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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 전하는 대학생들의 애향심
-글/저녁노을-
오락가락하는 장마로 인해 무척이나 더운 휴일 날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시는 어머님을 찾아뵙고
가까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같이 하였습니다.
청둥오리 소금구이를 시키고 보니, 어머님의 치아가 좋지 않음을
그제야 알아차리고 "전골을 시킬 걸 잘못했다"
깨우쳐 보았자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앞니로 씹어서 넘기시지도 못하고 접시에 내 놓으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배는 부르지만 탕을 하나 더 시켜 드리니
땀을 흘려가며 맛있게 드시는 우리 어머님이었습니다.
이제 팔순이라는 연세…….
어디 한 구석 멀쩡한 곳 없이 삭아내려 앉은 듯 아파하시는 어머님이십니다.
시골에서 육남매 키워가며 공부시킨다는 것 뼈를 녹이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당신 몸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자식위한 삶이었으니까요.
맛있게 늦는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야야. 저기 농협 앞에 좀 세워 주고 너들은 집에 가라 애들 기다린다."
"농협엔 왜요?"
"응. 대학생들이 침놓아 줘"
"봉사활동 왔나보다"
"어제부터 왔는데 침 맞으니 허리가 훨 나아"
"그럼 제가 모시고 갈게요"
"시간이 많이 걸려 그냥 집에 가"
"아닙니다. 같이 들어가요"
그렇게 어머님과 함께 농협회의실로 들어서니 에어컨 바람으로
바깥기온과 사뭇 다른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할머니, 어서 오세요. 여기 앉으세요."
"아주머니도 여기 앉으세요."
"아! 전 진료 받으러 온 게 아니고 어머님 모시고 왔어요."
"그러세요? 그래도 앉으세요."
요구르트 하나를 건네며 대학생들은 의술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바빠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아파도 참고 지내시는 시골을 찾아 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간단한 문진을 마치고 어머님은 침을 맞았습니다.
"할머니 잘 지내셨어요? 작년에 보고 또 보죠?"
"안면이 좀 있네."
"건강하게 잘 지내셨지요?"
"건강하긴, 늘 그렇지 뭐"
다정하게 손자처럼 이야기를 나누시는 예비 한의사님이셨습니다.
"어떻게 대전대학교에서 여기 경상도 시골까지 오셨어요?"
"네. 우린 모두 고향이 경상도 학생들입니다."
"그래요? 봉사활동 오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한 40명 정도 됩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올 해가 두 번째 찾아온다는 대학생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멀리 타향생활을 하면서도 고향을 잊지 않는 그 마음을 보니
사람들이 왜 고향을 찾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혈과 맥을 찾아 손, 발, 다리 등에 침을 놓으며 정성을 다 하는 모습 또한
너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요즘 시골에는 70대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 하지만,
시댁에는 다른 시골에 비해 40-50대가 좀 살고 있습니다.
봄에는 딸기하우스를, 여름에는 수박 하우스를 하며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진주 수곡딸기는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것 같던데...
우리 어머님은 CT 촬영결과 심한 디스크를 앓고 계십니다.
연세가 많아 수술도 하지 못한다는 의사선생님의 처방을 받았지만,
예비 한의사님이 놓아주는 침 몇 개 맞고
지어주는 약봉투를 들고 농협을 나서시면서
"지금 이대로라면 서울도 갈 수 있겠다."하시며
구부정한 허리를 제대로 쭉 펴 보이십니다.
어디 정말 치료가 된 것일까요?
일시적일수도 있지만, 기분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며칠간이라도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졌다고 여기시는 분이
어디 우리 시어머님 뿐일까요.
한의대 학생들의 의술을 시골 어르신들에게 전하는 것을 보면서
남을 돕는다는 것, 베푼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려도 아마 농협을 찾아
사람 냄새를 맡으며 침을 맞고 계실 것입니다.
대전대학교 한의대 여러분 고맙습니다.
모두 모두 훌륭한 한의사가 되시길 빕니다.^^
▶ 선배님이 놓은 침을 보고 자신의 다리로 맥을 찾으며 연습하는 신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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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글쓴이 : 저녁노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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