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면 생각나는 왕대포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연일 장대비가 퍼붓는다. 방문 밖 테라스는 역류를 이기지 못해 작은 연못으로 변했고 tv에선 연일 긴급재난방송을 다투어 내보내고 있다. 장마가 올해엔 유독 심하다. 폭우와
연휴를 핑계삼아 집안에 쭈구리고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한게 여간 견디기 힘들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비가 내리면 이는 휴식을 의미했다. 물론
지금도 비가 내리면 거리에 나가 막걸리 한사발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정경은 매우 익숙하다.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씹는 맛
변산시인이라 불리우는 농사꾼이자 작가인 박형진은 모항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씹는 맛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모항에 가면
들머리에 막걸리집이 있다. 동네 밖으로 출타를 하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든 반드시 거치게 되는 막걸리집은 항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이다. 농촌에서 막걸리는 뱃심을 든든하게 해주고 목청을 훤히 뚫어주는 최고의 음료이다.
오고가며 들르는 막걸리집에서 사람들은 텁텁한 농주 한 사발에 꼬인 속내를 풀어버리고 알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속엣말을 하거나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술자리의 여흥을 돋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 사는 이야기임에랴. 사람들이 안주 삼아
술자리에서 나누는 사람들 이야기 속에는 그러나 ‘징헌’ 무언가가 흐른다.
박형진의 산문집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농촌의 사내들이
막걸리집에서 나눔직한 ‘징헌’ 인생살이의 단면들이다. 그러기에 변산의 농군시인 박형진은 막걸리를 구수한 농사꾼의 입심으로 듣는 쫀득쫀득한 사람의
맛이라고 했나보다.
지금은 전국은 막걸리시대
최근 들어 창업시장에 때아닌 막걸리 열풍이 풀고 있다. 생맥주전문점의 인기가 시들며 일본식 선술집과 중화풍 주점이 주점상권을 잠식하던 가운데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를 대표주자로 내세운 이른 바 대폿집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막걸리집이 이제는 주요상권마다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현재의 외식시장은 주 5일 근무 이후 식사 위주의 매출로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탓인지
저마다 저녁시간대를 노린 주점형 창업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불황의 늪이 깊어져 헤어날 줄 모르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한 탓인지 창업비용이
저렴하고 기존 업소의 리모델링이 수월한 주점형 창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막걸리집은 현재 체인본사만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지난 1년여의 프랜차이즈 도입기를 거쳐 복격적인 성장기에 접어 든 업종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막걸리체인본사는 저마다 특색있는 지역별 막걸리의 대표성을 부각하며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부산, 대구, 전 주 등 지역에서 시작한 막걸리 프랜차이즈는 수도권 주요상권을 잠식하며 본격적인 세몰이를 시작했다.
부산대표 막끌리네
각각의 장점을 내세우지만 역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안주거리에서 드러난다.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정구지전(부추전)을 내세우는 부산의 '막끌리네'는 부산합동양조의 생막걸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하 362M의 암반수로 만든 생탁,금정막걸리는 부산주민의 95%가 소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웰빙형 막걸리이다. 막끌리네 체인사업본부는 부산지역에 20호점을 돌파하고 최근 서울사무소를 개설하며 전국적인 가맹체제에 돌입했다.
대구대표 추억속의 술도가
청도 흑석 금양양조의 생막걸리를 대표로 하여 대구지역을 기반으로 한 '추억속에 술도가 탁주가 약주가'는 청정지역 청도의 이미지를 살려 생막러리와 생동동주 외에 생흑두주를 공급하고 있다.
전주대표 전주막걸리
막걸리3통을 가득부어 푸짐한 안주와 함께 실비로 제공하는 '전주생막걸리'는 지역특색을 가장 잘 살린
대폿집이라 할 수 있다. 해물부추전전은 물론 꼬막,두부김치,꽁치구이,김치찌게,계란찜까지 실로 푸짐한 안주가 한상 가득 차려진다. 본래 상차림이
푸짐하기로 소문난 전주지역 한정식집의 간이식을 보는 듯한 느낌의 안주는 부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모두가 막걸리 한주전자에 따라 나오는
기본안주라고 하니 가히 술꾼에겐 더없이 좋를을수 밖에 없지만 이러고도 마진이 남을까 하는 우려가 먼저 드는 것은 직업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보다.
원조논쟁! 청송얼음골막걸리
또한 청송이라는 브랜드로 영업중인 '속에천불청송얼음막걸리'는 7년 전 대구지역 미생물학과 교수진과 합동연구로 청송얼음골막걸리를 개발하여 현재 전국에 3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한 중견사업체이다.
