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옥황상제님, 와 우릴 볼서로 불러요???

이바구아지매 2007. 4. 23. 07:59

시퍼런 바다는  파도만 넘실대고 갈매기 높이 날다 파도위에 닿을듯 말듯

 

비행을 아름다이 하던 날  일욜오후4시25분경 '로얄페리호'는 월욜의 조선소에

 

 출근 할 사람들을 대부분 태우고  거제도 가는 바닷길을 가고 있었다

 

바다는 흐릿하고 우중충한 날이었지만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 돌아다닌 하루의 여독이 쌓여

 

잠이라도 청해볼끼라고 잠을 청해도 오랫만에 탄 배는 이리저리 기우뚱거림서

 

속이 울렁벌렁이게 해서 잠은 커녕 욱하고 토할것 같아서 괴로웠다

 

우리이쁜 가나도 속이 울렁이니 땀을 뽀송뽀송 콧잔등에 흘림서로 얼굴에 아픔을 묻혀내고 있고

 

뱃삯으로 일반19200원 씩 두사람, 소인 9800원짜리 표로 좌석번호186,187,188번 자리에 앉았는데

 

심히 고통속에 허덕이는 순간에도 앞에 앉은 외국인과 그 부인으로 뵈는 현지처? 인지

 

열심히 영어로 혹은 바디랭귀지로 외국인 남자한테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은  가히 정열적이었다

 

"엄마, 아퍼 배가"

 

"엄마품에서 잠자면 괜찮아"

 

"우리가나 아푸나? 우짜것노? 요긴 바다윈데 잘못하모 죽것다 엄마품에 꼭 안기있거라!!!"

 

우리 신랑님이 허 참 오늘은 아침부터 실수를 해서 오늘 일정이 넘 심심했던터 우리랑

 

대화를 다하고 글쎄 아침 '중요한 어법연구' 란 영어문장들을 가득 묶은 A4 용지묵음을

 

하루종일 공부하겠다고 벼른 사람이 전쟁중에 아기대신 베개를 업고 나온다는 말처럼

 

고마 엉뚱한 배선채설계도를 가지고 오지 않았나 낭패 그래서 즐거운 체육대회에 가서

 

구석탱이에서 고마 퍼질러 잠만 자고 오는 길이라

 

"아아 승객여러분께 알리겠습니다 지금 스크루우에 오물이 걸려서 이 배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5분정도 배는 오물을 걷어 내는 작업 후에 항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염려하지 말고 앉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계십시오"

 

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배 선채 앞 쪽 항해사인가가 얼굴가득 근심을 담고

 

쫓아나오더니 지하로 내려갔다 땀을 흘리면서...

 

그 모습을 본 나는 순간 영화 타이타닉에서 로즈와 잭이 갑판으로 쫓겨다니며 밀회를 즐기다가

 

항해사와 선장이 나누는 빙산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것을 실감나게 보고 기억했다

 

빙산과 부딪쳐서 배는 갈아앉으리란 말을 듣게 된 운명의 말 죽음이 둘을 갈라놓음을 암시한  그 장면...

 

갑자기 난 그 생각을 해 냈다

 

"여보, 자기 휴대폰으로 지금 이 시간 봐 놓고 어디엔가라도 연락을 취해놓는 게 어때?"

 

"가마이 있어바라 별일이 있것나?"

 

"그거는 모린다 우선 우리범일이한테도 알려 놓자 아빠, 엄마가 바다에 떠서 꼼짝을 몬하고 있는데

 

어디 배를 구해주도록 해야제"

 

"별일이야 있것나 너무 호들갑 부리지 말거라 다린 사람들도 가마이 안 있나?"

 

"아이다 원래 사람들 안심시킬라꼬 왜곡축소하는기라 영화에서도 그렇고 소설속에서도 안 그렇더나"

 

"너무 못 믿는 것도 뱅이다"

 

"우리가 우찌 살았는데 요서 잘못 되모 되것나 정상적으로 배가 가도 15~20분 정도 가야하는데

 

혹 물에 빠지기라도 하모 구명동의는 여유가 있는지 나는 중학교이후에는 수영도 마이 안 해서

 

헤엄도 제대로 쳐질랑가 모리것고 자기는 맥주뱅아이가 오메 가나는 ???

 

안 되제 그라모 안되제 절대로 안 되는기라 그라는사이에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배는

 

흔들거리기만 하고  큰일이 난기 분맹한거 아인가?

 

'고마 잠을 좀 자거라 잠들어삐모 괘안타"

 

"죽느냐사느냔데 잠이 오나 잠을 자모 되것나?"

