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서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자작시*김 광섭
출처 : 이석환의 울타리 문학
글쓴이 : 혼의 소리 원글보기
메모 :
'좋은글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시작법(詩作法)의 실제(實際)1 / 김용진 (0) | 2007.01.16 |
---|---|
[스크랩] 그리움. (1) (0) | 2007.01.16 |
[스크랩] 眞善美의 童話(16)....엄마의 그 겨울밤 (0) | 2007.01.15 |
[스크랩] [윤의섭]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0) | 2007.01.15 |
[스크랩] [김영남] 모슬포에서 (0) | 200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