이 회사는 자사 브랜드를 모방한 유사업체가 최근 난립하며 체인점 모집에 과열경쟁이 일고 있고 주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의혹을 사고 있는 '불로청송얼음골막걸리'는 구미시에 있는 모점포를 시발로 대전지역과 안산지역을 근거로
영업을 해왔으며 상표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 치킨업계에서 교촌치킨과 포촌치킨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없음을 이해 할
수 있다. 다만 누가 먼저 사업을 시작한 원조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얼마전 상표권 분쟁으로 유행했던 불닭사건처럼 홍보를 목적으로 한
법적인 소송을 통한 형식적인 분쟁우려는 남아 있다.
이외에도 프랜차이즈업체로선 2070막걸리,탁사발막걸리 등등이 가맹점모집에 총력을 기울리고 있다.
막걸리집 문제는 없는가?
현재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는 창업비용으로 30평 기준 3000만원대으로 저렴한 투자비용을 장점으로 가맹점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막걸리가 소주나 맥주처럼 대중적인 점유율이 높은 주류가 아니기에 언제까지 현재의 바람이 불어 줄진 알 수 없다.
또한 객단가가 낮기 때문에 차후 시장이 과열되어 상권내 동종업소들끼리 나눠먹기를 시작하게 된다면 이는
매출부진으로 이어질 게 극명하기에 수요를 예측하여 절대 독점적 고개유치가 가능한 입지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동절기엔 알콜돗수가 낮은
상품은 알콜돗수가 높은 주류에 비해 판매가 부진하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대부분 20평형 이상의 중형 매장들이기에 테이블 객단가가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회전력을
높혀야만 사실 상 수익을 보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의 외식 주점의 상황을 살펴보면 테이블당 2회전 이상을 기록하는 업소들이 많지 않기에
이또한 숙제로 남는다. 무엇보다도 상권별로 개정이 가능한 현재의 체인본사들이 주요상권마다 개점이 완료되는 싯점, 그 때가 되면 한정된
수요를 갖고 동일상권에 유사한 막걸리집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생존해야만 하는데 그 때에 경쟁에서 밀리면 곧 창업은 실패란 쓴맛을 맛봐야만
한다.
승자만이 모든것을 갇는다(Winner take it all)
지난 주말 건대역상권에 자주 들르던 막걸리집을 찾아 갔었다. 유동이 뜸한 골목안 집였지만 꽤 오래되었고 단골 또한 많은 집이었기에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았던 건대 막걸리집은 문을 굳게 닿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주변의 또 다른 단골 식당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본 즉 상권내에 이미 시설좋고 메뉴도 다양하며 가격 역시 저렴한 체인업소들이 다수 개점하였기에 구석진 본래의 막걸리 집은 월드컵으로 뜨겁던 지난 달로 역사를 마감하고 말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봉사단체에서 봉사 후 뒤풀이로 막걸리 한사발 나누던 추억많던 건대막걸리집도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에 밀려 이제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곤 뒤안길로 사라져 버려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이 적자생존이라는 생존경쟁의 기본적인 원칙인걸 어찌 하겠는가.
미인(美人)은 막걸리를 좋아해
막걸리는 알콜도수가 낮고 영양분이 많아 인체에 부담을 주지않고 건강에 유익하다. 사람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 멸균막걸리에 비해 최근 유행하는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효모는 술을 만들게 할 뿐
아니라 건강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혈청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게 하고, 막걸리 속에 있는 타굿 효모의 대사물 중에는 항생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효모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이 젊을을 유지하고 장수를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한다. 또한 생막걸리에는 단백질과
비타민B 복합제가 함유되어 있어 피부미용에 좋으며 상쾌한 맛이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도와준다. 미인은 석류만 좋아하는게
아녔나보다.
추억속, 아버지와 막걸리
어린시절, 비가 내리면 아버지는 주전자를 내어주면 막거리 한통을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 나무문살
유리창엔 안주일절이라고 빨간페인트로 써놓았던 동네어귀 작은 대폿집은 간판도 없고 예산댁만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물 곱던 예산댁은
예의 반쯤 취한 듯한 눈으로 막걸리를 한주전자 가득 담아주면 나는 돌아오는 길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한모금씩 몰래 들이키곤 했었다.
아직도
창밖으론 장대비가 퍼붓는다. 냉장고에 넣어둔 서울장수생막걸리 한통을 따서 사발에 가득부어 들이켜 본다. 국내 유일하게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살
수 있다는 효모가 살아있는 장수생막걸리 한잔에 사라진 막걸리집들을 떠올려본다.
스타트전수창업센터장 고 경 진 010-571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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