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민들레꽃씨의 여행

이바구아지매 2007. 5. 1. 19:23

4월초순경 우리집 옥상에 있는 서너개의 파란색 길쭉한 화분속에 팍팍한 흙을 뚫고 올라온 민들레꽃이

 

쌀랑한 봄날씨에 푸른잎을 나풀거리며 꽃 피울 준비를 해서 얼마나 신기하고 고마운지

 

작년에는 화분속에 민들레가 없었다

 

분명 어디선가 민들레홀씨가 바람타고 날아와서 우리집 화분 귀퉁에에서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피울 준비를 착실히 했다 하도 신기하고 예뻐서 매일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긴 들판에 나가면 지천으로 깔리다시피한 꽃인데 내가 작은 한떨기 민들레에게  신기함을 , 경이로움을

 

나타낸다는 게 조금 오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코 아니다

 

옥상에 둔 화분속 흙은 표면이 단단해져 있었기에 어떤 것도 뚫고 올라올것이란 기대를 못했기때문에

 

놀라울따름이었다

 

하긴 잡초란건 아무리 땅이 단단해져 있어도 생명력이 보통 질기고 단단한가

 

민들레도 그런 잡초로 본다면 놀랄일도 아닌가?

 

우리고장에서는 씬나물, 씬냉이, 민달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산과들 양지바른곳에 흔히 자라는 들꽃이라서 아무도 소중하게 여기진 않지만

 

며칠전에 시장에 나가보니 다라이에 가득 뿌리채 캐어서 지나가는 내게

 

"아지매, 씬냉이사소 씬나물이요 씹쑤룸해도 참 맛나요 최고로 좋은 약이라요

 

신경통에도 좋고 관절염에도 좋고 간에도 좋고 감기에도 좋고..."

 

"안질방이, 도끼밥이 그리 좋소 어디서 캐 왔소 인자 좋다쿤께 노란안질방이꽃도 몇 년 안가

 

흔적도 없어지것네 할매 캔다고 욕은 마이 봤것소 이 안질방이꽃 캔다고 할매관절이 성해남것소?

 

이 꽃으로 할매가 약해 드시야것소 인자 들꽃수난시대네 ..."

 

 

우리집 옥상구석에 햇빛 하나 들지 않는 구석에 둔 화분에서 난 민들레꽃은 30cm의

 

 줄기에 3일전엔 민들레 홀씨가 하얗게  깃털처럼 매달려 곧 바람에 날아 갈 채비를 하였다

 

흰 깃털은 가벼워서 작은 바람결에도 홀홀 날아간다

 

우리집 화분속에도 우리가족 숫자만큼의  노란 민들레꽃이 달렸다가 흰 깃털로 변해 날아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옥상에 빨래를 널고 말려 걷어 내려 오면서 가나가 보고 신기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가나야,이 민들레꽃씨는 후~~하고  불면 흰 깃털에 싸인 민들레꽃씨가 바람 타고 둥둥 날아간다"

 

"응 그래 어디로 가는데?"

 

"어떤 마음 착한 아기가 사는 집 뜨락에 내려 앉아 꽃을 피우기도 하고 붕붕 날아올라 미국에도 가고

 

또 더 먼 나라로 갈 수도 있어 "

 

"엄마, 내가 한 번 불어볼까? 후~후"

 

"엄마가 불어 볼게 자 봐 후~~후 봐 날아오르지?"

 

"와 진짜로 날아가네  민들레꽃씨가 날아가네  민들레꽃씨야 잘 가"

 

가나가 외쳤다 민들레꽃씨가 먼 여행길에 올랐다

 

아직 몇개의 흰 깃털이 남아 있다 낼모레면 몇 개의 깃털이 또 날아갈 것이다

 

 

민들레꽃씨는 봄이 되면  희망의 뿌리를 어디엔가 내릴 것이다

 

우리집에서 날아가는 민들레꽃씨들은  또

 

누군가의 희망의 꽃으로 다시 피어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