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무이한테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오늘하루도 마이 바뿐 날인데 생각이또 방향을 바꾸네
한두시간만에 댕겨와야제 생각난김에...
농협에가서 돈오십만원을 찾아서 깔깔한 돈 십만원을 하얀봉투에 넣고
커피와 참외를 사서 가방에 넣고 파란 불 신호등을 건너서 버스에 올랐다
두모에서부터 시작되는 대우조선소에선 더운 열기가 철판에 열을 더 쏟아부어
조선소사람들이 제일 괴로운 계절로 덤성덤성 가고 있다
얼마나 더울까?
차창을 통해 내다보는 바다는 곧 여름이 오리란 신호를 보내듯 갈매기 높이 날으고
어무이집 가는 길은 작은 여행길이다 30여분 정도 차로 달리는 미니여행
초록으로 물든 길을 달려가니 어무이가 깜짝 놀랄것이란 생각에 오늘도 웃음한보따리
준비해봐야것다고 작정하고... 깜짝 이벤트... 차속에서 궁리를 했다
아직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 내가 가고 있는지도 모르시는 어무이...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이벤트가 떠오르질 않아서 버스정류장에 내려선 평소대로 들길, 논길, 언덕길에서
지천으로 늘려 있는 민들레홀씨를 마구 꺾어서 불기 놀이를 하며 중천에 뜬 해를 좀먹었다
가나가 넓은 풀밭가득 피어있는 민들레꽃들을 보고 마구 고함을 질렀다
'엄마, 민들레곷이 엄청 많아 왜 민들레꽃이 이렇게 많아??? 우리나라에 있는
민들레꽃들이 요기에 다 모였어 오늘 민들레꽃들이 잔치를 하나봐"
"그래 우리집에서 불었던 민들레홀씨들도 바람기차를 타고 요기에 왔는가보다
너무 이쁘다 가나야, 이 홀씨도 불어 봐 마구마구 날아갈거야 ?"
"어디로 갈까? 혹시 할머니네밭으로 날아갈까?"
"그래그래 할머니네 밭으로 가서 내년에 이쁜 꽃 피어날거야 요기 봐 하얀민들레꽃이랑
토끼풀이랑 정답게 놀고 있네 "
가나는 좋아서 클로버꽃송이도 가득 꺾어서 꽃목걸이를 해 달랬다
이름모를 들꽃들이 올망졸망 피어올린 꽃들이 꽃향을 날려 어지럼증이 날 지경이었다
갑자기 생각이 떠 올랐다 클로버꽃송이로 목걸이도 만들고 꽃반지랑 시계도 만들었다
민들레꽃도 가득 꺾어서 꽃다발 만들고 햇살이 갈증 돋구는 땡볕을 이리저리 꽃길 걸어가며
참았다
멀리서도 언덕배기위 넓은 황토밭에 허연 수건 머리에 덮고 두 엉덩이가 하늘 향해 있는 모습은
우리 어무이모습이다
'농부의 궁둥이는 하늘향해 있고 농부의 눈은 땅속 십리를 꿰뚫는다'
ㅋ ㅋㅋ 내가 남긴 명언
어무이의 밭에 가려고 골목길 들어서니 철넷집 감나무가 하늘하늘 푸른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감나무는 감꽃망울 만드느라 햇살을 받으려 푸른 감잎속에 올망졸망 달려 있었다
아주아주 작은 감꽃들이 어느 날 유월의 땅에 흐드러지게 떨어져 내릴 날이 다가온다
고샅길로 올라서니 어무이의 밭과는 10m 로 가까웠고 가나에겐 신신당부를 햇다
"가나야, 할머니께 깜짝 놀라게 해 드리자 숨바꼭질 놀이야 알겠지 발자국소리내면 안 돼?"
"응 알았어 "
언덕길에 올라서니 산허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상쾌한 느낌을 주던지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황토밭을 공단처럼 , 꿈밭으로 가꾸고도 모자라서 깔끔쟁이 어무이는
우리가 온 줄도 모르고 궁둥이는 여전히 하늘 공간에서 흔들거렸다
"쉿 조용조용 "
"알았어 "
어무이는 우리가 온 줄도 모르고 호미끝에만 시선을 모으고 있어 누가 온다고는
생각을 못하고 계셨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어무이의 궁둥이에 꺾어 온 꽃꾸러미를 잔뜩 얹었다
어무이의 꽃 궁둥이는 바람에 일렁이며 하늘아래 멋진 공간 풍경을 연출하였다
"어무이예, 무슨 밭을 이리 깔끔시리 다듬었어예?"
" 엥, 가나가 왔나? 참 우짠일이고?"
"고마 며칠 뒤가 어버이날이고해서 진작 댕기갈라꼬예"
'우리강새이가 왔네 덥다 그늘로 가자 저기 찔레덩쿨아래에 그늘이다 가자
이기 다 머꼬 씬냉이다가 토끼풀꽃에다가 시방 니 머했노?"
'어무이 놀래줄라꼬 이벤트 했어예 어무이 엉덩이에다가 가득 올려났지예?"
"아구쌈들아, 그래도 나가 모리제 천치거치 땅만 파고 있던가베? 아이구 바람도 선들선들하고
종다리는 쫑알대고 뒷까밭에서는 나무냄새랑 대나무낭개에서도 바람이 살랑거링께
참 좋네 니말마따나 전망 참 좋제?"
"예 앞이 확 트이고 앞동네 뒷동네 다 보이고 산자락에 안겨서 앞에 실개천이라도
흘러거모 얼마나 좋겠십니꺼?"
"그렇게 입에 딱 맞는 떡은 안 쉽제 "
'어무이손이 가모 고마 마법을 걸었는지 그 엉망징창이던 자갈밭이 이레 좋아졌네예?"
우리는 찔레꽃덩쿨아래에 앉았다
풀밭위에 그냥
"어무이예, 이거 받으이소?"
"머꼬 웬 봉투고?"
"십만원이라예 머리파마하고 염색하이소"
"아이구 돈도 엄서낀데 고맙다 안 그래도 돈이 톡 떨어져가 걱정했는데
진짜로 고맙다 "
밭고랑에 갑자기 찾아가서 어무이를 기쁘게 해 드리고 돌아 오는 시간은
발걸음도 가볍게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어무이는 온 동네를 다니면서 또 자랑바구니를 풀 것이다
그리고 정성가득 담은 또 다른 선물로 가득가득 챙겨서 우리집에 오실게다.
며칠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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