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스크랩] 뽀얀 연기속으로 밀려오는 추억 `소독차`

이바구아지매 2006. 9. 1. 20:26
날짜: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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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연기속으로 밀려오는 추억 '소독차'

 

  어제는 8월 31일 한여름의 마지막날 같았습니다.

개학을 하는 녀석들을 챙기기 위해 일찍 저녁준비를 하고 있을 때,

두두두두두두...........

소리만 들어도 귀에 익은 소독하는 연막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릴적, 그 차를 보고 얼마나 내달리며 좋아라 했는지 생각만 해도 혼자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녁밥을 짓던 손, 잠시 멈추고 베란다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연막을 뿌리고 지나가는 건 소독차가 아닌 아저씨가 짊어지고 가면서

뽀얗게 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피어오르고 있는, 하늘을 향해 번지고 있는 연기를 보니

추억은 저절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습니다.

 

소독차를 따라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 연기속에서는 옆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가 않으니

마구 차고 때리기 위해서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머리에 옷에 있는 자그마한 곤충 '이'가 있어

그 연막 속으로 들어가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와 손 잡고 마냥 내달렸던 그 추억 여러분은 없으십니까?

 

11층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니 연막을 뿌리는 게 차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저씨 뒤에는

아이들 모습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학원 가서 아이들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요즘아이들은 무슨 추억을 만들까 하며

아쉬운 마음 가득하였습니다. 놀이터에 아이들 보기도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잠시 후, 두 녀석이 장난을 치며 들어왔습니다.

저녁밥을 먹으며 딸아이에게

"오늘 소독차가 왔는데 왜 아이들이 하나도 안 따라 뛰지?"
"엄마는, 왜 따라 뛰어요?"
"그냥, 엄마 어릴 때는 그랬거든"

"참나, 냄새나요."
"그 냄새가 싫어?"
"당연하지요. 우린 소독차 오면 코 입 다 막고 피해서 뛰어요"

"그래? 엄마는 좋아서 따라 뛰었는데...."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격세지감, 세대차이를 느낀다고나 할까요?

 

참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난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소독차에 대한 추억이

우리 아이들에겐 혐오스럽고 매쾌한 냄새를 피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래도 내겐 소독차는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또한 그리움입니다.

 

알찬 9월 맞이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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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글쓴이 : 저녁노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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