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윤의섭
삐삐 아빠는 섬 감옥에 갇힌 채
바다로 병을 던졌다
병 속에는 살려달라는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다
삐삐는 말을 타고 바닷가를 지나다
병을 줍고 아빠를 구할 결심을 했다
힘센 삐삐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다
한 손으로 역기를 들었다
삐삐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었다
별 것 아닌 손짓 발짓만으로
스릴 넘치는 액션도 없이
하지만 삐삐를 보면 슬펐다
세상의 악에 홀로 맞서는 천진한 아이
주근깨와 코가 말린 큰 신발을 보면
가슴속에서부터 젖어오는 눅눅한 우울
언젠가 소풍갔을 때 나는 요쿠르트 병에
살려달라고 적은 나뭇잎을 넣어 시냇물에 흘려보냈다
아직 구원하려고 달려온 사람은 없어
넓은 바닷가 한 알갱이 모래를 줍는 일이란
실제로 삐삐는 죽었다고 했다
관 속에 들어간 삐삐를 누가 발견할지
삐삐의 말괄량이 짓거리는 여전히 슬프다
출처 : 시와 시인
글쓴이 : 이동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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