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은 어느새 파란색을 더해 간다
붉은 색 꽃잎이 더워 보이고 화닥지가 날 지경인 하루다
파란색의 잎들은 넙적할수록 햇살을 가려 주어서 더 시원스럽다
어디까지나 내 눈에 그렇다는거다
이런 날 플라터나스 넓은 잎사귀 두서너장이면 내 눈은 틀림없이 미소 번질게다
서론도, 본론도 나사고마 내 사고방식으로 가야제 지금부터 오늘 내가 보고 느낀
세상풍경을 꽁까기 시작
햇살이 딱 상쾌한 시간인 오전 10시경에 어느날처럼 고현 가는 시내버스의 오른쪽 창가
경로석 두번째자리에 텁석 주저 앉았다
내가 이 자리를 유별나게 좋아하는데는 짧은 이유가 있다
아이를 늘상 데리고 타니 다리를 편하게 벌릴 수 있는 공간 확보가 되니 좋고
한가지 더 팔 뻗어 쉽게 벨을 누를 수 있는 잇점까지
이런 자리를 차지하는 날은 고마 횡재한 기분이고 이이상 세상의 행복을 더는 바라지 않는다
나도몰래 자리에 텁석 앉은 후 빽미러로 슬쩍 승리자의 얼굴을 한 번 보았다
미소가 가히 나쁘진 않다
"엄마, 젤 좋아?"
"응"
"뭣 땜에?"
"우리딸과 마주 보고 뽀뽀 할 수 있어 좋지?"
"뽀뽀?
쪽쪽 됐지? 엄마 그런데 좀 못생겼다"
"괜찮아, 엄마가 미인이란 걸 알 날이 곧 올거야"
"아니 진짜로 못생겼어?"
"아니 미인을 알아 볼 날이 곧 온다니까?"
오늘따라 기사님의 바리톤 음성도 초록나무잎새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우째 저 기사님은 차에 올라 오는 사람들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릴때는
"안녕히 가세요"
이런 인사를 하루종일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보통의 프로의식이 없으면 서너번 하다가 그만 둘 것인데
내가 벌써 열번도 더 만난 기사님이다
목소리로 보면 바리톤의 엄정행 목소리를 빼어닮았다
이런 차를 타는 건 기분이 고마 좋은기다
베시시 웃음이 나온다 차는 초록색 가로수길을 초록바람을 날리며 잘도 나가고...
대우조선소의 골리앗들은 여름햇살같은 오늘 많이 피로해 보이고...
동문, 정문, 지나서 남문에 이르르니 도서관인가 하는 건물외벽에
김우중회장이 즐겨 쓰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란 세계사냥꾼의 말이 엊그제까지 있더니만 오늘보니
다른 말로 바뀌었다
"믿음으로 일하고 믿음으로 실천하자"
참말로 급훈정도밖에 안 되는 글귀다 에이 실망
"엄마, 바퀴벌레가 차를 뜯어 먹고 있어?"
"엉 차가 바퀴벌레 밥인가?"
"큰일 났어 빨리 잡아 잘못하면 우리도 잡아먹겠어?"
'아니 됐어 기사아저씨가 키우는 애완충이야 죽이면 안 돼 손해배상해야 해"
차는 더워도 잘 나간다
창문 열고 입을 벌여 가로수 파란바람을 넘겨 본다
바다도 멀리서 금빛, 은빛, 땡볕을 쏘아 올렸다
옥포, 연초, 연사들을 지나고 깨박골앞 다나까농장에선 넓은 들에 자운영만 가득 심어
우짜자는 소린지 사료로 쓸랑가 꽃으로는 고마 화닥지가 날 정도로 붉은 빛이
가깝은데...
깨박골엔 내가 친한 갈색머리 정미가 살았던 곳 차창밖으로 정미네집 근처를 채 찾기도 전에
차는 홱삐끼며 해명으로 내 뺀다
그래도 내 맘속엔 언제나 요 자리에 오면 정미가 그립다
보스톤에서 잘 살고 있겠지...
고현은 늘 변한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변하듯 하루가 다르게 변화속에 달린다
우리아파트가 있는 바로 옆에는 강이 유유히 흐르는데 생태공원으로 벌써 공사가 시작되었고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면 바다가 확 트여 속까지 후련해지는 전망과
뒷베란다에선 녹봉산 푸른솔이 우리집을 향해 그리워한다
늘 그자리에서 있는 모양새지만 고현사거리는 까딱 잘못하면 내가 우리집을 잘못
찾을날이 오리란 염려까지 드니 나 참 도시가 되기만 하모 머하노
나사고마 조용한 곳이 더 좋은데
마당 넓고 요레조레 어지럽혀도 아무도 말 안하는 적당히 풀이 나서 땅값 아까번것
생각안해도 될 여유도 가질 수 있는 그런 곳이 좋은데
아이가 참말로 생태공원이랍시고 또 무얼 갖다 쳐 넣고 야단질을 할란지 모리것다
집 청소 대충 하고 관리비며, 전화요금, 전기요금 고지서를 챙겨서 갔던 길을 돌아서 오니
대우조선 서문앞에 갈 때 못 본 클로버꽃이 무더기무더기 피어 있어 얼매나 좋던고
햐 , 오늘 진짜로 궁금한거 하나가 또 있어 내 입으로 꽁까야지
어떤 할매5인조가 빨갛게 불타는듯한 옷을 투피스로 입고 입까지 빠알갛게 칠해놓으니
얼마나 내 속에 천불이 나던지
"할머니들 오늘 어디 불났어요? 소방대원입니까?"
"와, 아이다 노인대학에서 합창대회 안 했나?"
'와이구 더버라 너무 뻘겋제 덥기도하고 우째이리 뻘건옷을 입으라켓시꼬?"
"나 평상에 이리 뻘건 옷은 첨 입어 본다 부끄러바 죽것다"
다섯할매들이 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할머니들 젊게 보이고 예쁘게 보이라꼬 특별히 신경 쓴 거 같아요"
"아가 다 웃것다 집에 가모 당장 벗엇삐야제 당최 나가 봐도 도깨비 난 거 안 것나"
이렇게 빨간옷의 할머니 도깨비들이 차에서 내려 흩어져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나의 노년도 그려본다
나의 노년의 옷색깔은 노랑투피스를 입지나 않을지???
우리딸 가나랑 궁시렁대며 또다시 장승포의 아름다운 바닷가에 내려서서
등대를 바라보았다 하얀 등대가 참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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