 

"혹 잘몬되모 낮이라서 금방 구해주로 올끼다"

 

"우리가나는 이 세상에 난지 정확하게는36개월인데  불쌍해서 ???"

 

"또 고만해라 안 죽는다"

 

"물에 빠져 죽으모 얼매나 큰 고통일꼬 영화에서 안 봤나 너무 심들게 죽는거 봉께 너무 무섭더라"

 

이러다가 고마  잠을 청했다 잠이 슬풋 들었는가?

 

큰 용상에 허연 수염에 왕관을 쓴  옥황상제가 앉아서 날 불렀다

 

"자네는 지금 여기가 어딘줄 아는가?"

 

"몰라예 이런데는 첨이라예? 혹 조선시대? 아니면 고려시댄지? 신라시댄지 모르겠어예

 

갈카주이소 여기가 오덴지 나가 머하로 요게 왔는지 갈카주이소"

 

'나는 옥황상제다 이 곳은 하늘나라다 너는 지금 죽어서 온 것이다"

 

"예에? 지가 죽었다꼬예? 아인데? 지가 왜 죽심니꺼? 지는 안 죽어예 제 계획은 아도 다섯이고

 

또 어리서 150년은 살라꼬 계획을 안 세웠심니꺼?"

 

"살고 죽는 건 니 계획표대로 되는기 아이다 "

 

"그라모 누구 계획표대로 되는가예 지 계획은 지가 짜야제 그라모 옥황상제님이 짭니꺼?"

 

"그렇다네 살고 죽는 걸 주관하는 것은 내 소관이니 그래 자네가 살았을때

 

어찌 살았는지 생활기록부를 한 번 보겠네 그기에 따라서 너는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게 된다네"

 

"옥황상제님, 지가 생활기록부에 멋지거로 적혀 있는지 아니지는 잘 모리것지마는

 

촌수나 항렬로 보모 옥황상제님은 지한테 할부지 아입니꺼?

 

지도 옥가아입니꺼 옥00라고예 모립니꺼 손녀딸로 몰라보면 안 되지예

 

저희집은 고려시대 왕000 님이 쪼깬 잘못 해가 거제도로 왔다아입니까 그런거는

 

 있어도 그 후에는 똑바리 살았는기라예  지를 보이소 옥황상제님과 턱 부분이랑

 

눈매도 마이 닮았는기라예 이 손녀딸을 이대로 저승으로 델꼬 가모 아들은 다 우짭니꺼?

 

아들은 저거 외할아부지가 옥황상제인거로 다 아는데 넘들한테 얼매나 부끄럽게습니꺼"

 

"허허허 자네는 나와 촌수가 그리되더냐? 왜  내가 그 사실을 몰랐을꼬 그래 자네집에

 

족보가 있단말이지"

 

"예에 저희집 족보에 당당히 제 할아버지로 옥황상제님이 올라 있어요 그래서 저희 문중에서

 

 가장 훌륭한 분으로 우러러 받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르게 살 려고 노력합니다

 

 왜냐면 옥황상제님께

 

누가 되모 됩니꺼?"

 

"그래 자알알겠다 내가 하늘나라일에 바빠서 우리 문중을 돌보질 못했구나

 

 그래 생활기록부도 보니 괜찮게 살았네 오늘은 우짜다가 이리 되었노?"

 

"부산에 댕기오다가 배 스크루에 오물이 획 감기가 배가 몬 가고 이리로 안 왔십니꺼?"

 

'그래 , 그렇구나 오늘일은 이 할애비가 실수를 한 거로구나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살거라

 

그리고 스크루우에 걸린 오물은 다 걷어서 일본해협으로 다 보내삘테니 걱정말거라

 

가 보거라 배는 바로 장승포항으로 가도록 손을 봐 줄끼다. 잘 가거라 내 손녀야."

 

 

"다 왔다 내리야제 빨리 일나라 장승포에 도착했다아이가?"

 

하고 신랑이 소릴 질렀다.

 

"아 그래 내가 꿈을 꾸었나?  쳇 내가 옥황상제한테 손녀라캐가 배도 곤치주고 무사히 도착하거로 핸 거

 

그 중요한 사실도 모리고 순저이 내 심이엇꼬마는  참 그 사실은 고마 내 맘속에만 담아 두자

 

사람이 날리모 안되제 점잖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리거로 하라고 했응께

 

 

 

장승포 아름다운  항구가 저녁을 맞는 풍경이 있는 곳에 우리는 다 아무 일도 없이 도착했다

 

옥황상제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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