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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윤의섭]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이바구아지매 2007. 1. 15. 20:57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윤의섭



삐삐 아빠는 섬 감옥에 갇힌 채

바다로 병을 던졌다

병 속에는 살려달라는 내용의 쪽지가 들어 있다

삐삐는 말을 타고 바닷가를 지나다

병을 줍고 아빠를 구할 결심을 했다

힘센 삐삐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다

한 손으로 역기를 들었다

삐삐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었다

별 것 아닌 손짓 발짓만으로

스릴 넘치는 액션도 없이

하지만 삐삐를 보면 슬펐다

세상의 악에 홀로 맞서는 천진한 아이

주근깨와 코가 말린 큰 신발을 보면

가슴속에서부터 젖어오는 눅눅한 우울

언젠가 소풍갔을 때 나는 요쿠르트 병에

살려달라고 적은 나뭇잎을 넣어 시냇물에 흘려보냈다

아직 구원하려고 달려온 사람은 없어

넓은 바닷가 한 알갱이 모래를 줍는 일이란

실제로 삐삐는 죽었다고 했다

관 속에 들어간 삐삐를 누가 발견할지

삐삐의 말괄량이 짓거리는 여전히 슬프다

 

 

 

 

출처 : 시와 시인
글쓴이 : 이동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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