
부드럽고 순수한 첫 맛 뒤에 감도는 쌉싸름함과 향긋함에 매료되어 그만 맥주의 포로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이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독일의 맥주 맛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 삼성역에 있는 ‘오킴스브로이’를 찾았다. 홀 안에 맥주 양조장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 가면 전형적인 독일식 맥주인 헬레스와 둥켈스를 마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대하고 간만큼 맥주는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예전에 여기서 마시던 맥주는 분명 이 맛이 아니었다. 탄산성분이 많은 한국의 맥주 맛에 길들여진 나를 맥주의 신세계로 인도해 주던 맥주였는데 왜 예전 그 맛이 나지 않는 걸까? 그렇다고 이 집의 맥주 맛이 예전보다 못해졌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맥주 본고장에서 맛좋은 맥주를 마시면서 눈높이만 높아진 나에게 원죄가 있을 뿐이다.
독일맥주가 브랜드 화 되지 못하는 이유
독일의 맥주가 그렇게 맛이 좋아? 반문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또 맛이 좋다면서 우리에게 알려진 브랜드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1516년에 법으로 제정된 ‘맥주 순수법’ 때문이다.
맥주 순수법이란 맥주를 만드는데 있어 물. 맥아. 효모. 호프 이 네 가지 순수 원료 외에 일체의 인공적인 재료들은 첨가를 금하는 법이다. 방부제라든가 탄산, 설탕 같은 게 들어가면 위법이고 맥주로 인정을 해주지도 않는다.
그런 이유로 독일의 맥주는 맛이 좋고 순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래 보관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바로 그 보관상의 어려움
때문에 외국으로 수출하는 맥주가 드물고 우리에게도 독일 맥주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에 오늘날 독일의
맥주를 세계인이 인정해 주고 있다.
(맛있는 인생= 맛객) 밀로 만든 맥주 바이첸
한국 맥주와 독일 맥주의 차이
탄산성분이 많아서 톡 쏘는 한국맥주를 마시다가 독일 맥주를 마시면 좀 심심하다고 할 수도 있다. 뭔가 김이 빠진 듯 밍밍하기도 하다. 그러나 마시면 마실수록 그 깊은 맛에 매료당하는 게 독일 맥주다. 한국맥주가 자극적인 맛으로 인해 첫맛이 강렬하다면 독일 맥주는 뒷맛이 죽여준다.
향긋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감돌기 때문이다. 한국의 맥주가 탄산의 움직임으로 인해 역동적이라면 독일의 맥주는 술잔에 따라놓은 우리의 동동주처럼 차분한 느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맛의 차이를 보려면 맥주를 잔에 따라서 5분만 지나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흔히 김이 빠졌다고 표현하듯 탄산이 빠진 한국맥주는 물과 같아서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다. 하지만 독일맥주는 시간이 지나도 맥주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이는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 효모 호프의 함량이 한국맥주보다 독일의 맥주에 더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맥주천국 독일이라고 해서 맥주가 다 맛있었던 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에서 마셨던 맥주는 최악으로 기억되고 있다. 음식도 별로였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곳은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다. 한국의 역전이나 독일의 역전이 닮은 것을 보면 그렇다.
(맛있는 인생= 맛객) 독일인들이 맥주와 함께 즐겨먹는 소시지
이제 나는 다시 우리의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한잔을 원샷 하면 눈물이 날정도로 톡 쏘는 맛의 맥주, 맛있는 적정온도보다 살얼음이
낄 정도로 차갑게 해서 마셔야 더욱 맛있게 마셔지는 우리의 맥주를 마시면서, 가끔 독일에서 마셨던 그 맛을 그리워 할 것이다. 어쩌면 독일맥주를
언제나 마실 수 있을 때 보다 내가 원하는 그것을 그리워하면서 추억하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인생= 맛객) 검을색을 띄는 둥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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