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자 조용히들 좀 해 주시구요 지금까지 열흘동안 눈이 빠지라고 저 마티즈차는 내끼다
하고 맘속으로 점을 딱딱 찍은 사람들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지예?
맞습니다 오늘 추첨들어가기 전까진 요기 모인 모든사람들은 마티즈차 주인입니다
하하하 아직도 착각속에 행복을 그리며 오늘 즐거움속에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추첨을 하겠습니다"
"음악 주세요 쿵쿵캉캉 님 주신 밤에 시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
"음악 고만 오늘 이 자리에 공정한 추첨을 위하여 아리땁고 고운 '강수정' 경사님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모이신 모든분들께 최고의 행운을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와~~~와 꽤꼬리여경사님 넘 예뻐요"
"아~~~ 참 아줌씨부대들 요기는 팬클럽 창단식이 있는 날이 아잉기라요 쪼매 참아 주이소"
사회를 보는 농협의 간판스타며 개그계의 개짱 농협직원 핸썸한 남자직원들이 오늘의 멋진 시간을
지루하지 않고 재미나게 엮어 갈 것이란 예감 100% 요런 자리엔 난생첨으로 와 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농협주차장에 모였는지 인근의 고현, 옥포, 장승포의 알뜰주부들과
자유업의 직업맨 기타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기들...
웅성웅성 거리의 추첨행사장은 연초농협 하나로마트 오픈기념으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는 현장
나한테도 그 동안 모은 경품권이 5장 있어 난생처음으로 참가해 보니 참으로 살아가는 진솔한 삶을
한 폭 옮겨 놓은 듯한 다양한 진풍경
"자자 지금부터 라면 백상자가 경품으로 걸려 있는 추첨번호 끝번호 두자리를 부를테니 맞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손을 들고 오빠 , 나 라면 먹었어라고 소리쳐주세요 아시겠어요?"
"참말로 진소리짜린소리하네 늙은이로 세아놓고 오빠가 머꼬 이 늙은기 되모 오빠, 나 라맨먹었어
이라라고 택도 엄찌 나 나가 몇인데 손자뻘인 니한테 오빠라 택도 엄따?"
옆에 선 할아버지가 시작부터 씩씩하며 재미삼아 하는 농담에 브레이크를 걸고
"할아버지예 요런데서는 저리 해야 시간도 잘 가고 재미있는기라예 이해하이소?"
"참말로 어엽네 나 겉은 사람이 오는 자리가 아잉가베 나는 아침부터 요개 온다꼬 일찍 와가
점심도 몬묵었는데..."
'할아버지 제가 마티즈차 되모 고현가서 맛난 음식 대접 하고 요 마티즈로 할아버지댁에
딱 모셔다 드릴테니 고마 계셔주이소예?"
'아~~ 그라까?"
"우째 그 마티즈로 아지매가 타야되노 우리집에도 차가 엄서가 아시번데 우리영감 운전맨허증
따가 몰고 할배, 할매랑 놀로 가기로 핸는데 그 차는 우리끼다"
"엄마야, 그럿십니까 그라이소 할머니네가 갖고 가이소 알겠십니데이"
웅성웅성 오만말들이 다 나와서 돗때기 시장이 된 진 풍경속에서 사회자가
"조용조용히 하입시다 알라들도 많이 있는데 어른들이 욕심만 부리모 교육상 안 좋은거 알지예?"
"햅조를 잘 해 주셔야 좋은 물건 받아서 기분좋게 댁에 가실거아입니까? 아지매부대들은
상품이 하나씩 당첨되모 그기서서 와와~~ 하고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이소 그라모
나중에 라맨한상자씩 드립니다"
"와~~좋아요 오빠 화이팅~~"
먼저 박이사님이 추첨시작 해 주이소
"빙글빙글 뽑으시고 뽑았습니다 오늘 바람이 마이 부는 관계로 경품번호를 야무지게
쥐고 있으이소 안 그라모 고마 날라가삡니데이"
"뽑았습니다 라맨 백상자의 주인공 번호 울랄라울라라45 번 45번 되겠습니다"
"와~~아아 나야 임문숙 오탁이오매 나가요 라면대리하자"
"임문숙씨 라맨 백상자 이거 다 우짤라요? 한마디 해보이소?"
"우리집식구들은 라맨을 밥으로 묵기땜에 요거 매칠 안가요?"
"엥~~ 라맨밥으로 묵는다꼬예?"
두 사회자가 돌아가면서 웃음보를 날리려고 그 동안 개그연습까지 억시게 해 온 모양으로
지루한 시간이 될 법한 시간을 웃음으로 보내며 햇살아래 유심히 번호를 확인해 보아도
내 번호는 맞지 않았다 청소기도, 압력밥솥도, 삼천리표자전거도 무려15대씩이 추첨되어
잘도 타 갔지만 내게는 어떤 기회도 오지 않고 고작 번호 1,2개 맞는 이 정도로 땡볕에 바람을 맞으며
아이랑 서 있는 요것이 한심하다고 생각 될때
" 이번엔 3등으로 김치냉장고2대 2등으로 드럼세탁기2대가 걸려 있는 이 추첨은 7세미만어린이들이
추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서너명의 눈망울이 말똥거리는 어린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추첨을 했다
아이들의 고사리손에서 받아 든 추첨권 번호가 줄줄히 불려지고 우아우아 함성으로
들렁들렁 상품이 호명되고 마지막일등의 행운의 주인공을 추첨하는 어린이를 다시 올라오게 하니
"엄마, 나도 해볼래"
우리가나가 올라가서 추첨을 해 보겠다고???
"그래 "
선듯 안고 추첨함으로 갔더니 잘 생긴 사회자가
"이번에 1등 추첨할 분은 새나라의 새싹 눈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맑고 예쁜 어린이가 뽑아주겠습니다"
'우리어린이 이름이 뭐예요?"
"정가나에요"
"네 정가나? 정들고, 정들면, 정들제 요런 아이들이 니 친구가? 동생이가?"
'우~ 하하하 아이가 넘 예뻐요 눈이 넘 예뻐요"
"그렇지요 이렇게 눈이 예쁜 아이는 첨봤어요 자연산이에요? 인공이에요?"
"대우병원안과에서 쌍거풀수술 했어요"
"대우병원안과가 그리 잘해요? 엄마눈하고 똑 같은데? "
"네 저도 알라놓고 같이 했어요 한날한시에 ㅋㅋㅋ"
"자 일등 추첨입니다 일등 추첨은 정가나양이 추첨을 하겠습니다"
우리가나가 번호하나를 건져 올린 건 01385이 아닌가 내 번호는 01383 엥 이 무슨
허탈함
'아이구야 딸내미를 잘못 둔 엄마는 지금부터 구박이 한바가지 되겠슴다
01385번 오데있습니까?"
"요기요? 갑니다 대한민국만세"
이리하여 우리가나 땜에 나는 두끝차이로 일등차를 놓쳤다
에고 재수 억시게 없는 날
바람이 훌훌 불었다
재수 나쁜 사람들의 한숨, 뜰뜨럼함이 보태어져 바람은 더 세게 불어재꼈다
세상에 공짜를 바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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